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KBO리그는 대부분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KBO 스토브리그가 거북이 걸음을 걷고 있는 가운데 속 타는 선수들이 있다.

올해 FA 시장은 개막 연기로 전체적인 시즌 일정이 늦게 끝나면서 다른 때보다 유독 늦게 열렸다. 지난해 FA 승인 선수 공시는 11월 3일에 났고 선수들은 4일부터 자유로운 협상에 들어갔다. 1호 FA 계약은 11월 13일에 이지영이 키움과 체결했다. 올해는 한국시리즈가 지난달인 11월 24일에 끝나면서 FA 시장이 지난달 29일부터 열렸다.

그렇다보니 올해 FA를 신청한 16명 중 가장 먼저 FA 계약을 맺고 SK에 잔류한 김성현이 이달 1일에야 도장을 찍었다. 다른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FA 시장은 원래 눈치 싸움을 벌이다가 누군가 이적 소식을 전하면 그때부터 줄줄이 발표를 하는 분위기라지만 올해는 전체적인 일정 자체가 늦어지면서 시장이 해를 훌쩍 넘길 수 있겠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2021년 FA 선수들부터 등급제가 실시됐는데 유희관, 이용찬, 오재일, 최주환, 허경민, 정수빈(이상 두산), 김상수(키움) 등 A급 선수들이 아직 남아 있고 구단들의 영입 경쟁 소식이 들리고 있다. 최형우(KIA), 차우찬(LG), 이대호(롯데) 등 굵직한 B급 재자격 선수들도 있어 줄다리기 협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럴수록 더욱 애가 타는 것이 바로 방출 선수들이다. 야구계에 따르면 대다수 구단들은 FA 시장 분위기를 살펴본 뒤 방출 명단에 관심을 가지겠다는 계획이다. 한화에서 나온 이용규와 계약한 키움처럼 쏠쏠한 영입을 노리는 구단도 있지만 특히 올해는 구단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 한파'로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어 웬만한 실력으로는 재취업이 어려운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FA 선수들도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기대하던 몸값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지금 다수 구단이 관심을 보이는 선수들도 계약 조건을 보면 예전에 비해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대부분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고 광고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구단들의 수익이 곤두박질 수준을 넘어 적자로 향했기 때문이다.

KBO는 2일 2021년 10개 구단 보류선수 명단을 발표했는데 10개 구단 중 3군데나 10명 이상 선수단을 정리했다. 특히 육성선수 정리까지 합치면 많은 구단들이 선수를 대폭 줄였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웬만한 베테랑 선수들도 새 팀을 구하기 어려워 보인다. 2일 기준 보류선수 명단 제외 선수 중에서 은퇴 선수를 제외하고 새 팀을 구한 것은 안영명(두산), 이용규뿐이다.

선수들은 개인 훈련으로 몸을 만들며 혹시나 모를 구단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는 FA 시장이 늦어지면서 내년 2월 스프링캠프 전까지 방출 선수들의 '무소속 기간'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수익 구조를 잃어버린 구단들도, 구단의 몸집 줄이기에 갈 곳을 잃은 선수들도 타격이 큰 코로나19 한파다.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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