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소형준의 눈부신 가을은 뜨거운 눈물과 함께 막을 내렸다. 두산과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최주환에게 홈런을 맞은 뒤 아쉬워하고 있는 소형준. ⓒ곽혜미 기자
-kt의 첫 가을야구 성공적으로 이끈 소형준
-1차전 깜짝 역투 그러나 4차전 통한의 홈런
-“PO 탈락 후 팬분들 보면서 눈물이 왈칵”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그래도 홈런 맞은 뒤로는 정신을 차렸는데….”

짧지만 강렬했던 기억을 남긴 가을야구를 되돌아본 ‘영건 에이스’ 소형준(19·kt 위즈)의 얼굴에는 여러 표정이 교차했다.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릴 때면 미소를 숨기기 어려웠지만, 아쉬운 장면이 스쳐 지나갈 때는 짙은 쓴웃음이 가득했다.

kt의 사상 첫 포스트시즌을 이끈 소형준을 19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났다. 올 시즌 데뷔해 페넌트레이스와 가을야구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소형준은 “플레이오프(PO) 이후 집에서 며칠 동안 잠만 잤다. 외출은 가끔 밖에서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는 정도였다”면서 웃으며 근황을 전했다.

이어 “한국시리즈는 간간이 챙겨보고 있다. 내가 뛸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은 잊은 지 오래다”고 덧붙였다.

소형준은 두산 베어스와 PO에서 성공적인 가을야구 데뷔전을 치렀다. kt의 사상 첫 포스트시즌 경기였던 1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와 6.2이닝 3안타 1볼넷 4삼진 무실점 호투하며 특급 신인의 존재감을 뽐냈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었다. 1승2패로 뒤진 4차전에서 4회말 구원투수로 나와 최주환에게 결승 2점홈런을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kt의 첫 가을야구도 이날 막을 내렸다.

▲ kt 소형준이 19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원, 고봉준 기자
소형준은 “1차전 끝나고 내가 나온 기사를 많이 봤다. 좋은 내용이 많아서 뿌듯했다. 그런데 4차전 끝나고도 기사가 많더라. 물론 아픈 내용 위주였지만, 그래도 챙겨는 봤다”고 웃었다.

4차전 뒷이야기도 조심스럽게 전했다. 소형준은 “4차전 전날 등판할 수도 있다고 언질은 받았다. 그리고 당일 경기 초반부터 몸을 풀었다”면서 “최주환 선배에게 던진 공은 실투였다. 선배께서도 인터뷰 때 말씀하시더라. 사실 내가 최주환 선배 상대로 9타수 무안타로 강해서 자신감을 갖고 던졌는데 타자가 유리한 3볼-1스트라이크에서 공이 가운데로 몰렸다. 아차 싶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제 갓 프로로 데뷔한 신예로선 압박감을 회피하기가 쉽지 않은 경기였다.

소형준은 “고척스카이돔 불펜은 지하에 있어서 현장 분위기를 느끼기가 쉽지 않더라. 그곳에서 몸을 풀기는 처음이었는데 콜을 받고 올라가니 분위기 적응이 정말 어려웠다. 그래서 크게 숨을 쉰 뒤 공을 던졌지만, 결과는 홈런이었다”고 아쉬워했다.

소형준의 홈런 허용으로 기세를 내준 kt는 결국 가을야구 여정을 마감했다. 경기 후 덕아웃은 눈물로 가득할 뿐이었다. 새내기 소형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 kt 소형준이 13일 두산과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홈런을 내준 뒤 아쉬워하고 있다. 뒤로는 환호하고 있는 두산 선수단이 보인다. ⓒ곽혜미 기자
소형준은 “6회 마운드에서 내려오자마자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그러나 경기가 진행 중인 만큼 꾹 참았다”면서 “그런데 게임이 끝나고 선수단이 도열해 팬분들에게 인사를 하는데 많은 분들께서 박수를 쳐주시더라. 그때 지난 1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사실 다른 형들도 많이 울었는데 그때 내가 워낙 정신이 없던 터라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멋쩍게 웃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야구장으로 나온 소형준은 더 희망찬 2021년을 꿈꾼다. 그러기 위해선 남은 연말을 알차게 보내는 일이 중요하다.

소형준은 “당분간 잘 쉬고, 또 회복훈련을 충실히 소화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려고 한다.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재확산되면서 걱정이 크지만, 기회가 된다면 가족끼리 여행을 가면서 분위기도 전환하고 싶다”고 연말 계획을 이야기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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