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 투수 김종수(왼쪽)-윤대경. ⓒ대전, 고유라 기자

[스포티비뉴스=대전, 고유라 기자] "어떻게 친해졌나요?"라는 질문에 "얘(김종수)가 못생겨서요(윤대경)"라고 말하는 두 선수는 그야말로 '찐친'이었다.

최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만난 한화 투수 김종수와 윤대경은 최근 팀 불펜투수 중 입단 동기이자 가장 가까운 친구 사이다. 김종수는 2013년 8라운드 지명을 받고 한화에 입단했고, 윤대경은 같은 해 7라운드로 삼성에 지명됐다가 투수로 전향한 뒤 군생활 중 방출됐다. 그는 일본 독립리그에서 뛰다 지난해 한화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2차례 팔꿈치 수술과 끝없는 재활 끝에 입단 6년차인 2018년에야 처음 1군을 밟아본 김종수, 그보다 더 드라마틱한 시련을 겪다 올해 1군 데뷔전을 치른 윤대경. 두 선수는 동갑내기 친구인 것뿐 아니라 많은 역경을 겪으면서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됐다. 그리고 인터뷰 내내 장난기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우정을 드러내며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다음은 두 절친의 인터뷰 일문일답.

-친해진 계기가 궁금하다.
▲ 김종수: 오늘 인터뷰 진중한 분위기로 하겠다(웃음). 팀에 또래가 많지 않았고 2군에 있던 시간도 길었다. 그래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 보니 친해졌다.

-둘이 주로 어떤 이야기를 많이 했나.
▲ 윤대경: 이건 1군에서 했던 이야기긴 하지만 '어렵게 (1군에) 올라온 사람들이니까 잘해서 같이 살아남아서 해보자'는 말을 많이 했다. 둘다 연차에 비해 1군에 오는 게 오래 걸렸기 때문에 1군이라는 자리가 당연하지 않은 걸 잘 알고 한 경기 한 경기 소중함을 잘 안다. 그런 공통점이 있어서 마음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 윤대경. ⓒ곽혜미 기자

▲ 김종수: 대경이도 나도 (1군 진입까지) 오래 걸렸고 기회를 받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안다. 대경이는 삼성에 있을 때 투수 선배들이 엄청났다. 나도 1군이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마냥 운동만 열심히 했다. 올해 어린 선수들이 1군에 많이 왔는데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더 간절하게 살아남고 싶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

-올해 각각 7홀드씩을 거뒀다. 1군에 자리잡을 수 있던 이유가 있을까.
▲ 윤대경: 나는 송진우 코치님, 최원호 감독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올 시즌 유용하게 써먹은 체인지업도 송 코치님 만나 새로 장착한 구종이다. 그 구종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난 적도 많다. 타자들을 승부하는 데 있어서 예전보다 수월했다. 마운드에서는 막아야한다는 생각이 제일 컸다. 어떻게든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자고 생각했다.

▲ 김종수: 아직 통했다고 말하기엔 아직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아서 시기상조다. 그래도 잘 던진 경기를 생각해보면, 원래는 항상 제구에 불안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는데 그런 생각하지 않고 볼넷 주더라도 세게 던져서 이기자는 간절한 생각으로 던진 게 통했다. 조금이라도 마음이 해이해질 경우 안 좋은 결과가 있더라.

-친구(윤대경)가 1군 첫 해 바로 자리잡아서 뿌듯할 것 같다.
▲ 김종수: 대경이에게도 '너 진짜 대단하다'고 말했다. 나이 먹고 1군에 와서 첫 해부터 1군에 붙박이로 있기 쉽지 않다. 대부분 왔다갔다 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대경이가 이갈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경이가 초반에는 긴장도 많이 했지만 경기를 자주 나가면서 체인지업에 자신감이 생겨서 다른 구종도 시너지를 받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종수는 어떤가.
▲ 윤대경: 내가 올해 운좋게 숫자상 성적이 잘 나왔는데, 기량은 종수가 나보다 한 발짝 앞서간다고 생각해왔다. 캐치볼을 하면서 구위를 느껴보면 공이 좋아서 부럽기도 하다. 나는 스피드나 구위에 기복이 있는데 종수는 마운드에 올라가면 시즌 내내 기복이 없이 일정하더라. 종수만의 자기관리 비결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종수가 운이 안 좋다. 중간투수의 숙명처럼 한 경기만 삐끗하면 평균자책점이 쭉 올라갔다. 옆에서 볼 때는 우리 팀 투수 파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다.

