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류지현 감독. ⓒ LG 트윈스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 임창만 영상기자] LG 류지현 감독이 19일 잠실구장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현역 시절 등번호 6번을 그대로 달고 취재진 앞에 선 그는 "LG는 신인으로 입단해 27년간 몸담은 숙명이자 가족 같은 팀이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프런트 모두와 협업해 더욱 발전한 LG를 만들겠다. 내 야구를 선수들에게 주입하기보다, 선수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이 내 숙제다. 그동안 LG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제는 그 사랑을 돌려드려야 한다. 신바람 LG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취임사를 남겼다. 

이어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그동안 자신이 생각한 LG의 야구, 감독 류지현의 장단점 등 여러 질문들에 대해 솔직한 대답을 내놨다. 

- 코칭스태프 구상은 어떻게 하고 있나.

"코로나19 때문에 시즌 전체가 늦춰졌다. 시즌 마지막 경기 후 취임까지 시간 여유가 없었다. 계속 코칭스태프 선임을 진행하고 있다. 김동수 수석코치는 확정이다. 외부 영입도 생각하고 있고, 기존 코치까지 더해 최선을 만들어보겠다."

- 신바람 야구란 어떤 야구인가.

"소극적인 플레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1994년 입단했을 때는 프로가 뭔지도 잘 몰랐다. 이광환 감독님께서 프로의 정신자세를 많이 알려주셨다. 운동장 안에서는 신났으면 좋겠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플레이하면 팬들과 함께 신이 나지 않을까 싶다."

▲ LG 팬들이 류지현 감독 취임을 축하하며 보낸 화환. ⓒ LG 트윈스
- 구단 사무실 앞에 팬들이 보낸 화환이 있더라. 팬들의 환영이 큰 의미가 있을텐데.

"이천에서 오전 일정을 마치고 넘어왔다. 사무실 오다가 깜짝 놀랐다. 50살(우리 나이)이라 내가 오빠가 맞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좋은 기억을 갖고 계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 다음 시즌 구상에서 외국인 선수를 빼놓을 수 없는데.

"(전력 구성에 대해)지금도 계속 협의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도 마찬가지다. 단장님이 더 잘 알고 계실 거다. 투수코치, 구단과 협의해서 최적의 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 우리 선수단에서는 2루수가 약점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뛰어준 선수들도 장점을 갖고 있다. 선수들을 끝까지 믿으려고 한다. 선수단 보강은 구단과 잘 협의해서 결정하겠다."

- 신바람 야구를 하려면 뭐가 더 필요할까.

"냉정하게 판단하면 세밀한 야구가 부족했다. 고비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점을 강조하려고 한다. 나도 선수들을 잘 알겠지만, 선수들도 나를 잘 알 거라 생각한다. 마무리 훈련부터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시간이 많지 않다. 대신 알고 지낸 시간이 길기 때문에 맞춰가는데 필요한 시간은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잘 준비한다면 팬들까지 신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현수가 오면서 선수들끼리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경기력도 칭찬하고 싶지만 그보다 더 칭찬하고 싶은 것이 그런 점이다. 내가 원했던 분위기다."

- 아쉬운 성적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또 선임하자마자 우승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는데.

"(웃으며)우승이라는 말을 쓰지는 않았다. 2년 연속 4위를 했으니 기대치가 클 것이다. 내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류중일 감독님이 3년 동안 주전을 확실히 만들어주신 덕분에 선수들이 편하게 경기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그 선수단을 토대로 완성하는 것이 내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 현역 시절 류지현 감독. ⓒ LG 트윈스
- 창단 첫 트윈스 프랜차이즈 출신 감독인데, 장단점이 있다면.

"장점은 눈빛만 봐도 안다는 점,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데이터가 있다는 점이다. 단점은 너무 한 팀에만 있어서 다른 팀의 특징을 모를 수 있다. 우물 안 개구리일지도 모른다. 2005년 코치로 일하면서 이 단점을 크게 느꼈다. 그래서 2007~2008년 시애틀 연수를 택했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2년이 지금 이 자리에 오게 한 배경 아닌가 싶다."

