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더 콜'의 이충현 감독. 제공|넷플릭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한 통의 전화로 2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연결된 두 여자. 넷플릭스 영화 '콜'(감독 이충현)은 뜻하지 않게 서로의 운명을 바꾸게 된 두 사람의 이야기다. 과거의 도움으로 아빠를 구한 20년 후의 여자 서연(박신혜), 그리고 미래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20년 전의 여자 영숙(전종서)의 인연은 악연으로 탈바꿈하며 긴장감 넘치는 대결로 이어진다. 짜임새로 보나 만듦새로 보나 조그마한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기 아쉬운 작품이다.

그 연출자는 1990년생 이충현 감독. 14분짜리 단편 '몸값'(2015)로 주목받은지 5년 만에 첫 장편을 선보인 이 감독은 푸에르토리코-영국 영화 '더 콜러'가 원작인 '콜'을 탄탄하고도 단단한 스릴러로 완성해냈다. 동시에 영화계에도 90년대생의 시간이 찾아왔음을 알렸다. 그는 배우 뺨치는 비주얼로 영화 공개 전부터 화제가 됐던 터. 이충현 감독은 그저 "앞으로 더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라며 "꾸준히 감독하는 것이 첫번째 가치"라고 강조했다. 

▲ 영화 '더 콜'의 이충현 감독. 제공|넷플릭스
-오래 기다려 드디어 영화 '콜'을 선보였다. 반응이 좋다.

"관객과 만나서 기분 좋다. 재밌게 봐주신 분들 많아서 실감하며 느끼고 있다. 감사한 마음이다. 더 좋은 반응이 나올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이 시기에 넷플릭스로 공개된 게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색감 소리에 들인 공을 생각하면 작은 화면으로 보는 게 아쉽더라.

"아쉬운 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처음 할 떄부터 후반작업 할 때도 모든 걸 극장에 맞췄다. 극장에서 보이지 못한 게 아쉽긴 하다. 넷플릭스로 간 지금은 해외에서도 반응이 있고 어쨌든 여러 관객과 만날 수있다는 점이 생각지 못한 데서 기회가 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관객분들에게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태블릿, 휴대전화로 보시더라도 이어폰을 이용하면 그냥 보는 것과 훨씬 다른 사운드가 들릴 것이다. 체험 형식의 포맷을 띠고 있기에 그 쪽이 영화를 즐기기 좋은 환경이라고 말씀드린다.

-2012년 영화 '더 콜러'를 원작으로 했다. 원작에서 새롭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지키고자 했던 부분은?

"원작에서 가져오려 했던 것은 큰 틀이었다. 기존 타임슬립물과 다르게 다른 시간을 사는 두 인물이 합심해서 뭔가 해결해내는 게 아니라 어느 시점에서 오히려 반대 지점으로 갈라서서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 이 콘셉트를 제외하면 거의 다른 영화다. 디테일, 캐릭터, 서사도. 가장 큰 차이라고 하면 원작은 과거 영숙이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다. 원작과 다르게 표현하면서 영숙이 다르게 탄생했고 여성 투톱물처럼 액션 리액션 주고받으면서 원작 서스펜스와 스릴을 끌어내려고 노력했다."

▲ 영화 '더 콜'의 이충현 감독. 제공|넷플릭스
-과거가 달라져셔 현재가 바뀌는 장면은 판타지처럼 표현했다.

"현재 인물 서연의 시점으로 관객들을 버스에 태우고 가는 부분이 있다. 게 부있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인물이 느끼는 것들이 과거에서 작용하는 게 체험 형식으로 보여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본 호러 게임 이런 데서 차용 레퍼런스를 잡았다. 집이 변하고 판타지적으로 변하는 요소도 서연이라는 인물에 최대한 동일하게 맞춰서 서연의 감정을 체험했으면 했다.. CG에서 관객이 튕겨나가지 않는데 신경을 썼다."

-박신혜, 전종서가 연기하는 두 인물이 만나지 않고 액션과 리액션을 주고받고 또 감정이 고조되고 폭발한다.

"순서대로 촬영하지는 않았다. 워낙 감정의 낙폭이 크고 시퀀스별로 감정을 다루는 것들이 달랐다. 이야기가 요동치는 요소가 있다. 그것에 대한 것들의 감정을 설계하는 대신에 배우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어느정도 힘을 줘야 하고 밸런스 줘야 하나 이야기 많이 나눴다. 디테일한 동선은 자유로울 수 있었다. 배우분들이 대부분 세트장에서 혼자 나와서 찍는 부분이 있었다"

-각기 촬영 순서는 어땠나. 누가 먼저 찍고 누가 그를 보고 촬영했는지.

