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즈키 이치로.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28년 동안 프로 선수로 뛰며 4367개의 안타를 친 스즈키 이치로(47)에게 요즘 메이저리그는 야구가 아닌 스포츠로 느껴진다. 그는 일본에서 열린 강연에서 "요즘 메이저리그는 야구가 아니라 멀리치기 대회 같다"고 말했다. 

이치로는 지난 2월 학생야구 지도 자격을 얻었다(일본에서는 프로야구 은퇴 선수가 학생야구 지도자를 하기 전 교육을 수료해야 한다). 그 뒤로 고교야구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지도자로 변신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그가 생각하는 '야구'가 고교야구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고교야구를 잘 보고 있다. '야구'를 한다. 평소에 당연히 메이저리그를 자주 보지만, 메이저리그는 '대회'를 하고 있다. 어디까지 날릴까 하는 대회다. 야구라고 할 수 없다. '어떻게 점수를 내는가'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고교야구는 그렇지 않아서 재미있다. 머리를 쓰니까"라고 말했다. 

시애틀 구단 특보인 그는 일본 프로야구보다 메이저리그, 고교야구를 더 많이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프로야구는 다 따라잡을 수가 없다. 그래도 메이저리그를 추종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보인다. 팬들은 '야구'를 보고 싶어하지 '(멀리치기)대회'를 보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교야구가 재미있다"고 다시 말했다. 

▲ 테오 엡스타인 전 시카고 컵스 사장.

이치로의 생각은 시임기를 1년 남기고 사임한 테오 엡스타인 전 컵스 사장의 후회와 공통분모가 있다.

엡스타인 전 사장은 "야구는 가장 위대한 스포츠지만 진화 방식은 문제가 있다. 거기에 내 책임도 있다. 선수와 팀을 분석하며 승리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야구의 예술적인 가치와 재미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왔다"고 했다. 

홈런과 삼진, 볼넷, 그리고 수비 시프트의 증가는 야구를 점점 더 정적인 스포츠로 만들었다. 인플레이 상황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늘어나면 박진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수비 시프트가 늘어나면 선수들의 운동 능력보다 구단의 분석 능력이 중요해진다. 

엡스타인 전 사장은 "선수들이 운동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팬들이 원하는 것들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치로가 말한 '(멀리치기)대회'와 '야구'의 차이 역시 같은 맥락이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