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유강남(왼쪽)과 타일러 윌슨.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LG 트윈스가 타일러 윌슨의 보류권을 포기했다. 구단에서는 "공식적으로는 '작별'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하지만 재계약 가능성은 희박한 것이 현실이다.

3년 동안 스쳐가는 외국인 선수가 아닌 트윈스의 동료로서 팀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남긴 선수였던 만큼 많은 이들이 이별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특히 포수로 배터리 호흡을 이뤘던 유강남은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LG 차명석 단장은 지난 25일 윌슨에 대한 보류권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이날 LG 구단 관계자는 "27일 재계약 의사 통보 마감일을 앞두고 윌슨과 연락을 취한 것은 맞다. 그런데 이때 윌슨에게 '재계약 의사가 없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대신 보류권을 포기하고 우리도 다른 투수를 알아보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LG는 나름대로 윌슨에 대한 마지막 배려를 한 셈이다. 

LG와 윌슨은 결별이 유력하다. 2018년과 2019년 에이스로 활약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2020년의 윌슨은 평범한 선발투수가 되버렸다. 구속 저하와 싸웠으나 결국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시즌 준비 과정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고, KBO리그 이적 후 2년 동안 많은 이닝을 던진 여파일 수도 있다. 

이유를 떠나 프로는 결과로 말해야 했다. 윌슨은 2020년 25경기에서 144⅔이닝, 평균자책점 4.42에 그쳤다. LG 입단 후 이닝은 가장 적고 평균자책점은 가장 높다. 10월 4일 kt전에서는 팔꿈치 통증으로 3회 도중 강판됐다. 포스트시즌에 극적으로 복귀했지만 준플레이오프 2차전은 그와 LG 트윈스의 올해 마지막 경기가 되고 말았다. 윌슨이 LG 유니폼을 입고 다시 마운드에 설 가능성 또한 매우 작다. 

▲ 타일러 윌슨(왼쪽)과 유강남. ⓒ 한희재 기자
차명석 단장은 "계속 투수로 남을지는 잘 모르겠다. 윌슨이 당분간 셋째 아이를 돌보는데 시간을 쓰고 싶다고 하더라"라고 윌슨의 근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최고의 선수였다. 안타까운 마음이다. 인간적으로 올바른 사람이었고, 선수로서는 팀에 대한 로열티가 대단했다. 외국인 선수라 더 오래 함께 하지 못했다. 나중에 지도자라도 LG에서 함께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윌슨은 KBO리그 통산 81경기 33승 19패, 평균자책점은 3.40을 기록했다. 이 3년 동안 규정이닝(432이닝)을 모두 채운 투수 6명 가운데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이다. 이 가운데 78경기 477⅔이닝 동안 호흡을 맞춘 유강남은 허전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코로나19 탓에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조급한 마음이 느껴졌다.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 구속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강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유강남은 "세상에 이렇게 자기 루틴이 철저한 선수가 있을까 싶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슬럼프가 길어지면 느슨해질 수 있는데 윌슨은 그런 적이 없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팔을 내려서까지 팀을 위해 헌신하더라. 전투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렇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3년 동안 정도 많이 들었다. 유강남은 "자신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선수였다. 투수가 못 던졌을 때 포수나 야수 탓을 할 수 있지 않나. 윌슨은 그런 적이 없다. 그런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최고의 선수였다. 윌슨과 케이시 켈리를 만난 나는 복 받은 포수다. 윌슨이 앞으로 어디서 무엇을 하더라도 잘 되기를 바란다"고 얘기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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