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렉스 퍼거슨도 실수는 한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2009년 5월 27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나섰다. 직전 시즌 첼시를 꺾고 빅이어를 든 그들로선 대회 2연패가 아른거리는 상황.

상대는 리오넬 메시, 티에리 앙리, 차비 에르난데스, 카를레스 푸욜 등이 버틴 당대 최강 바르셀로나였다.

바르사는 레드 데빌스 바람을 무참히 짓밟았다. 유효슈팅 8-2, 점유율 71%에서 보듯 압도적으로 맨유를 유린했다. 2-0으로 완승하며 구단 통산 세 번째 챔스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때 맨유 스리톱 왼편을 책임진 이가 웨인 루니(35, 더비 카운티)였다. 루니는 단호했다. "2009년 챔스 준우승은 알렉스 퍼거슨(78) 감독이 저지른 명백한 실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루니는 최근 제이미 캐러거가 발간한 새 책 '위대한 경기들(The Greatest Games)'에서 "퍼거슨은 (한 수 위 전력인) 바르사를 맞아 역습보다 맞불을 놓으라고 지시했다. 다시 생각해도 무모한 짓이었다"면서 "우리 플레이는 제 손으로 무덤 파는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United dug their own grave). 퍼거슨이 수성의 자세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맨유는 꼼짝없이 완패할 운명에 놓였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당시 퍼거슨을 보좌한 맨유 수석코치 카를로스 케이로스(67)는 높이 평가했다. 케이로스만이 유일하게 '신중론'을 폈다며 그의 상황 판단과 분석력을 칭찬했다.

"결승을 앞두고 퍼거슨이 공격적으로 나서겠다고 하자 케이로스는 그를 설득했다. 바르사를 이길 유일한 길은 다른 곳(카운터)에 있다며 상관을 재고하게 만들었다. 2008년 챔스 우승 때도 그랬다. 케이로스는 신중한 (전술) 제안으로 퍼거슨을 움직였고 그 결과 팀은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었다. 그야말로 퍼기와 맨유에 꼭 필요한 참모이자 전술가였던 셈"이라고 적었다.

▲ 알렉스 퍼거슨(왼쪽에서 둘째) 고집을 지적한 웨인 루니(맨 오른쪽)
하나 2009년은 달랐다. 케이로스 제안도 통하지 않았다. 퍼거슨은 방어적인 플레이를 매우 싫어했고 '맨유 DNA'는 수비에 있지 않다며 강공(强攻)을 고집했다.

루니 표현에 따르면 "선수단 전체가 '오, 이런 젠장'을 외칠" 만큼 당혹스러운 지시였다.

영국 스포츠 전문 매체 '기브미 스포츠'는 10일(한국 시간) "루니의 솔직한 뒷이야기에서 알 수 있는 교훈은 자명하다.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으로 꼽히는 퍼기조차도 늘 성공적인 모습만 보인 건 아녔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다들 수비 지향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주장할 때도 퍼기는 클럽 철학을 고수했다. 퍼거슨 같은 인물도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는 걸 (후대는)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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