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정적인 구단 사랑으로 유명한 김택진 NC 구단주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한국시리즈는 ‘우승팀’이라는 명예를 위한 싸움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보너스에 대한 동기부여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시리즈 우승팀은 두둑한 배당금을 받는다. 여기에 그룹의 격려금까지 더해진다. 이른바 ‘보너스 잔치’가 당당하게 이뤄진다. 선수단이나 프런트의 기대감도 크다.

보너스 잔치가 가장 제대로 벌어질 수 있는 판은 ‘통합우승’이다.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 달리 KBO에서 관할한다. KBO가 전체 포스트시즌 수익 중 약 40% 초·중반 수준으로 알려진 운영 비용(경기장 대관·선수단 지원·경기 운영 비용 등)을 제한 나머지를 분배한다. 정규시즌 우승팀이 가장 먼저 20%를 가져가고, 거기까지 남은 금액은 포스트시즌 순위대로(한국시리즈 우승은 50%) 나눠주는 구조다. 이 때문에 정규시즌 우승을 하느냐 마느냐가 포스트시즌 배당금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매년 포스트시즌 경기 수와 흥행에 따라 배당금은 달라지지만, 지난해의 경우 두산은 통합우승의 대가로 약 27억 원 정도의 배당금을 받았다. 그 다음이 그룹 보너스다. 그리고 올해 KBO 구단들의 관심을 모으는 것이 바로 이 그룹 보너스다. 코로나19 시대라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산정 자체가 애매해진 경향이 있다. 

메리트 제도가 철폐되면서 각 구단들은 포스트시즌 보너스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시리즈 우승팀의 경우 전체 배당금의 50% 수준에서 그룹 보너스를 주기로 했다. 지난해 두산의 사례를 예로 들면, 전체 27억 원의 배당금의 50% 수준은 13~14억 원 안팎이다. 실제 이 정도 안팎에서 그룹 보너스가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치면 약 40억 원 수준의 보너스를 선수단과 프런트가 나눈다. 감독을 비롯한 S급 선수가 받는 보너스는 1억 원이 넘는다.

그런데 올해는 배당금 자체가 현격하게 적다. 코로나19 여파로 관중을 전체 입장 정원의 50%, 30%밖에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경기 운영 비용이 50%, 30%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관료는 비슷한 수준이고, 선수단에 들어가는 제반 비용도 예년과 대동소이하다. 오히려 코로나19 탓에 더 많은 인원을 경기장에 투입하는 바람에 운영비가 더 들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구단 관계자들은 “50%, 30% 받아서는 남는 게 별로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배당금의 50% 수준’이라는 그룹 보너스는 어떻게 될까. 일단 명문화된 규정은 아니다. KBO 관계자는 18일 “메리트를 금지하면서 한국시리즈 우승팀에 한해 배당금 규모 내에서 보너스를 줄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그때 한도를 (명문화로) 정한 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50% 룰은 구단 간 합의사항으로 보면 된다. 그 이후 그 정도 선으로 구단들이 지급해 왔다”고 덧붙였다. 강제 사항은 아닌, 구단들 사이의 암묵적인 룰이었던 셈이다.

▲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NC는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노린다 ⓒ곽혜미 기자
당시 이에 합의한 전직 구단 사장은 “무분별한 메리트 제도를 없애자는 취지에서 도입했고, 그 이후 50% 선의 룰은 잘 지켜져왔다”고 설명했다. KBO 관계자 또한 “명시된 사항은 아니지만 10개 회원사가 합의한 사항이기에 지금까지 계속 지켜진 것이 아닐까”라면서 “지난 이사회에서 몇몇 사장들이 이 문제를 두고 논의를 했던 것 같기는 한데 정식 안건도 아니었고 ‘올해는 예외를 두기로 한다’고 결정된 사항도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는 구단들끼리의 ‘양해’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구단 단장은 “KBO 기금에서 배당금을 쓰자는 이야기는 중하위권 구단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상황이 이런데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강요하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했다. 누가 우승을 할지는 아직 모르지만, 관심을 모으는 구단은 야구단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김택진 구단주가 이끄는 NC다. 두산보다 NC인 이유는, 일단 정규시즌 우승팀으로 '보너스 잔치'의 기본적인 조건을 채운 2020년 유일의 팀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 구단주가 시즌 중 선수들과 만나 한국시리즈 우승시 거금의 보너스를 약속했다”는 말도 들린다. 확인되지 않았으니 이런 뒷이야기는 뒤로 하더라도, 김 구단주가 뭔가 큰 선물을 줄 것이라는 명제 자체는 대다수 야구 관계자들이 동의한다. 그만큼 야구단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고, 성과에 대한 보상은 확실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오너이기에 그렇다.

코로나 사태가 없었다면 NC 또한 올해 배당금의 50% 수준에서 그룹 보너스를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기분이 아무리 좋아도 이를 어기면 어쨌든 10개 구단이 합의한 사항을 깨뜨리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됐다면, 배당금이 많지 않을 올해는 NC의 그룹 보너스는 어느 정도 자율성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연히 ‘적어도 선수들이 다른 팀의 예년 수준은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가 있고, 나머지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합의의 생태계를 깨지 않는 수준이라면, 그것까지 뭐라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예년보다 그룹에서 나가는 돈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귀결되는 이유다. 매일 경기장에 나와 뜨겁게 응원하는 김택진 구단주의 애착을 볼 때, 보너스를 아끼지는 않을 것 같다. NC 선수단에는 동기부여가 될 법하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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