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이승진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이)승진이 많이 컸다."

배영수 두산 베어스 불펜 코치는 성장형 파이어볼러의 활약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주인공은 우완 이승진(25). 이승진은 지난 5월 SK 와이번스와 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이승진은 좋은 직구와 커브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다듬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었다. 최고 구속은 140km 초반을 맴돌았다. 

올여름 2군에서 구슬땀을 흘릴 때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게 배 코치다. 배 코치는 김원형 투수 코치가 준플레이오프를 마치고 SK 감독으로 가기 전까지 2군에서 투수 육성에 힘쓰고 있었다. 이승진은 이때 배 코치를 비롯한 2군 투수 코치진의 도움을 받아 밸런스를 찾으면서 시속 150km 직구를 던지는 파이어볼러가 됐다. 약 2개월 만에 구속 8km를 끌어올리는 것은 놀라운 변화였다. 

이승진은 "배영수 코치님이랑 2군에 있을 때 (김)강률이 형, (이)동원이 형, 나까지 3명이 공이 빠른 투수들이었다. 나는 그때 시속 142km가 나올 때라 '넌 아직 파이어볼러가 아니다'라고 하셨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런 이승진이 정규시즌에 필승조까지 자리를 잡고, 포스트시즌 무대에서도 씩씩하게 강속구를 던지고 있으니 스승은 뿌듯할 수밖에 없다. 배 코치는 이승진에게 "많이 컸다"고 말하며 웃었다. 

배 코치가 이승진에게 한결같이 "생각을 많이 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2군에서도 "투수는 공격해야 한다. 생각을 많이 하지 말고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라"고 했는데, 이승진은 "지금도 2군에 있을 때처럼 '생각하지 말라'고 똑같은 말을 해주신다"고 했다. 

이승진은 SK 시절에도 가을을 경험한 적이 있지만, 마운드에 오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두산이 올해 포스트시즌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8경기에 등판해 1세이브, 3홀드, 7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에는 4차전까지 개근했다. 

이승진은 "2018년 SK에 있을 때는 문지기였다. 불펜에서 문을 열어주는. 지금은 중요한 상황에 나가니까 뭔가 뿌듯하면서도 진짜로 중요한 순간에 나가서 잘못하면 질 수도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진중하게 나가고 있다. 솔직히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내게는 (올 시즌이) 기적인 것 같다"며 기적의 결실을 볼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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