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파 멤버 윈터(오른쪽)와 아바타 아이-윈터(ae-WINTER). 제공|SM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에스파는 나야, 둘이 될 순 없어"

SM엔터테인먼트 신인 걸그룹 에스파의 데뷔곡 '블랙맘바'의 가사다. 글로벌 K팝 팬들을 중심으로 '블랙맘바'의 킬링 파트로 꼽히는 이 가사는 에스파의 아바타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 17일 데뷔한 에스파는 데뷔 전부터 아바타 세계관으로 주목을 받았다. 데뷔 티저 영상에 아바타와 함께 인터뷰하거나 춤 연습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담겨 있어, K팝 팬들의 궁금증을 자극한 것이다. 현실 세계의 멤버들과 가상 세계의 아바타들이 함께 존재하는 세계관으로, 에스파는 멤버 개개인과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 '아이'와 활동을 병행할 예정이다.

K팝 시장에서 가상 아바타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무려 22년 전에 아바타 가수 아담이 가요계에 등장, 신선한 충격을 가한 바 있다. 3D 캐릭터에 실제 가수 목소리를 입힌 아담은 데뷔 앨범 '제네시스' 판매량이 20만 장을 넘어서는 등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다. 이후 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지지 않았지만, 가상 가수 세계의 시작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 사이버가수 아담. 유튜브 영상화면 캡처

이후 기술이 발달하면서 미쿠, 시유, 린나 등 버추얼 아바타 가수도 현실감과 생동감을 갖춰 나타나기 시작했다. 1998년 아담이 기술력 부족으로 한계가 있었다면, 이후의 아바타 가수들은 완성도 있는 그래픽을 구현해냈다. 특히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캐릭터 아리, 카이사, 이블린, 아칼리로 구성된 가상 걸그룹 K/DA는 버추얼 아바타 가수의 대표적인 선례다.

K/DA는 높은 수준의 그래픽 기술력을 자랑하는 게임 제작사가 만든 만큼, 가상 아바타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가상 K팝 그룹 K/DA는 데뷔곡 '팝스타'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4억 뷰를 달성하는가 하면, 빌보드 차트에서는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부문 1위를 기록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K팝 아이돌의 목소리가 K/DA 멤버들의 목소리를 대신한다는 점에서는 아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 개막식에서 증강현실을 이용해 합동 공연을 한 점은 에스파와 결이 유사하다.

에스파의 가상 아바타는 아담처럼 목소리만 입힌 것이 아닌, 멤버들의 분신 혹은 단짝으로 볼 수 있다. 현실멤버와 가상멤버가 존재하는 에스파는 4인조이면서도 8인조인 신개념 걸그룹인 셈이다. 가상·증강 현실이 만화, 영화, 게임 등 여러 가지 영역에서 주류로 자리 잡게 된 현재, '아이돌 명문가' SM엔터테인먼트가 가상 아바타를 내세웠다는 점은 분명 눈여겨볼 가치가 있다.

업계에서도 SM엔터테인먼트의 가상 아바타 시도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초월한 아바타가 K팝 시장에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을 만든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AR 아바타를 선보였고, AR 아바타 애플리케이션 제페토를 운영하는 회사 네이버제트는 지난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로부터 120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 에스파 현실 세계 멤버들과 가상 세계 아바타들. 제공ㅣ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는 "뉴노멀 시대에 아바타와 로봇이 활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SM은 이미 아바타와 로봇의 세상으로 만든 콘텐츠를 제시하고 있다"고 했고,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가상현실 멤버와 연결되는 에스파를 비롯해 팬과아티스트가 무대에서 실시간으로 교감하는 등 새로운 콘텐츠의 세계로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시공간 한계를 무너뜨려 언제 어디서나 소통이 가능하고, 스캔들 리스크 관리도 수월하며, 다양한 디지털 산업으로도 접근할 수 있는 등 K팝 시장에서 가상 아바타 활용은 무궁무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연 '영원히 늙지 않는 아이돌' 가상 아바타가 K팝 업계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을지, 또 언택트 시대에 가상 아바타는 K팝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끈다.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u_z@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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