- 이광환 감독과도 대화를 나눴는지.

"선임 소식을 듣고 처음으로 류중일 감독님께 연락드렸다. 그 뒤로 연락이 많이 와서 먼저 전화는 못 드렸는데, 이광환 감독님께서 먼저 문자를 주셨다. 바로 전화를 드렸다. 나에게 시간이 더 있다면 제주도에 가서 이광환 감독님을 찾아뵙고 LG의 발전을 위해 조언을 듣고 싶다. 아직도 LG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시다.

- 여러 감독을 만나면서 '감독관'이 생겼는지.

"많은 감독님들을 모셨다. 1990년대 LG 전성기 때는 임기를 못 채우고 나가시는 분들이 없었다. 그 뒤로 임기를 못 채우는 분들이 많았다. 가장 존경하는 분은 이광환 감독님이고, 류중일 감독님께도 많은 점을 배웠다. 선수들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웠다. 시즌 끝난 뒤 류중일 감독님이 '가슴 속에 참을 인 세 개를 갖고 있으라'고 하셨다. 그런 조언들이 가슴 속에 남아있다. 언제까지 감독을 할지 모르겠지만 그 조언을 안고 있겠다."

- 구본무 회장과 추억을 언급했는데.

"내가 팀에 들어왔을 때는 부회장이셨다. 1994년을 돌아보면 부회장님이 계열사 사장 이름보다 야구선수 이름을 더 잘 알고 계셔서 놀랐다. 선수들을 진주에 한 번씩 초대해서 편하게 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기도 하셨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런 트윈스를 향한 애정을 생각하면 돌아가시기 전에 우승을 못 보여드려 죄송하다. 그런 의미에서 사명감이 생긴다."

- 차명석 단장이 인터뷰에서 '데이터 분석'에 밝은 사람을 찾겠다고 했다.

"수석코치를 했지만 수비 파트도 맡고 있었다. 수비 외에 다른 데이터는 많이 보지는 못했다. 지금까지는 내가 만든 데이터, 구단이 만든 데이터를 합쳐서 활용했다. 첫 번째 해야 할 숙제는 투수 쪽이라고 생각한다. 이천에서도 투수코치들과 미팅을 가장 먼저 했다. 지속적으로 투수코치의 방향성, 투수들의 성향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하려고 한다. 데이터 분석팀에 12명이 있다. 보통은 코칭스태프 미팅에 코치들만 참여한다. 그 미팅에도 데이터 분석팀장까지 들어와서 같이 소통하면 더 나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 가장 까다로웠던 질문이 있다면.

"다 어려웠다. 지금은 편하게 말할 수 있지만 그 자리는 시험을 보는 자리였다. 차명석 단장과도 오래 알고 지낸 사이지만, 거기서는 감독 후보로 만났기 때문에 쉽지는 않았다. 내 소신을 준비한 덕분에 면접을 수월하게 풀어간 것 아닌가 싶다."

▲ 류지현 감독 취임식. ⓒ LG 트윈스
- 눈빛만 봐도 선수들을 안다고 했다. 가까이서 본 LG의 강점, 내년 주장은 누구.

"주장은 김현수다. 16일에 선수단 미팅이 있었는데 그때 김현수를 먼저 만났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만 시킬 수는 없어서 미리 만나봤는데 팀을 위해 희생하겠다고 해줘서 고맙대고 했다. 김현수가 LG에 와서 팀 분위기를 바꿔줬다. 김현수 만한 주장은 없다고 생각한."

"우리 강점은 라인업이 안정됐고, 백업 뎁스가 강화됐다는 점이다. 내년을 위해 여러가지를 준비하고 구상해야겠지만 백업 활용폭을 지금보다는 늘리려고 한다."

- 감독과 수석코치 모두 LG에서 신인왕을 차지했다. 어떤 조화를 보여줄까.

"신인왕 출신은 지금 깨달았다. 수석코치를 김동수 코치로 정했는데, 두 사람이 투수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하는 분이 계신 것 같다. 배터리 코치를 오래 하다보면 투수 파트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배터리 코치로 경험이 많은 김동수 코치를 수석으로 선임했다."

