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한국시리즈에서 최악의 기억을 남긴 김재환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김재환(32·두산)은 5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안타를 치지 못하자 방망이를 내던졌다. 스스로에 대한 불만이었다. 결국 김재환이 터지지 않은 두산도 한국시리즈 2연패에 실패했다. 대타 한 번 쓰지 않은 김태형 두산 감독의 운영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두산은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타선의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2-4로 졌다. 시리즈 전적 2승4패로 NC의 통합 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룬 두산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했으나 마지막 단계를 넘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선발 라울 알칸타라는 5회까지 1실점으로 버티며 경기를 잡아줬다. 이미 체력적으로 크게 지친 알칸타라로서는 자기 몫을 다했다고 볼 수 있는 등판이었다. 결국 타격이 문제였다. 1회 2사 1,2루, 2회 1사 만루, 4회 무사 2,3루, 5회 무사 2루라는 숱한 기회를 모두 날리며 리드를 잡지 못한 게 패착이었다.

박건우 허경민 등이 해결하지 못한 것도 문제였지만, 4번 타자 김재환의 방망이는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도 살아나지 않았다. 김재환은 이날 경기 전까지 올해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5푼(20타수 1안타)라는 극심한 타격 침체에 빠져 있었다. 한 방을 쳐줘야 하는 4번 타자의 부진에 두산 타선의 무게감 또한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김태형 두산 감독은 끝까지 김재환을 믿었다. 이날도 선발 4번 타자로 출전했다.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는 일도, 타순을 조정하는 일도 없었다. 주축 타자가 해줘야 하고, 결국은 해줄 것이라는 김태형 감독의 믿음과 뚝심이 묻어나는 기용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믿음이 독이 됐다.

김재환은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랐으나 3회에는 유격수 뜬공, 5회에는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타구에 모두 힘이 없었다. 5회에는 1사 2루의 득점권 찬스였다. 선취점의 기회에서 김재환은 초구부터 방망이를 돌렸으나 공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김재환은 스스로에게 분한 듯 방망이를 내던지며 고개를 숙였다. 김재환의 올해 한국시리즈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운명의 장난인지 0-4로 뒤진 7회 추격 기회도 김재환에게 걸렸다. 1사 2,3루 찬스였다. 안타 하나면 2점을 만회하고 경기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잡아당긴 타구가 2루수 박민우의 손에 걸렸고, 3루 주자를 불러들이는 데 만족해야 했다. 올해 한국시리즈 첫 타점이었으나 웃을 수 없는 타점이었다. 김재환의 한국시리즈는 타율 0.043으로 끝났다.

시리즈에서 주축 타자들이 해줘야 한다는 명제는 어느 팀이나 동일하다. 살아나면 믿음의 야구가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불필요한 고집의 야구가 된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으며 ‘명장’ 대열에 합류한 김태형 감독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찾아온 셈이 됐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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