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현대의 김보경(왼쪽)이 카타르 도하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주요 선수가 다 빠지는 상황에서 성적보다는 건강이 더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다.

전북 현대, 울산 현대, 수원 삼성, FC서울이 나서는 ACL은 지난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된 뒤 18일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중립 경기로 재개됐다. 선수단은 아시아 축구연맹(AFC)의 엄격한 관리에 따라 숙소와 훈련장, 경기장 외에는 이동이 어렵다.

조별로 처한 상황은 제각각이다. E조의 FC서울은 베이징 궈안(중국), 멜버른FC(호주), 치앙라이 유나이티드(태국)와 묶여 있다. 멜버른에 1-0으로 이긴 뒤 ACL이 중단, 베이징과 나란히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F조는 복잡해졌다. 울산 현대는 FC도쿄(일본)에 1-1로 비긴 상황에서 잔여 경기를 소화한다. 상하이 선화(중국)가 18일 퍼스 글로리(호주)를 2-1로 이기며 첫 경기를 끝냈다. 울산은 3위에서 반등해야 한다.

G조는 조호르 다룰 타짐(말레이시아)이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불참하면서 사실상 새로 시작하게 됐다. 수원은 빗셀 고베(일본)에 0-1로 패한 1패를 안고 시작하지만,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두 번의 맞대결을 잘 해낸다면 16강 진출도 충분히 가능하다.

전북 현대가 속한 H조는 다소 복잡하다. 상하이 상강(중국)이 한 경기도 치르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전북은 요코하마 F.마리노스에 1-2로 졌고 시드니FC에 2-2로 비겼다. 1무1패, 승점 1점으로 시드니에 골득실에서 앞서 2위다. 요코하마가 2승으로 1위다. 상하이전 승부가 상당히 중요해졌다.

16강만 진출하면 결승까지 모두 단판 승부라 충분히 도전 가능한 여건이다. 1, 2위로 통과만 하면 홈 앤드 어웨이가 아닌 중립 단판이니 순위에 의한 대진은 사실상 무의미에 가깝다.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같은 리그끼리 만나도 다음 단계로 올라만 가면 된다는 점에서 승점을 확실하게 쌓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K리그가 끝난 뒤 준비라는 점에서 녹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구단마다 크고 작은 부상자는 합류하지 못했다. 전북은 오른쪽 측면 수비수 이용과 공격형 미드필더 쿠니모토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수원은 공수의 핵인 애덤 타가트와 헨리가 부상 부위 통증이 가시지 않아 국내에 잔류했다. 서울은 기성용, 고요한, 알리바예프가 제외됐다. 부상으로 컨디션이 100%가 아니라 빠졌다.

그나마 울산이 100%에 가까운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이청용이 컨디션을 회복했고 주니오, 불투이스 등 가용 자원이 풍부하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평가전을 치렀던 올림픽 대표팀의 이동경과 설영우도 합류해 힘을 얻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빈에서 평가전을 가졌던 A대표팀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26명 중 7명이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히 울산은 주전 수문장 조현우가 확진, 여전히 숙소에 격리된 상태로 있다. 조별리그에서는 사실상 활용 불가다. 국내 복귀로 기울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베테랑 조수혁이 애를 써야 한다.

▲ 수원 삼성이 18일 카타르 도하에서 첫 훈련을 소화했다. ⓒ수원 삼성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는 이들은 ACL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울산의 경우 경기에 나서지 않았던 정승현이나 원두재, 김태환이 정상적으로 도하에 도착, 선수단에 합류해 유전자 증폭검사(PCR)를 받고 대기 중이다.

하지만, 서울은 미드필더 주세종과 측면 수비수 윤종규가 빠진다. 오스마르, 한찬희, 고광민 등이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역시 ACL에 나서지 않기로 한  전북의 이주용, 손준호와 함께 20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를 거쳐 귀국한다. 팀에 합류했다가 변수 발생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판단에서다.

울산에는 대체자가 많아 다행이지만, 전북은 조금 다르다. 왼쪽 측면 수비수 이주용이 빠지면서 만능에 가까운 최철순이 부담을 안고 뛰게 됐다. 대체자 박원재가 있지만, 올해 플레이코치 역할을 하느라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얼마나 정상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손준호가 빠진 자리는 김보경에 이수빈까지 있어 걱정하지 않지만, 측면이 관건이다. 감비아 대표팀에 차출됐던 모두 바로우의 경기력에 기대야 한다.

수원은 베테랑 염기훈이 빠지는 대신 준프로 계약을 맺은 정상빈, 손호준 등 고3 선수에 강현묵, 안찬기로 이어지는 젊은피에 기대를 건다. 성적보다는 사실상 내년을 겨냥한 행보다. 좋은 결과가 뒤따른다면 덤이다.

수원 임시 주장 김민우는 "K리그를 마치고 다시 새로운 대회를 준비하다 보니 선수들의 동기 부여나 분위기를 만드는 게 쉽지는 않다"라며 "힘들고 어려움 속에서도 대회를 치를 수 있다는 데 감사하다. 우리 팀뿐 아니라 대회에 출전한 모든 팀, 스태프 모두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고 안전하게 마무리될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완주 그 자체에 무게를 뒀다.

전북 김보경은 "ACL은 녹아웃 스테이지로 열리는 대회로 한 경기 한 경기가 매우 중요하다. 매 경기 결승에 임하는 자세로 나서겠다"라며 "손준호, 이주용이 함께하지 못하지만, 그들 몫까지 최선을 다해 반드시 승리하겠다"라며 최선을 약속했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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