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는 내부 FA인 김성현 측과 오는 30일 첫 만남을 갖는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그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비교적 신중한 자세를 보였던 SK가 올해는 조금 더 공격적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전력 보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고, 기조와 자금에서도 예년보다 운신폭이 넓어진 기운도 완연하다.

올해 성적이 9위까지 처지며 악몽의 1년을 보낸 SK는 27일로 마무리캠프를 완료하고 이제 본격적인 스토브리그에 들어간다. 첫 단추는 내부 FA인 김성현(33)이다. SK는 올 시즌을 끝으로 김성현을 비롯, 김세현 윤석민 박희수가 FA 자격을 얻을 예정이었으나 윤석민 박희수는 이미 선수단 정리 과정에서 빠졌다. 김세현은 FA를 신청하지 않았다. 내부 FA는 김성현만 집중하면 된다.

이미 SK는 김성현이 FA를 신청할 것이라는 기본적인 전제 하에 전략을 가다듬어왔다.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역시 예우 차원이다. 김성현은 2006년 SK의 2차 3라운드(전체 20순위) 지명을 받고 SK에 입단해 지금까지 계속 인천에서 뛰었다. 팀의 허리를 받치는 선수이자, 아직은 팀 내에서 쓸모가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이에 SK는 다른 선수를 만나기 전 김성현과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기본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다.

SK는 김성현 측 협상 대리인과 오는 30일 첫 만남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뭔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보다는,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분위기를 보는 전형적인 첫 만남 수순이 예상된다. SK는 되도록 김성현을 팀에 남긴다는 계획이다. 아직 김성현의 몫을 확실하게 대체할 만한 유격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2루와 유격수를 오갈 수 있는 수비 활용성은 충분히 증명했다. 클럽하우스에서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나이와 지금까지 성적을 고려하면 팬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결과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SK도 김성현의 성적 자체와 향후 활용 방안은 어느 정도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에 따라 4년 계약은 구단의 구상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고, 계약 기간 및 인센티브 등에서도 진통이 있을 수는 있다. SK는 그간 FA 및 외국인 선수 협상에서 인센티브 및 옵션 실행 조건을 까다롭게 거는 것으로 유명했다. 김성현도 예외는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협상 속도는 예년에 비하면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SK는 지난해 역시 내부 FA였던 김강민과 계약이 해를 넘긴 기억이 있다. 

김성현과 협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외부 시장을 기웃거릴 것이 확실시된다. SK는 지난해까지 외부 FA 시장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왕조 시절을 견인한 선수들이 FA 시장에 쏟아져 나와 이들을 잡는 게 급선무였다. 한편으로는 “애매한 가격에 A·B급 선수를 영입하는 것보다 많은 돈을 쓰더라도 확실한 S급 선수를 잡는 게 낫다”는 기조도 있었다. S급 선수가 한 해에 얼마 없거나 아예 없을 수도 있는 만큼 운신폭이 좁았던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조금씩 기조가 바뀌기 시작했고, 올해는 그 기조를 아예 생각에서 지운 채로 시장에 나서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게다가 올해 성적 추락으로 상심한 ‘팬심’을 달래야 한다는 기본 명제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가격이 문제일 뿐, 중앙 내야수 영입에 관심이 있다는 것은 구단도 부인하지 않는다. SK는 이미 FA 전략을 모두 수립한 뒤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 정도면 이미 고위층에서도 상황을 알고 있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SK는 지난해에도 외부 FA 영입에 관심이 있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누구 한 명의 잘못은 아니었는데 결단의 시기가 늦었고 결정적으로 실탄이 부족했다. 이 때문에 올해는 시장이 개장하면 더 공격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엿보인다. SK의 겨울이 어떤 전과와 함께 끝날지는 모른다. 하지만 ‘외부 FA 영입에는 관심이 없다’는 예년의 분위기가,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기다린다’는 쪽으로 바뀐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작은 변화가 크게 달라진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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