- 현역을 더 할 수 있었는데 LG에 남기 위해 빨리 은퇴한 것으로 안다. LG가 그만큼 큰 의미 있는 팀이라는 뜻일텐데.

"의미가 크다. 당시 주사위로 LG와 OB가 지명권 우선 순위를 정했다. 4학년 때 야구를 못 해서 주사위를 안 굴리고 LG에 올 수 있었다. LG에 오고 싶었고, 올 수 있었다. 좋아하는 팀에 왔기 때문에 남다른 애정이 있었다. 선수로 뛰면서 그 애정이 깊어졌다. 야구를 못 해서 일찍 은퇴했다. 그 과정을 다시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팀에서 즐겁게 야구했고 코치까지 27년을 머물렀다. 이제 정말 보답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서로를 잘 안다. 내 색깔을 주입할 생각은 없다. 선수들 마음 속으로 들어가보면 좋은 생각을 얻거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서로의 시너지가 모이다 보면 팀이 강해질 거라 믿는다. 선수들은 상식에서 벗어나는 행동만 하지 않으면 좋겠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출전 정지나 벌금 같은 징계로 끝나지 않는다. 선수들이 더 잘 알거라 생각한다. 가끔 사고들이 있었지만 프로선수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라고 생각한다."

- 내년에도 목표는 우승인가.

"우승하고 싶다. 하지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정이 중요하다. 과정을 잘 밟아나가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 류지현 감독 취임식. ⓒ LG 트윈스
- 마무리 훈련부터 스프링캠프까지 이천에서 할 가능성이 높다. 예전과 다른 환경인데.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걱정되는 점은 투수들의 컨디션 조절이다. 보통은 개막에 맞춰 날짜를 계산한다. 날씨 같은 점들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부상도 걱정이다. 다행히 김용일 수석 트레이닝 코치가 12월과 1월 오프시즌 준비를 잘 하고 있다. 김용일 코치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던 선수들이라 그 체계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잘 준비해서 올 거라는 기대는 있다.

- 별명 '꾀돌이', '연봉조정 신청 승자' 같은 족적을 남겼다. 감독 유지현은 어떤 사람인가.

"연봉 조정 같은 얘기는…빨리 두 번째 사례가 나왔으면 한다. 아직도 내 이름이 나온다. 훌륭한 선수가 한 번쯤 두 번째 사례를 만들었으면 한다. 내 색깔, 어떤 리더십을 물어보면 거창하지는 않지만 '이청득심'이라는 말을 한다. 상대의 말을 듣고 마음을 얻어 공동체가 된다는 뜻이다. 그것이 소통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려 한다. 사람이니까 흔들릴 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 방향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겠다."

- 이천에서 신인들이 훈련하고 있는데, 만나봤는지.

"마무리 훈련은 2020년 입단 선수들까지만 참가한다. 2021년 신인들은 교육 프로그램을 받는다. 오전에 교육, 오후에 훈련인데 일부러 안 가고 있다. 담당하는 분이 따로 있다. 자연스럽게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 LG 팬들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어떤 분들은 열정이 과하다고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선수들이 못 했을 때 팬들의 댓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그런 관심을 받지 못하면 프로가 아니다. 지나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 감독이 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텐데.

"우리 둘째가 4학년이다. 아이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것도 감독의 일이라고 하시더라. 아직 그 정도가 어느정도인지 모르겠지만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것도 감독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신다. 스트레스 덜 받게 하겠다.

- FA 외부 영입에 대한 생각은.

"원래 갖고 있던 생각이 있다. 감독 욕심으로 FA를 영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구단 마음만 갖고 영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보다 구단에서 더 고민할 거라고 생각한다."

- LG 팬들에게.

"기자회견 들어오기 조금 전까지 팬들을 만났다. 아흔 되신 할머니 팬이 아드님과 오셨더라. '반갑다, 기다렸다'고 하셨다. 그 이상의 표현이 있을까 싶었다. 팬들께 (사랑을)돌려드리는 일만 남았다. 최선을 다해서 많은 즐거움을 드리도록 노력하겠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 임창만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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