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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한 승부사도 누군가의 아들이었다

네이버구독_201006 김민경 기자 kmk@spotvnews.co.kr 2020년 11월 25일 수요일
▲ 이동욱 NC 다이노스 감독 ⓒ 한희재 기자
▲ 이동욱 감독이 주장 양의지(왼쪽)와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어머니께 가장 감사합니다."

이동욱 NC 다이노스 감독(46)은 한국시리즈 내내 누구보다 냉철하게 팀을 지휘했다. 정규시즌처럼 포스트시즌에도 철저하게 데이터를 준비해 선수들이 납득하고 스스로 그라운드에서 움직이게 했다. 필요하면 선수의 의견도 귀담아듣고 교체 카드 선택에 반영했다. 시리즈 1승2패로 몰렸을 때도 냉정하게 다음을 준비했다. NC는 4차전(3-0)과 5차전(5-0)을 완벽하게 제압하면서 시리즈 흐름을 뒤집었고, 24일 치른 6차전에서 4-2로 두산 베어스를 꺾고 창단 첫 통합 우승을 확정했다.

이 감독의 결단력이 돋보인 장면은 드류 루친스키를 불펜으로 올린 4차전이었다. 루친스키는 이틀 휴식 후 6차전 선발 등판을 준비해야 했다. 이 감독은 "2승2패를 맞추지 못하면 어렵다고 생각해 승부수를 던졌다. (시리즈를 치르면서)그때 결정이 가장 어려웠고, 승부처였다고 생가각한다"고 했다.  

정규시즌부터 한국시리즈까지 냉철했던 승부사는 우승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도 덤덤하게 팀의 이야기를 풀어갔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결국 이 감독은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지금 떠오르는 가장 고마운 사람이 누구냐는 마지막 질문이 나온 뒤였다. 이 감독은 한동안 말없이 천장을 바라보며 눈물을 삼켰다. 그렇게 한참을 감정을 추스르다 "팀으로는 선수들, 구단주님, 대표님, 단장님 다…"라고 힘겹게 입을 열었고 "어머니가 가장 감사하다"고 덧붙인 뒤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선수 이동욱은 무명에 가까웠다. 동아대를 졸업하고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해 1997년부터 2003년까지 1군 통산 143경기에 나선 백업 선수였다. 통산 타율은 0.221(272타수 60안타), 5홈런, 26타점을 기록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2011년 제9구단으로 창단한 NC와 코치로 인연을 맺으면서 인생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수비 코치로 꾸준히 선수단과 구단 사이에서 신뢰를 쌓은 그는 2019년 시즌부터 제2대 감독으로 팀을 지휘한다. 2018년 최하위에 그친 뒤라 부담감이 있을 법했지만, NC의 모든 역사를 함께한 그는 빠르게 팀 분위기를 수습해 2년 만에 정상까지 이끌었다. 

이 감독은 "내 야구를 선수 때는 하지 못했다. 선수로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고 빨리 그만뒀다. 코치가 되면서 내가 겪은 것을 선수들에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지도 방법이나 선수들이 납득할 코칭을 하기 위해 연구했다. 지금은 과학적인 근거(데이터)가 아니면 선수들이 수긍하지 않는다. 지금은 근거 있는 코칭을 해야 선수들에게 통한다. 그 점을 많이 생각했다. 감독은 코치 때랑 다르게 모든 선수를 봐야 했다. 리더십을 공부한 게 많이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한다. 

빛나지 않은 선수 시절을 감추려 하지 않고,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은 결과 이동욱은 우승 감독이 됐다. 감독으로서 최고의 영광을 안은 기쁨을 마음껏 누렸지만, 아들로서 어머니를 떠올린 순간에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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