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 최근 KBO리그에서 포스트시즌 진출 팀은 대개 전년도와 비슷했다. 2008년 이후 포스트시즌 진출 팀이 2개 이상 바뀐 해는 2013년과 올해 뿐. 그나마 올해는 와일드카드가 생기면서 포스트시즌 진출 팀이 5개로 늘어난 덕분이다.
2년 내내 같은 팀이 포스트시즌에 나선 적은 없지만, '가을 야구회' 회원은 대부분 전년도와 비슷했다.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이 낮아도 44.4%(2013~2014년)로 높은 편인 KBO 리그지만 상위권 팀들의 '포스트시즌 카르텔'은 그만큼 단단했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2016년 시즌은 이 '포스트시즌 카르텔'이 해체될 수도 있는, 변화의 1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류중일 감독이 취임한 2011년부터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를 1위로 마친 삼성은 한국시리즈-정규 시즌 통합 5연패에 실패했다. 한국시리즈 직전 터진 주축 투수들의 해외 원정 도박 파문 영향으로 최선의 엔트리를 짤 수 없었다.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서 1승 4패에 그쳤다. 마무리 투수였던 임창용은 방출됐다. 삼성은 야수 쪽에서도 공백이 크다. FA 시장에서는 주전 3루수 박석민을 NC에 내줬다. 외국인 선수 야마이코 나바로와 재계약도 어려워졌다.
넥센은 내년 시즌 완전히 다른 팀이 돼야 한다. 홈런왕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미네소타로 이적했고, FA 외야수 유한준은 kt로 떠났다. 마무리 투수 손승락이 롯데로 팀을 옮긴데다 한현희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아 불펜 필승조 가운데 조상우만 남았다. 앤디 밴 헤켄은 내년 시즌까지 함께할 수 있었으나 이적료를 받고 일본 프로 야구 세이부에 내줬다. 염경엽 감독 취임 후 강한 공격력과 수준급 불펜진을 앞세워 '선택과 집중'을 했던 넥센이지만 이제는 경기 운영을 비롯한 많은 것이 달라질 전망이다.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와 계약을 앞둔 만큼 두산도 전력 누수를 피하기 어렵다. 허경민과 박건우처럼 본격적으로 알을 깨고 나온 야수 유망주들이 있지만, 투수 쪽에서는 큰 보강이 없었다. 두산의 팀 평균자책점은 포스트시즌 진출 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SK는 FA가 가장 많은 팀이었는데 6명 가운데 정우람(한화), 정상호(LG), 윤길현(롯데)을 놓쳤다.
반면 1군 합류 3년 만에 2위에 오른 NC는 FA 박석민을 데려오면서 공격력을 더했다. 올 시즌 11승을 올린 손민한이 은퇴하면서 베테랑 투수 한 명을 잃기는 했다. 그래도 4위 안에 든 팀 가운데 가장 알찬 스토브리그를 보낸 것만큼은 확실하다.
스토브리그에서 이적한 FA들 가운데 상당수가 상위권(1~5위)팀에서 하위권(6~10위)팀으로 옮겼다.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들이 과감하게 지갑을 열었기 때문이다. 유한준이 넥센에서 kt로, 정상호가 SK에서 LG로, 정우람이 SK에서 한화로 이적했다. 넥센 손승락과 SK 윤길현은 나란히 롯데로 갔다.
외국인 선수도 큰 변수다. 삼성이 나바로를 놓쳤고, 넥센은 밴 헤켄을 잃었다. 한화는 에스밀 로저스와 재계약하는 성과를 거뒀다. KIA는 헥터 노에시, 지크 스프리웰을 영입했다. kt는 내야수 앤디 마르테만 다시 불렀고 슈가 레이 마리몬, 트래비스 밴와트, 요한 피노와 새로 계약했다. NC와 롯데만이 기존 외국인 선수 3명과 재계약했다. 나머지 팀은 적어도 1명을 바꿔야 한다. KBO 리그에 처음 발을 들이는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 여부도 FA 시장 못지않게 전력 평준화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와일드카드 제도가 신설될 때만 해도 '포스트시즌 진출 팀이 너무 많아지면 권위가 훼손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적어도 올해만 보면 실보다 득이 컸다. 와일드카드 제도 덕분에 팬들의 관심을 끝까지 붙잡아 둘 수 있었다. 한화와 KIA가 마지막까지 5위 SK를 위협했다. 5위 SK와 4위 넥센의 승차는 무려 8.5경기였으나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1점 차 승부였다. 넥센이 SK에 5-4로 이겼다.
중위권 싸움이 치열할수록 포스트시즌 진출 팀의 면면이 달라질 가능성도 커진다. 상위권 팀들의 전력이 올해 같지 않고, 또 하위권 팀도 알짜배기 선수를 영입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전력 평준화에 가까워진 듯하다. 이 예상대로 내년 시즌이 흘러간다면 올해 못지않게 치열한, 아니 그 이상 뜨거운 경쟁이 펼쳐질 수 있다. 자칫하면 '1년 1신입' 이라는 포스트시즌의 전통 아닌 전통이 깨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사진] 한화로 이적한 정우람 ⓒ 한희재 기자
[인포그래픽] 가을야구회 회원 명단, 위에서 아래로 FA 시장 ⓒ SPOTV NEWS, 디자이너 김종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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