"세트 상황도 그렇고 박신혜 배우 드라마 촬영이 맞물리고 해서 큰 틀에서는 종서 배우 촬영을 먼저 하고 이후에 신혜 배우가 했다. 사실 액션을 취하는 것들은 대부분 과거에서 온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먼저 전종서 배우 촬영을 하고 그에 대한 걸 신혜 배우가 앞부분 촬영을 한걸 보면서 전체적인 걸 잡아갔고 그렇게 뒷부분을 찍었다. 이 영화는 서연이 이끌어가는 것이고 서연의 감정으로 몰입이 될 것이기에 어떻게 중점을 잡을까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신혜 배우가 그 부분 무게즐 잘 잡아주셨다고 생각한다."

-박신혜와 전종서라는 조합은 어떻게 떠올렸나.

"박신혜 배우 경우는 동갑내기 배우임에도 어릴 때보다 훨씬 먼저 활동하셨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굉장히 무게감이 있고 좋은 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감정 표현에 있어서 너무나 탁월해, 화살을 쏴서 꽂듯이 구체적이고 정확하다. 한편으로는 멜로나 로맨스 말고도 이런 폭주하고 하드한 장르에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콜'에서 다른 모습이었고, 다음 챕터로 넘어간 것처럼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같이 할 수 있었던 게 너무 좋은 일이었다.

전종서 배우 경우는 시나리오를 한창 쓸 때 '버닝'을 봤다. 극장에서 3번 봤다. 종서 배우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 - 저 사람을 잘 모르겠다. 알 수 없다. 어디로튈지 모르겠다 - 이것이 영숙과 어울렸다. 박신혜 배우가 내공과 무게로 중심을 잡아준다면 종서 배우의 날것과 다듬어지지 않는 자유로움이 잘 조화가 됐다. 시너지가 돼서 지금 '콜'의 그림이 됐다고 생각을 한다."

-여성 투톱물이지만 서연의 엄마(김성령) 신엄마(이엘) 등 여성 캐릭터들이 강하게 나오는 반면 상대적으로 남성들은 약하게 표현됐다.

"시작점인 원작부터 여성 캐릭터였다. 그걸 남성으로 바꿀 이유가 전혀 없었기에 거기서 출발했다. 각각 엄마 캐릭터가 있지만 캐릭터를 여성으로 해야겠다 생각한 건 아니다. 집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 엄마와 모성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저절로 여성으로 확장이 됐다. 남성을 부수적으로 활용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전종서는 영숙을 아이콘이 될 수 있는 캐릭터로 봤다고 하더라. 전에 없던 여성 빌런이라는 생각이 든다. 의상 때문인지 '처키'가 떠오른다는 반응도 나왔다.

"만들기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 부분은 다분히 종서 배우가 영숙을 연기하고 촬영하면서 만들어준, 배우가 방점을 찍은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애매할 수 있는 캐릭터를 잘 그려줬다. 의상 등에서 '처키' 이야기를 듣기는 했는데 처키보다는 영숙이가 폭주할 때 보일 수 있는 의상 스트라이프 티셔츠도 사실 서태지가 입었던 의상이었다. 그런 걸 영숙이가 따라하고 그동안 하지 못한 잠재적인 욕구를 의상이나 치킨을 통해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강력한 빌런이 되다보니까 예전 호러 장르의 처키로 보이기도 한 것 같다."

▲ 영화 '더 콜'의 이충현 감독. 제공|넷플릭스
-서태지의 음악, 사진, 의상 콘셉트 등이 비중있게 등장한다. 어떻게 쓸 수 있었는지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직접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너무 꼭 서태지라는 인물과 음악을 너무 사용하고 싶었다. 절실했다. 허락을 받고자 서태지님에게 시나리오도 드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봐주셨던 것으로 알고 있다.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신혜 배우와 아내인 이은성 배우가 서로 연락을 해서 이런 영화를 한다, 이런 역할을 하냐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하더라. 나쁘지 않고 긍정적으로 봐주셔서. 영화에 아무 문제없이 쓸 수 있었다."

-왜 서태지여야 했나.

