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김민규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내성적인 성격이) 바뀌진 않았지만, 노력은 많이 했어요."

우완 김민규(21)는 휘문고를 졸업하고 2018년 신인 2차 3라운드 30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신인 때부터 코치진은 김민규가 좋을 공을 갖고 있다고 입을 모았는데, 딱 하나 마운드에서 조금 더 자신 있고 활발하길 바랐다. 

2018년 11월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 막바지였다. 당시 캠프를 지휘한 권명철 현 2군 투수 총괄 코치는 지친 선수들에게 레크리에이션을 제안했다. 권 코치는 김민규를 지목해 "노래 한 곡 하자"라고 이야기했다. 

권 코치는 "다들 지쳐 있으니까 즐겁게 하자는 의미도 있고, 민규가 평소 성격이 조용하다. 투수는 조금 활달한 게 마운드에서 도움이 된다. 2군 코치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시키면 빼지 않고 또 잘한다고 하더라. 랩을 잘한다고 해서 한번 이야기해봤다"고 설명했다. 김민규는 수줍어하긴 했지만, 완벽한 랩으로 선수들에게 박수를 받으며 분위기를 완벽히 띄웠다. 

2년이 흐른 지금. 21살 김민규는 마운드 위 파이터로 변신해 포스트시즌 두산 마운드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포스트시즌 전부터 "지금 민규가 가장 공이 좋다"며 불펜은 물론이고 필요하면 선발, 또는 롱릴리프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카드로 기대감을 보였다. 

김민규는 두산의 한국시리즈행에 큰 힘을 보탰다. 지난 10일 kt 위즈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 처음 나섰을 때는 1이닝 3피안타 2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13일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선발 유희관이 ⅓이닝 만에 내려간 가운데 4⅔이닝 무실점으로 버티며 승리를 챙겼다. 18일 NC 다이노스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는 마무리 투수 이영하가 무너져 5-1에서 5-4까지 쫓긴 9회 1사 후 등판해 ⅔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시리즈 1승1패 균형을 맞추는 결정적 임무를 해냈다. 

한국시리즈 2차전 MVP 김재호는 "민규가 지난해만 해도 공이 진짜 좋은 투수인데, 캠프 때 감독님 앞에서는 자기 실력을 다 못 보여줘서 안타까웠다. 정말 좋은 투수인데 약간 적응을 못 한 느낌이 있었다. 올해는 완전히 탈피했다. 민규만큼 던져주는 투수가 없다. 앞으로가 기대된다. 정말 잘 던질 것 같다"고 힘을 실어줬다. 

김민규는 성격이 바뀌진 않았지만, 마운드 위에서 자신감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성격은) 노력을 많이 했다. 마운드에서는 많이 바뀐 것 같다. 마운드에서 당당하게 있으려 노력했고, 속으로 '내가 최고다'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많이 바뀐 것 같다"고 했다. 

마운드에서 '내가 최고다'라고 속으로 외친 다짐은 이제 팬들의 응원으로 바뀌고 있다. 큰 무대에서도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지는 김민규에게 팬들은 "최고"라고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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