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시리즈 악몽을 지워내지 못한 박건우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두산은 2018년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고도 한국시리즈 트로피를 차지하지 못했다. 정규시즌 2위 SK의 기세에 밀려 2승4패로 시리즈를 내줬다. 정규시즌에서 2위 SK에 무려 14.5경기를 앞섰던 두산이라 더 충격이었다. 

몇몇 이유가 있었다. 절정의 홈런 파워를 과시하고 있었던 김재환이 부상으로 시리즈를 완주하지 못했다. 팀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졌고, 끝내 대포 싸움에서 졌다. 주축 타자인 박건우의 부진도 뼈아팠다. 당시 두산의 한국시리즈 마지막 타자가 되기도 한 박건우는 6경기에서 타율 0.042에 그쳤다. 유희관도 활용도가 제한적이었다. 결국 6차전 연장 승부에서 한동민에게 결승포를 얻어맞았다.

공교롭게도 2년 뒤 세 선수의 부진이라는 악몽이 되풀이됐고, 두산은 당시와 마찬가지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두산은 2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2-4로 졌다. 경기 초반 무수한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경기 중반 승부처에서 NC의 집중력을 당해내지 못했다. 특히 김재환 박건우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김재환은 이번 한국시리즈가 악몽으로 남을 법하다. 김재환은 6경기에서 타율 0.043에 머물렀다. 23타수 1안타, 믿을 수 없는 성적이었다. 안타 하나마저도 단타였다. 팀이 기대했던 장타를 생산하지 못했다. 플레이오프까지 나름 괜찮은 타격감(4경기 타율 0.375)을 보이고 있었던 터라 더 충격적이었다. 김재환의 한 방을 잃은 두산은 4차전 이후 공격에서 활로를 찾지 못했다.

KBO 공식 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김재환의 타율 0.043은 한국시리즈 역대 4번 타자 타율로는 가장 낮은 것이기도 했다. 종전 가장 부진했던 4번 해결사는 1994년 한 대화의 0.067이었다. 21세기 들어서는 2012년 박석민(.083)과 2015년 최형우(.095)가 가장 부진한 4번 타자였는데 김재환의 바닥은 이보다 더 깊었다.

박건우의 한국시리즈 악몽은 올해도 이어졌다. 박건우는 올해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0.167에 머물렀다. 이로써 박건우의 한국시리즈 통산 타율(29경기)은 0.174가 됐다. 109타수에서 19안타에 머물렀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0.495에 불과하다. 이번 시리즈에서 수비는 좋은 활약을 펼쳤으나 공격에서는 중요한 기회를 날린 경우가 많았다.

한국시리즈 역사상 100타석 이상을 소화한 선수 중 OPS가 0.500 아래인 타자는 박건우가 유일하다. 같은 기준으로 0.174의 타율 또한 박경완 전 SK 감독대행의 0.155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한국시리즈나 큰 경기에 약하다”는 꼬리표는 올해도 떼지 못한 셈이 됐다.

유희관은 아예 경기 출장 기회가 없었다. kt와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했고, 한국시리즈에서 선발 등판의 기회는 없었다. 두산 투수 중 1경기에도 나가지 못한 투수는 유희관이 유일했다. 2018년과 2019년에도 포스트시즌에서는 비중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한국시리즈에 등판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중간에는 조부상까지 당하는 등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두산은 올 시즌을 끝으로 주축 선수 상당수가 FA 자격을 얻는다. 유희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FA 자격 행사를 앞두고 뭔가 확실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는 것은 선수 개인적으로 아쉬운 대목이 될 법하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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