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다이노스 포수 양의지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국가대표 포수 정점을 찍은 뒤, 양의지(33, NC 다이노스)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다. 그리고 2년 뒤 KBO리그의 역사를 새로 썼다. 

양의지는 2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4-2 승리를 이끈 뒤, 마무리 투수이자 친구인 원종현(33)을 얼싸안았다. 2011년 제9구단으로 창단한 NC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과 통합 우승을 확정한 순간이었다. 흥분한 동료들과 기쁨을 나눈 양의지는 그라운드에 누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정작 본인은 이 순간을 기억하지 못했다. 양의지는 "마지막 삼진을 잡고 (원)종현이랑 껴안은 뒤부터는 기억이 안 난다. 누워 있더라. 감정이 너무 올라왔는지 선수들과 껴안고 좋아하다가 정신을 차리니 누워있었다"고 머쓱해 하며 답했다. 

양의지는 주장이자 4번타자, 안방마님으로 NC의 창단 첫 역사를 이끈 공을 인정받아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됐다. 두산 시절인 2016년 한국시리즈에서 NC를 꺾고 우승하며 MVP로 뽑힌 지 4년 만이었다. 또 프로야구 역사상 2개팀에서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 역대 최초의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그만큼 어려운 일을 양의지가 해냈다. 

최고의 자리에서 도전을 선택해 이룬 값진 성과였다. 양의지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9년 동안 두산의 안방마님으로 활약했다. 두산 팬들은 양의지를 '부감독'이라고 부르며 엄청난 애정과 신뢰를 보냈다. 김태형 두산 감독 역시 라인업을 짤 때 가장 먼저 적는 자리가 '5번 양의지'라고 했다. 계속해서 두산에 남으면 프랜차이즈 선수로 사랑을 받으며 2015년부터 해마다 1, 2위를 다투는 팀에서 안정적으로 뛸 수 있었다. 

▲ 양의지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지 2년 만에 다시 우승 포수가 됐다. ⓒ 곽혜미 기자
하지만 2018년 겨울, 양의지는 FA 자격을 얻어 NC와 4년 125억 원 계약에 합의하고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NC는 2018년 최하위 팀이었다. 꾸준히 가을 야구를 하는 팀이었다고는 해도 바닥까지 떨어졌던 팀의 분위기가 얼마나 빨리 수습될지는 알 수 없었다. 양의지에게는 NC의 이런 상황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도전"을 외치고 짐을 싸서 창원으로 향한 이유다. 

이방인이었던 양의지는 2년 만에 전력은 물론이고 라커룸에서도 핵심 선수로 자리를 잡았다. NC 선수들도 양의지에게 호의적이었다. 투수와 야수 가리지 않고 젊은 선수들은 리그 최고의 선수에게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다가갔다. 양의지도 올해 주장을 맡으면서 조금 더 편한 형으로 동생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동욱 NC 감독과 동료들은 무뚝뚝했던 양의지가 주장을 맡으면서 말이 많아졌다고 증언했다. 그렇게 하나로 뭉친 NC는 1위 팀이 됐다.

양의지는 통합 우승 확정한 뒤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지난 시간이 많이 생각났고, 힘들었던 생각에 감정이 폭발해 눈물이 났다. 한국시리즈인데 '양의지 시리즈'라고 해서 엄청난 압박감이 있었다(웃음). 또 친정팀이랑 붙어보고 싶다고 이적할 때 이야기를 했는데, 우연히 그렇게 돼서 부담감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부담감을 견디고 정상에 선 순간 양의지는 대표로 '집행검'을 들어 올리며 NC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그는 "올해 우승을 하면서 다들 큰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고, 만족하지 않고 지키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느낄 것이다. 어떻게 준비하면 좋은 성적을 내고 1등을 할 수 있는지 느꼈을 것이다. 내년에도 1등을 할지 모르겠지만, 잘 준비해서 1등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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