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도 은퇴를 미리 선언한 롯데 우완투수 송승준.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또 한 명의 레전드가 이별을 예고했다. 롯데 자이언츠 우완투수 송승준(40). 롯데는 26일 “평소 선수단 사이에서 신망이 두텁고, 코칭스태프와 관계 역시 좋은 송승준을 플레잉 코치로 선임하기로 했다. 이로써 송승준은 내년까지 선수와 코치를 병행하다가 은퇴 경기를 치르게 된다”고 밝혔다.

피할 수 없는 이별이었다. 2007년 해외진출선수 특별지명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송승준은 이후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연달아 두 자릿수 승리를 챙기면서 전성기를 달렸고, 2017년 다시 11승을 거두면서 롯데의 마지막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그러나 송승준 역시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지는 못했다. 올 시즌 22경기에서 2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6.20으로 부진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마당쇠 노릇을 도맡았지만, 구위가 떨어지면서 1군 마운드에서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없었다.

페넌트레이스 막바지에는 1군 엔트리로 말소돼 있으면서도 선수단과 동행하며 리더로서 힘을 보탠 송승준은 결국 내년도 은퇴를 선언하게 됐다.

이제는 KBO리그에서 익숙해져 가는 ‘예고 은퇴’ 형식을 빌린 롯데와 송승준이다. 레전드들이 미리 은퇴를 선언하고 마지막 여정을 떠나는 의미를 담고 있는 예고 은퇴. 원조는 역시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44)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승엽은 2017년 페넌트레이스 개막을 앞두고 은퇴를 발표했다. 그리고 ‘은퇴투어’라는 이름 아래 각 구장 마지막 경기에서 상대 동료들로부터 뜨거운 축하와 격려를 받았다.

▲ 삼성 이승엽(가운데)이 2017년 9월 잠실구장에서 LG 선수들과 마지막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 ⓒ곽혜미 기자
같은 해 NC 다이노스 이호준(44) 역시 미리 은퇴를 선언한 뒤 은퇴투어를 치렀다. 이승엽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동료 선수들이 뜻을 모아 이호준을 배웅했다.

올 시즌에도 예고 은퇴는 있었다. LG 트윈스 박용택(41)이었다. 2002년 데뷔 후 LG에서만 뛴 박용택도 이승엽과 이호준처럼 올해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비록 일부 논란 속에서 공식적인 은퇴투어는 열리지 않았지만, 박용택 역시 상대 선수들과 마지막 추억을 나누는 방식으로 예고 은퇴를 장식했다.

송승준의 경우 이승엽이나 이호준, 박용택과 기록적인 측면만을 놓고 비교한다면, KBO리그를 아우를 수 있는 레전드라고 칭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15년 가까이 한 유니폼만 입고 뛰면서 통산 109승을 기록했다는 점에선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 박용택의 은퇴를 기념해 LG와 두산 선수들이 9월 잠실구장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한희재 기자
송승준의 경우 앞선 선배들처럼 성대한 은퇴투어는 어려울지 모른다. 아직 정확히 정해진 바는 없지만, 상대 동료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예우의 시간 정도가 현실적일 수 있다. 그러나 송승준이 내년 플레잉 코치를 역임하기로 하면서 색다른 이별이 가능해졌다.

롯데는 일단 송승준이 기본적인 코치 직책은 물론 프런트 전반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배려할 계획이다. 평소 선수단 사이에서 두터운 신망을 지닌 송승준으로선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또, 송승준의 사례가 잘 마무리된다면, 이 다음에도 플레잉 코치와 같은 형식으로 예고 은퇴가 가능할 수 있다.

이별은 언제나 슬프지만, 어떻게 작별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진 시대. 송승준의 예고 은퇴는 평소 송승준처럼 정겹고 유쾌하게 장식되길 많은 이들은 바라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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