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내가 죽던 날'의 김혜수.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12일 개봉, 관객과 만나고 있는 영화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은 김혜수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영화 내적으로도, 또 외적으로도 그렇다.

영화는 이혼을 진행하며 삶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생각하던 형사 현수가 복직을 앞두고 한사건을 마무리하며 시작된다. 외딴 섬에서 지내다 유서 한 장을 남긴 채 사라져버린 소녀의 실종 사건을 자살로 종결하는 일이다. 그러나 고통을 겪어 온 현수의 눈에 소녀의 사건이 아니라 소녀의 마음이 들어오면서 진짜 이야기는 시작된다. 관객은 현수의 시선을 따라 그녀의 고통을, 소녀의 진실을 따라가게 된다. 절망으로 시작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면 전혀 다른 빛을 마주할 수 있다.

김혜수가 형사 현수를 맡았다. 그녀는 실제 자신의 악몽을 떠올리며 인물의 대사를 썼을 만큼 깊이 이입해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큰 일을 겪고 난 사람의 얼굴을 한 김혜수의 현수에게서 그 진심이 전해져온다. 하지만 김혜수의 존재감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 영화 '내가 죽던 날'의 김혜수.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유쾌하거나 짜릿하거나 긴박한 이야기를 선호하기 마련인 주류 영화계에서 제목부터 '내가 죽던 날'인 이 영화의 탄생기는 순탄치 않았다. 김혜수가 '내가 죽던 날'의 시나리오를 처음 접한 건 2018년 초. 장편 상업영화가 처음인 박지완 감독은 '거절당하더라도 가장 함께하고픈 사람에게 거절당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김혜수에게 시나리오를 전달했다. 당시 '국가부도의 날' 촬영을 마친 직후였던 김혜수는 여러 시나리오 중에서 '내가 죽던 날'이란 제목에 마치 카메라가 줌인되듯 이끌렸다고 고백했다. 투자자도 정해져 있지 않은 신인감독의 영화에 마음을 뺏긴 김혜수는 곧 감독과 만났고, 당일 출연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희망을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각기 아픔을 지닌 여성 캐릭터들의 아픔과 어둠이 깔려있는 무게있는 드라마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쉽게 끌지 못했다. 그 지난한 시간에도 김혜수는 자신의 이름을 굳건히 캐스팅보드 맨 윗자리에 두고 영화에 힘을 더했다. 결국 워너브러더스가 투자를 결정하고 쟁쟁한 배우들이 하나둘씩 합류하면서 '내가 죽던 날'은 이듬해 늦여름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왜 그 지난한 과정을 함께했느냐는 질문에 김혜수는 이렇게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용기가 필요한 작품이기도 했을 것 같다. 배우나 제작진도 많은 관객과 기쁨을 나누면서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럼에도 진짜 이런 영화쯤 하나 있어야 하지 않나. 우리는 진짜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막연한 진심 같은 것이 있었다."

▲ 영화 '내가 죽던 날'의 김혜수.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이젠 신뢰의 이름이 된 이정은은 물론이고 사라진 소녀 세진 역의 노정의를 비롯해 김선영 문정희 이상엽 조한철 등, '내가 죽던 날'엔 역할의 경중과 무관하게 묵직한 배우들이 가득 들어차 이야기를 함께한다. 박지완 감독은 "캐스팅 역시도 김혜수 선배에게 기댄 바가 많다"며 공을 돌렸다. 다름아닌 배우 김혜수와 함께하고 싶다며 여러 배우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에도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정은도 인터뷰에서 "대본이 좋았다. 그리고 혜수씨가 한다는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털어놓기도했다. 당시 '기생충' 개봉으로 한창 주가가 급상승했던 그녀 역시 '내가 죽던 날'의 힘이 됐다. 한창 여러 드라마에 출연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던 김선영도 마찬가지. 시나리오를 받은 다음 날 출연하겠다는 답을 해왔다. 극중 김혜수의 친구로 등장하는 김선영은 영화를 하고 진짜 김혜수의 친구가 됐다는 후문이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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