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그 최고의 포수 양의지(NC 다이노스)도 실수하는 날이 있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 안방마님 박세혁(30)이 리그 최고의 포수로 평가받는 양의지(33, NC 다이노스) 앞에서 웃었다. 

두산은 2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NC와 3차전에서 7-6으로 역전승했다. 난타전 양상으로 이어진 가운데 실책이 승패를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NC는 실책 3개를 쏟아내며 자멸했다. 

양의지는 4번타자를 맡을 정도로 장타력이 빼어난 타자지만, 포수의 기본인 수비 안정감 역시 빼어나다. 상대 타자의 허를 찌르는 볼 배합은 물론이고, 투수의 컨디션을 빠르게 파악해 그날 가장 좋은 공을 활용하는 쪽으로는 타고났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NC와 4년 125억 원 FA 계약이 이뤄진 이유다.

그 천하의 양의지가 2차례 포구 실패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문제 상황은 6-6으로 맞선 7회말에 나왔다. 임정호가 선두타자 최주환을 9구 싸움 끝에 사구로 내보냈다. 

최주환은 대주자 오재원으로 교체됐고 무사 1루 김재환 타석이 됐다. 타격감이 좋지 않은 김재환은 희생번트를 시도했는데 초구는 파울이 됐다. 이후 2차례 볼이 연달아 들어왔고, 2번째 볼에 오재원이 2루로 향했다. 양의지가 팔을 뻗어 잡기 힘들 정도로 공이 벗어나 들어오긴 했지만, 포구에 실패해 오재원의 도루를 막을 기회를 날렸다. 4구째 볼 역시 양의지가 포구하지 못하면서 오재원이 3루를 향했다. 기록은 폭투였지만, '평소 양의지라면'이라는 물음이 붙는 수비였다. 김재환은 풀카운트에서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 

결국 투수는 임정호에서 김진성으로 교체됐고, 이어진 1사 1, 3루에서 김재호가 중전 적시타를 때려 7-6이 됐다. 오재원에게 쉽게 2, 3루 진루를 허용한 게 3차전은 물론 시리즈 흐름까지 뺏기는 원인이 됐다. 

▲ 두산 베어스 포수 박세혁 ⓒ 한희재 기자
반대로 박세혁은 도루 저지로 NC의 마지막 반격 흐름을 끊었다. 8회초 선두타자 강진성이 좌전 안타로 출루한 뒤 대주자 이재율로 교체된 상황이었다. 다음 타자 알테어 타석에서 이재율이 2루로 뛰었고, 박세혁은 빠르게 2루로 송구해 이재율을 잡았다. NC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으나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알테어까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순식간에 2사 주자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박세혁은 시리즈 전부터 도루 저지에 자신감을 보였다. NC 리드오프 박민우가 뛰는 야구를 하겠다고 선언하니 박세혁은 "NC도 많이 뛰지만, kt가 포스트시즌 들어와서 많이 뛰었다. (kt 주자들을) 저지하고 진루를 막으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자신 있다"고 이야기했다. 공언한 대로 박세혁은 도루 저지로 NC의 흐름을 끊은 뒤 오른팔을 번쩍 들고 세리머니를 했다. 

양의지와 박세혁은 시리즈 시작 전부터 우승 포수 대결로 눈길을 끌었다. 양의지는 두산 시절인 2015년과 2016년, 박세혁은 지난해 '우승 포수' 타이틀을 달았다. NC에서 첫 우승 포수에 도전하는 양의지와 2년 연속 정상을 지키려는 박세혁.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두 포수의 자존심 싸움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해지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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