▲ 김종수: 세 경기를 제대로 말아먹었다. 내가 못한 거라서 억울하거나 아쉽진 않았지만 평균자책점이 쭉쭉 올라가더라(웃음).

▲ 윤대경: 종수가 1군에 140일을 있었는데 그 3일 때문에 숫자가 남들 보기에 안좋아진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야구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나.
▲ 김종수: 대경이처럼 2군에서 던지면서 있었으면 자꾸 1군을 쳐다보면서 동기부여를 할 수 있어 좀 나을 수도 있는데, 나는 재활이 길었다. 2년차 때 팔꿈치 수술을 하고 2017년 9월에 한 번 더 했다. 힘들어서 아버지랑 한 번 그만해야 하나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래도 할 줄 아는 게 야구밖에 없었다. 저희 형도 야구를 했어서 아버지가 항상 너는 형의 꿈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신다. 그래서 쉽게 그만둘 수가 없다. 그래서 첫 승 했을때 정말 감격스러웠다.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1승이더라도 나에게는 목표였다. 

▲ 윤대경: 2017년 5년차 중간에 입대를 했다. 군대 가기 전에도 2군에서 성적도 별로 안 좋았다. 구단에서 기대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게다가 현역으로 입대를 해서 예상했던 대로 전역 앞두고 방출이 됐다. 다시 도전하기에 늦은 나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아서 평생 후회하느니 한 번이라도 제대로 다시 해봐야 후련할 것 같았다. 삼성에서 같이 있던 코치님이 일본 독립리그 테스트가 있다는 걸 알려주셔서 망설임 없이 갔다. 통역도 없고 혼자 할 수 있을까 조금 두려웠지만 야구를 제대로 해보려면 그 방법밖에 없어서 그대로 일본에 갔다. 그렇게 안 했으면 지금 여기에 없을 것 같아서 잘했던 생각이었던 것 같다. 부모님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셨다. 그냥 그만두기엔 부모님에게 미안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를 시작했는데 꼬마 때부터 아들 프로야구 선수 그만둔다고 뒷바라지를 시키셨다. 

▲ 김종수. ⓒ곽혜미 기자

-지금 돌아보면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
▲ 윤대경: 마냥 기쁜 순간들은 아니지만 나만 힘들었겠나. 야구뿐 아니라 내 또래들이 탄탄대로만 걷는 건 아닐 거다. 모두 한 번쯤 넘어질 수 있다. 다시 일어나는 게 중요하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덕분에 지금 1군에서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처음부터 쉽게 잘 풀렸으면 해이해졌을 것 같다. 소중함의 가치를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 김종수: 바닥을 찍어봤으니까 올라가면 겸손할 줄 알라고 어머니가 이야기하셨다. 그런 시간들이 있었으니까…. 재활할 때 최종 목표가 1군에서 1경기라도 던져보고 야구를 그만두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과정이 도움이 됐다.

-올해 1군의 맛을 봤으니 내년이 중요할 것 같다.
▲ 윤대경: 올해보다 내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성적이 조금 좋았는데 내년에 다시 안 좋으면 운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1년 반짝인 선수라는 이야기는 듣기 싫어서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겠다. 2군에서도 50이닝을 던져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최원호 감독님도 마무리캠프에서 회복에 초점을 맞춰주셨다.

▲ 김종수: 나는 안 아픈 게 무조건 첫 번째다. 팀에 조금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 그래서 지금도 체력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대전, 고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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