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대표팀에 합류한 황희찬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초반에 좋았던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던 것은 아쉽죠."

스스로도 자신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던 '황소' 황희찬(24. 라이프치히)이다. 그래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A매치에 대한 열망과 반전 의지는 더 커졌다.

황희찬은 10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빈에 캠프를 차린 축구대표팀에 합류했다. 오는 15일 멕시코, 17일 카타르전 출전을 준비한다. 멕시코와는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2차전에서 1-2로 졌고 카타르에도 2019 아시안컵 8강에서 0-1로 패해 아픔을 갚아줘야 한다.

지난해 11월 브라질전 이후 1년 만에 해외파와 국내파 완전체로 치르는 정식 A매치라는 점에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야 하는 의무와 책임도 있다. 어떻게든 평가전을 치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남겨야 한다. 

황희찬에게도 2연전은 남다르다. 올 시즌 황희찬은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에서 라이프치히(독일)로 이적했다.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세계 최고의 수비수로 평가받는 페어질 판 데이크(리버풀), 칼리두 쿨리발리(나폴리)를 제치고 골을 넣거나 페널티킥을 만드는 능력으로 유망한 공격수라는 것을 보여줬다.

라이프치히 이적 초반만 하더라도 황희찬의 흐름은 좋았다. 지난 9월 13일 뉘른베르크와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1라운드 선발로 나서 1골 1도움을 해내며 3-0 승리에 일조했다.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도 황희찬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분데스리가에서 황희찬은 벤치에 대기했다. 적응기를 준다고 하기에는 분명 아쉬웠다. 2라운드 레버쿠젠전에서는 196cm의 거구 조나탄 타와 충돌한 뒤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엉덩이 부상을 입었다.

이후 특유의 저돌성과 돌파력을 쉽게 보이진 못했고 출전 기회도 쉽게 오지 않았다. 5명을 교체하는 일시적 제도 변경에서도 네 번째나 다섯 번째로 겨우 나서는 등 나겔스만 감독의 믿음을 얻지 못했다. 지난 7일 SC프라이부르크와 7라운드에서는 후반 42분, 은쿤쿠를 대신해 나섰다. 프라이부르크의 정우영과 권창훈이 각각 후반 30분과 39분에 나선 것과 비교됐다.

UCL에서도 이스탄불 바샥셰히르(터키)전 후반 출전이 유일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전은 모두 벤치에서 몸만 풀다가 끝났다. 그야말로 한 시즌 만에 처량한 신세가 됐다. 리그 103분, UCL 44분, 포칼 90분을 더해 237분이 전부다.

▲ 라이프치히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황희찬(오른쪽)

주전 경쟁에서 밀린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나겔스만 감독이 공격수를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다니엘 올모, 에밀 포르스베리, 은쿤쿠 등을 먼저 활용하고 터키 수페르리가 득점왕 알렉산더 쇠를로트를 먼저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크다. 전술적으로도 황희찬이 나설 기회가 적었다. 나겔스만 감독은 "황희찬에게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라며 기다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결국, 경기력을 올리면서 인상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멕시코, 카타르와의 2연전은 황희찬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특히 멕시코에는 월드컵 당시 풀타임을 뛰면서도 100%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다. 강력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

황희찬도 알고 있다. 그는 축구협회를 통해 "(리그) 초반 좋았던 흐름대로 이어가지 못해 아쉬움이 있다. 큰 팀으로 이적했으니 당연히 경쟁해야 한다. 힘든 부분을 이겨내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 경기력은 당연히 경기를 많이 뛴 선수보다 부족하겠지만, 훈련을 하고 있으니 좋은 경기를 하겠다"라며 의지를 보였다.

또 "아픔이 있었고 패해서 슬펐다. 그래도 (파울루 벤투 감독의 말대로) 복수보다는 준비한 것, 해야 할 것에 집중해서 하면 좋은 경기력과 결과가 나오리라 본다"라며 차분하게 나섰겠다고 다짐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고정된 선수 활용을 즐기는 편이다. 황의조(지롱댕 보르도)가 최전방에 서고 손흥민(토트넘 홋스퍼)-황인범(루빈 카잔)-황희찬이 공격 2선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 선발 기회가 충분히 있다는 뜻이다.

물론 권창훈, 이재성(홀슈타인 킬), 나상호(성남FC), 엄원상(광주FC), 이동준(부산 아이파크) 등 다양한 자원과 경쟁을 해야 한다. 그는 "대표팀에서는 개인적인 것보다 팀적인 부분을 잘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 준비해왔다. 모두 즐기면서 잘 맞춰가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라며 여유를 보였다.

어느새 대표팀 허리를 이루는 나이가 됐다. 이강인(발렌시아), 정태욱(대구FC), 원두재(울산 현대) 등 어린 선수들이 합류했다. 그는 "저보당 어린 선수들이 왔는데 동생들이 더 편하게 적응하도록 돕겠다. 중간 정도 된 것 같은데 형들에게 잘하고 동생들 적응도 친구들과 도와가며 좋은 팀이 되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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