"워낙 90년대와 X세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기도 하고 그 이름 자체만으로도 더 설명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서태지가 가지고 있는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성, 파격, 레트로의 콘셉트. 음악에서의 가사 같은 것들이 영숙의 처지와 묘하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시대적 상황과도 너무 잘 맞았다. 고민없이, 영숙이가 좋아하는 상징으로 서태지를 선택했다."

-특히 영숙이 폭주할 때마다 서태지의 노래 '울트라맨이야'가 강렬하게 쓰였다.

"음악 중에서도 뭔가 기존에서 보여주는 것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복귀했을때의 음악이 '울트라맨이야'였다. 영숙은 1999년에 사는데 서태지는 2000년 컴백을 했고 확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 등이 타임슬립과도 연관이 있었다. 당시 레드계열 콘셉트, 헤비메탈, 폭주하는 콘셉트. 더이상의 영웅은 없다는 가사 등이 묘하게 영숙의 폭주와 맞았다."

-영숙은 무기로 소화기를 사용한다.

"불이란 메타포가 있다. 서연은 화상을 입었고, 영숙 주위엔 퇴마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화기가 있을 것 같았다. 일반적인 도구가 영숙에게는 살인 도구가 되는데 그런 동전의 양면 자체라도 생각했다. 딸기. 빨간 소화기. 가발. 피. 폭주할 때 옷 등 레드계열로 통일성을 이루고자 했다."

-에필로그는 어떤 의미인가.

"과거에 어떤 것으로 현재의 무엇이 변한다, 그리고 그것이 자칫 공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콘셉트였다. 결말에 있어서 마침표를 찍기보다는 과거의 것 때문에 현재가 변할 수 있다. 그래서 실시간으로 영화가 끝나지 않고 변한다는 게 이 영화와 맞지 않나 생각했다."

-영숙의 친구였던 선희에 대해 부연한다면.

"서연과 동일한 역할과 처지에 있다고 생각한다. 서연에 대한 복선이기도 하다. 친구였다가 갈라졌고 그 일이 다시 서연에게 반복되는데, 오히려 맥거핀으로 작용해서 영숙이 아니라 신엄마가 악한 것처럼 보이는 역할을 했다. 서연과 똑같이 다리 화상이 생긴다. 반복적인 패턴이고 반복적으로 상대한 인물이다. 선희는 같은 시공에 있는 것이고 영숙은 다른 시공에 있는 차이가 있다. 복선의 인물이었다고 생각을 한다."

-데뷔작 '몸값'에 출연한 박형수 이주영 배우가 목소리 출연을 했다.

"지금과도 연락을 자주 하고 잘 지낸다. 이 영화도 같이 하고 싶었다. 아쉽게도 마땅히 역할이 맞지 않아서 같히하지 못했다. 의미있는 분들이고 영화도 의미있어서 어떤 방식으로든 '콜'에서 보여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전화하는 목소리가 두분이면 좋겠다고 부탁드렸다. 흔쾌히 부탁드려서 녹음을 해주셨다. 언젠가 같이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충무로 미남 감독이 나타났다고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나이가 들어서도 작품을 할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다. 꾸준히 감독을 하는 게 개인으로서는 첫번째 가치다.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해야겠다고 생각이든다."

-90년생 젊은 감독으로서 현장을 이끌어 가는데 고충은 없었나.

"나이를 떠나 한 번도 상업영화와 장편영화 현장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수나 부족함이 있을 거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고 나서는 그런 부분들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나이도 그렇고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도와주신 분들이 너무 많았고, 배우들도 잘 이끌어줬다. 함께 한 분들이 내가 부족하거나 모르는 부분에 있어서 가르쳐주고, 나도 모르는 부분은 모르겠다고 말하고 배우면서 했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단 하나의 불편함도 없었다."

▲ 영화 '더 콜'의 이충현 감독. 제공|넷플릭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려 하나.

"스릴러 장르를 하게 됐지만 한가지 장르, 스릴러만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몇 작품 더 찍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한 다양한 장르 영화를 하고 싶다. 다음 작품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 '콜'과는 다른 느낌의 장르물이 되지 않을까. 독특한 형식의 장르물 해보고 싶다."

-미래에서 전화가 걸려오면 뭘 묻고싶나.

"모르겠다. 미리 아는 게 더 안좋다는 생각이 든다. 물어보지 않을 것 같다. 지금의것에 충실하며 살아가지 않을까. 영화속 인물처럼 상황이 되면 어떨까 상상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무섭다."(웃음)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j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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