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차도(오른쪽)가 착실한 시즌 준비로 성공을 거둔 반면, 러셀(왼쪽)은 공백기를 이기지 못했다 ⓒ한희재 기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역시 성적은 경력 순이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했다. 두 외국인 내야수의 희비는 엇갈렸다. 딕슨 마차도(28·롯데)는 재계약에 골인한 반면, 큰 관심을 모았던 에디슨 러셀(26)은 새 직장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키움은 27일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올해 팀 외국인 선수였던 제이크 브리검과 러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고 발표했다. 키움에서 4년을 뛰어 정이 많이 들었던 브리검은 지난해부터 찾아온 잦은 부상과 기량 저하 곡선을 극복하지 못했다. 브리검이 그래도 검토할 만한 여지가 있었던 선수라면, 러셀은 재계약 포기에 이견이 없을 만한 기록을 남기고 한국을 떠났다.

테일러 모터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데려온 러셀이었다. 2주의 자가격리 기간을 감수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그러나 성적은 기대만 못 미쳤다. 중앙 내야수라는 것을 생각해도 65경기에서 타율 0.254, 2홈런, 3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53의 성적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 정도 성적을 낼 수 있는 국내 선수도 많았다. 키움은 러셀을 살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으나 한 번 내리막을 그린 사이클을 되돌리기 쉽지 않았다. 리그를 무시한 것도, 노력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뭔가가 맞지 않았다.

키움이 자가격리 변수까지 감수하면서 러셀을 영입한 것은 확실한 기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대치는 상당 부분 러셀이 지금까지 메이저리그(MLB) 무대에서 쌓은 경력에서 나왔다. 러셀은 2015년 시카고 컵스에서 MLB에 데뷔, 지난해까지 5년간 615경기에 나간 유격수였다. 2016년에는 리그 올스타 선정 경력도 있고, 당시 MVP 투표에서도 19위에 올랐다.

기량이 내리막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 젊은 나이에 지난해까지 빅리그에서 활약했다는 점은 큰 기대를 모았다. “몸 상태만 올라오고 리그에 적응하면 좋은 수비와 준수한 타격을 보여줄 것”이라는 평가는 유효했다. 그러나 그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았다. 소속팀이 없었던 러셀은 남들보다 코로나19 공백기가 더 컸다.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수비에서까지 흔들리면서 결국 팀의 전력 구상에서 한발 밀리는 수모도 겪었다.

반면 또 하나의 외국인 내야수로 관심을 모았던 마차도는 재계약에 골인했다. 롯데는 일찌감치 마차도와 1+1년 총액 145만 달러(2021년 65만 달러·2022년 80만 달러·구단 옵션 포함)에 계약했다. 마차도는 시즌 144경기에 모두 나가 타율 0.280, 12홈런, 67타점, OPS 0.778을 기록했다. 여기에 차원이 다른 수비력을 선보이며 숱한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었다. 롯데 내야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차도 또한 MLB 경력이 있는 선수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172경기에 나갔다. 그러나 2019년은 마이너리그에 있었고, MLB 경력에서도 러셀보다는 급이 하나 아래였다. 하지만 마차도는 일찌감치 팀에 합류하며 차분하게 몸 상태를 끌어올렸고, 시즌 초반 가장 중요한 첫 단추를 잘 풀며 시즌 마지막까지 내달렸다. 러셀과 가장 다른 점이었다. 

이처럼 두 선수의 사례는 외국인 선수 선발에 있어 여전히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으며, 왕도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번 더 경험을 쌓은 키움의 다음 선택이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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