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리엄스 KIA 감독-수베로 한화 감독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단일 시즌 외국인 감독 2인’ 체제가 열렸다. 특수한 상황인 만큼 적어도 2021년은 관계가 조명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두 감독이 걸어온 길이 사뭇 다른 것도 흥미를 모은다.

한화는 27일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제12대 감독으로 카를로스 수베로 전 밀워키 코치를 선임했다”면서 “수베로 감독의 임기는 3년이며, 계약 규모는 상호 합의 하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올 시즌 성적 부진으로 한용덕 감독이 사퇴한 한화는 최원호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쳤다. 시즌이 끝난 뒤 여러 감독 후보를 저울질했고 최종적으로 수베로 감독을 낙점했다.

한화가 당초 확률이 적어보였던 외국인 감독, 그리고 수베로 감독으로 선회한 것은 그의 경력이 한화의 추구 방향과 부합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화는 당장 내년의 성적보다는 수베로 감독의 3년 임기 전체를 보고 차분하게 아래부터 채워가야 할 팀이다. 여기서 수베로 감독은 2001년부터 2015년까지 다수의 마이너리그 팀 감독을 역임했고, 자연히 많은 팀들의 유망주 육성 노하우를 몸으로 익혔다는 장점이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KIA는 맷 윌리엄스 감독을 영입했고, 이제 팬들은 2021년 두 명의 외국인 감독이 리그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두 감독은 경력과 성향이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흥미를 모은다. 윌리엄스 감독이 대체로 처음부터 끝까지 스타의 길을 걸으며 경험을 쌓았다면, 수베로 감독은 상대적으로 음지에서 내공을 갈고 닦은 축에 속한다.

윌리엄스 감독은 현역 시절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였다. 메이저리그 17년 통산 1866경기에서 378홈런을 기록했다. 1994년은 리그 홈런왕이기도 했고 올스타 경력만 5차례에 이른다. 애리조나 코치를 거쳐 2014년부터 2015년에는 워싱턴의 감독직을 맡기도 했다. 2014년은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이었다. 현역부터 지도자까지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다. 윌리엄스 감독이 한국에 올 당시 모두가 놀란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수베로 감독은 현역 시절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고, 심지어 트리플A 무대에서의 기록도 찾기 어렵다. 대부분의 지도자 경력 또한 마이너리그의 하위 레벨이었다. 더블A에서 6시즌 동안 444승386패(.535)를 기록했고, 상위 싱글A에서 4시즌, 싱글A에서 3시즌 감독직을 수행했다. 그러나 텍사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LA 다저스, 밀워키라는 팀들의 육성 시스템을 두루 경험해 본 것은 윌리엄스 감독이 가지지 못한 경력이기도 하다.

사실 경력이 성적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윌리엄스 감독도 올 시즌 막판 악재를 이겨내지 못하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오히려 한국시리즈 꼭대기에 선 인물은 현역 시절 경력에서 크게 내세울 게 없는 이동욱 NC 감독이었다. 스타 선수가 스타 감독이 되기도 하고, 무명 선수가 스타 감독이 되기도 하는 게 야구판이다. 

한편 비슷한 시기 KBO리그에 왔던 트레이 힐만 전 SK 감독, 윌리엄스 감독, 그리고 수베로 감독의 경기 운영 및 야구 철학, 그리고 육성 스타일을 비교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전망이다. 힐만 감독, 윌리엄스 감독은 MLB 감독직을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있었으나 경기를 풀어가는 방법론에서는 상당 부분 다른 부분도 있었다. 수베로 감독은 어떤 철학을 풀어낼지 기대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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