▲ FA컵(사진 위)과 K리그1 우승(사진 아래)을 모두 차지하며 더블을 해낸 전북 현대 ⓒ전북 현대

▲ FA컵(사진 위)과 K리그1 우승(사진 아래)을 모두 차지하며 더블을 해낸 전북 현대 ⓒ전북 현대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죠."

전북 현대는 8일 울산 현대를 2-1로 꺾고 프로와 아마추어 최강을 가리는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4회(2000, 2003, 2005, 2020년)다. K리그 통산 8회(2009, 2011, 2014, 2015, 2017, 2018, 2019, 2020년)이자 4연속 우승으로 더블(K리그, FA컵 2관왕)을 해내며 국내 최강팀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2회 우승(2006, 2016년) 경험이 있는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를 남겨 두고 있어 트레블(3관왕)에 대한 기대감이 있기는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전북은 H조에서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에 1-2로 패했고 시드니FC(호주) 원정에서는 2-2로 비겼다. 

1무1패, 승점 1점인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됐고 오는 21일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재개되는 나머지 4경기를 정말 제대로 치러야 한다. 상하이 상강(중국)은 한 경기로 치르지 않았다. 4전 전승을 거둬야 최소 조 2위 확보가 가능하다.

더블도 어려운데 아시아 트레블은 더 난제다. 돈의 힘을 보여줬던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도 트레블은 해내지 못했다. 전북이 이를 해낸다면 그 자체가 기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트레블이라는 당위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현실에서 이뤄낼 힘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어 있다. 중국 슈퍼리그는 여전히 돈의 위력을 뽐내고 있고 일본도 마찬가지다. 16강에 진출하면 녹아웃 스테이지부터는 그야말로 실력과 운이 동시에 따라야 하는 승부이기에 더 그렇다.

경기력을 뒤로하고 전북은 국내 최강자라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했다. 2009년 K리그 우승을 기점으로 스타급 선수들이 오고 싶은 팀으로 변신했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부회장 시절 완주군 봉동읍에 세계 최고 수준의 클럽하우스를 조성해줬다.

이를 발판으로 리그는 '어우전(어차피 우승은 전북)'이라는 공식을 만들었고 숙원 사업이었던 FA컵 우승까지 해내며 흥행과 성과를 모두 잡았다. 전주를 중심으로 한 전라북도라는 광역 연고지에도 확실하게 뿌리 내렸다. '라이언킹' 이동국(41)의 은퇴에도 전북이 흥행 구단으로 돌아가기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려줬다.

그렇지만, 전북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보고 있다. 초라했던 시절부터 현재의 최강자로 자리 잡는 과정에 있었던 백승권 단장은 "외부에서는 전북이 모든 것을 갖췄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라고 강조했다.

▲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도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두 경기 평균 1만여 명대의 관중이 K리그 최종전과 FA컵 결승전에 찾았다. ⓒ전북 현대

전북과 백 단장이 생각하는 할 일이란 무엇일까, 혼자 발전해서는 안 된다, K리그의 파이를 같이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 파이는 결국 경제성으로 귀결되고 이 안에는 마케팅 능력, 중계권료, 직원들의 임금 등이 모두 포함된다.  

올해 대대적인 선수 보강을 했던 울산도 결과적으로는 전북을 한 번도 넘지 못했다. 전통의 강호였던 수원 삼성, FC서울은 파이널 그룹B(7~12위)에서 허우적거렸다. 감독 대행 사태만 봐도 구단의 체계가 경제성에 따라 순식간에 흔들거리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포항 스틸러스는 K리그 대상에서는 감독상, 영플레이어상 등 화려했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버틴 것임을 시인했다.

코로나19 시대에서 구단들의 씀씀이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앞으로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는 누구도 모른다. 백 단장은 "K리그의 상품성이 더 좋아져야 해요. 중계권료를 예로 들어볼까요. K리그 중계권료가 얼마인가요. 일본 J리그가 수백 배는 더 많지 않나요. K리그도 그만한 시장이 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걱정했다. 

일본 J리그는 지난 2017년 영국 퍼폼사와 10년 동안 총액 2천1백억 엔(2조4천억 원)에 계약했다. 올해 8월 기존 계약에서 2년 더 연장해 매년 187억엔(2천11억 엔) 이상의 이익을 얻는다. 코로나19 시대에도 상품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은 말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온갖 뉴미디어가 탄생한 중국 슈퍼리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다양한 종목의 중계권을 공격적으로 구매 중이다.

60억 원 이상을 넘지 않는 K리그의 현실이 백 단장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것이다. 그는 "전북만 고민할 문제는 아니에요. 전북은 수도권이 아니라는 한계가 명확하잖아요. 다른 구단들도 연맹도 함께 고민해야지 않을까요. 어쨌든 계속 고민하고 또 앞으로 나갈 겁니다"라며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음을 강조했다.  

결국, 이야깃거리든 경기력이든 매력을 끌 요인을 만들어 팬들이나 광고주, 방송사들에 어필해 유혹해야 한다는 것이다.생존이 화두인 시대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몸부림치지 않으면 아무리 우승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기업구단, 시도민구단이라는 성격과 한계를 인정하면 더는 발전이 어렵다. 전북의 모기업인 현대자동차라는 빽도 단계적으로 자생을 향해 가는 상황에서는 그저 상징적인 단체(=기업)일 뿐이다. 

그래서 2관왕에도 침착한 백 단장의 말이 귓전을 맴도는 이유다.

"전북은 계속 달릴 겁니다. 멈추지 않고 이야깃거리를 만들겠습니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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