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멕시코와 치른 평가전에서 2-3으로 졌다. ⓒ연합뉴스/AP
▲ 주장으로 고군분투했던 손흥민(가운데) ⓒ연합뉴스/AP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고집도 때로는 유연함이 있어야 한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을 두고 하는 말이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5일 오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비너 노이슈타트 슈타디온에서 열린 멕시코와 평가전에서 2-3으로 역전패했다. 통산 A매치 500승은 카타르전으로 미뤄졌다.

경기를 앞둔 대표팀은 상당히 어수선했다. 출발 과정에서 김민재(베이징 궈안), 박지수(광저우 에버그란데), 김영권(감바 오사카)이 소속팀 차출 거부로 합류가 무산됐다. 홍철(울산 현대)은 전북 현대와 FA컵 결승 2차전 도중 부상을 당했다. 또, 출발이 임박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검사에서는  김진수(알 나스르)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모두가 수비진에서 생긴 일이다. 안타깝게도 오스트리아 현지에서는 조현우(울산 현대), 권창훈(프라이부르크), 이동준(부산 아이파크), 황인범(루빈 카잔)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기를 앞두고 재검사에서는 김문환(부산 아아파크), 나상호(성남FC)도 무증상 확진 판정을 받았다.

돌발 상황이 이어지면서 대표팀 수비는 정상적인 조합으로 나서기 어려웠다. 벤투 감독이 권경원(상주 상무)-정우영(알사드)-원두재(울산 현대)로 구성된 플랫3 수비에 이주용(전북 현대)-김태환(울산 현대)을 좌우 윙백으로 내세운 것이 그렇다.

플랫3 수비에서는 윙백들이 공격에 가담하면 좌우 측면 뒷공간을 잘 메우는 것이 중요하다. 공격 전개 시에는 수비에서 허리를 잘 거쳐 올라가는 빌드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멕시코가 이르빙 로사노(나폴리)-히메네스 로드리게스(울버햄턴)-제수스 코로나(FC포르투) 스리톱이 강하게 압박하는데도 굳이 빌드업만 고수하다 실패했다. 전반에만 서너 차례 실점에 가까운 장면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빌드업 과정에서 볼이 중간 차단되면서 멕시코의 공격 전개로 이어진 것들이었다.

후반 22분부터 25분까지 3분 사이에 내리 3골을 내준 것도 모두 빌드업 과정에서 패스가 끊겨 벌어진 일이었다. 때로는 롱볼이나 과감한 전진 패스로 상대 수비를 흔들어 보려는 시도도 가능했지만, 오직 잔패스에 의한 빌드업이 전부였다. 

선수단 변화가 심한 상황에서 임기응변은 필수다. 이날 선발로 나선 자원 중 원두재, 이주용, 손준호(전북 현대) 등은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자원들로 분류된다. 이들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라 상황별 대응에서 벤투 감독이 요구하는 빌드업을 수행하기에는 아직 몸에 완벽하게 익지 않았다는 뜻이다.

평가전이라는 점에서 장, 단점을 충분히 찾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실전처럼 경기를 운영하며 3명의 교체 카드만 내세웠다. 멕시코는 5장을 충분히 활용하며 선수들의 체력 안배에도 신경 썼다는 점에서 비교됐다.

벤투 감독은 "우리가 수비할 때, 특히 우리 진영에서 공을 뺏기를 경우가 많았다. 공격적으로 빌드업을 나갈 때 뺏긴 경우도 있었고 상대 공격을 차단해 역습을 나갈 시에 바로 소유권을 뺏겨 스스로 어려움을 자초하고 상대에게 기회를 내준 상황이 많았다"라며 상대보다 우리의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스스로도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다. 17일 카타르전에서도 벤투 감독의 고집이 그대로 이어지느냐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그 전에 선수들의 건강 관리가 최우선이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