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두산 베어스 박치국, 김강률, 김민규, 홍건희 ⓒ 한희재,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누가 안 되면 누가 해주는 게 우리 선수들 같아요."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의 말이다. 두산은 2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7-6으로 재역전승했다. 선발투수 최원준이 2⅔이닝 3실점, 2번째 투수 홍건희가 1이닝 3실점으로 무너지며 패색이 짙다고 생각했을 때 3번째 투수 김강률이 일을 냈다. 김강률은 2⅔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버티며 달아오른 NC 타선을 잠재우는 데 큰 몫을 해냈다. 

김 감독은 "(김)강률이가 사실 확실히 믿는 카드는 아니었다. (함)덕주랑 다 준비시키려 했고, (홍)건희가 길게 가주길 바랐다. 역시나 홍건희는 제구 문제가 나타났다. 강률이가 중요한 몫을 잘해줬다. 누가 안 되면 누가 해주는 게 우리 선수들 같다"고 답하며 웃어 보였다. 

김강률은 "팀에서는 고참이 끌고 가야 할 때도 있는데, 젊은 선수들이 잘해줘서 미안할 때도 있다. 1승1패로 중요한 경기에서 한 걸음 앞서 나가는 경기를 했다. 오랜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냉정하게 두산은 지금 5이닝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투수가 크리스 플렉센과 라울 알칸타라 둘뿐이다. 플렉센과 알칸타라도 지난달부터 4일 로테이션을 마다하지 않으며 빡빡한 일정을 이어 간 탓에 피로가 쌓여 있다. 그래도 최고 구속 153~154km 직구를 던지며 마지막 힘을 짜내고 있다. 

국내 선발진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원준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불펜으로 전향해 2경기, 1승, 2⅔이닝 1실점으로 활약했으나 선발로 돌아온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무대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일 kt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2⅔이닝 1실점에 그친 뒤 강판했다. 4선발 유희관은 13일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⅓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온 뒤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국내 선발투수들이 무너져 패색이 짙다고 생각할 때마다 영웅처럼 불펜 영건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두산이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이유다. 최원준이 조기 강판된 플레이오프 2차전에는 박치국(2이닝)과 홍건희(2⅓이닝)가 버텨준 덕에 승리할 수 있었고, 유희관이 조기 강판된 플레이오프 4차전에는 김민규가 4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공이 컸다. 김민규는 지난 18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는 마무리 투수 이영하가 9회 5-1에서 5-4를 만들며 흔들릴 때 구원 등판해 ⅔이닝 1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기도 했다.

최원준과 홍건희가 일찍 무너진 이날은 김강률과 박치국(1⅓이닝), 이승진(1⅓이닝)이 버텨주며 1점차 승리를 지켰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선발투수가 조기 강판된 경기마다 두산은 불펜 투수들 덕에 수월하게 버티며 승리까지 챙길 수 있었다. 

두산을 상징하는 화수분 야구는 가을에도 예외가 없었다. 위기라고 생각할 때마다 복덩이가 하나둘 튀어나오면서 우승에 한 걸음씩 가까워지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