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2016년 프로 야구는 여러 이유로 전력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장타력이 떨어지거나, 또는 홈런 타자를 잃은 팀은 장타의 불확실성보다 '슬럼프 없는' 발에 주목할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 25개 이상의 홈런을 친 선수는 16명. 이 가운데 5명이 내년 시즌 KBO 리그에 없다. 4년 연속 홈런왕 박병호(넥센-미네소타)와 28홈런으로 커리어 하이 기록을 남긴 김현수(두산-볼티모어)가 메이저리그로 떠난다. 홈런 2위이자 2년 연속 30홈런을 넘긴 야마이코 나바로는 삼성과 재계약이 무산됐다. SK 앤드류 브라운과 넥센 브래드 스나이더도 마찬가지다. 

홈런 타자들이 떠난데다 넥센이 목동구장에서 고척스카이돔으로, 삼성이 대구시민구장에서 삼성라이온즈파크로 홈구장을 옮기면서 리그 전체 홈런 숫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두 팀 모두 규모가 큰 구장으로 이사를 한다. 또 KBO 리그 구장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LG는 스토브리그 초반부터 팀 색깔 바꾸기에 들어갔다. 부족한 장타력을 억지로 끌어올리기보다 발 빠른 선수를 지켰다. 

지난 2년의 KBO 리그 추세는 타고투저였고 홈런이 대폭 증가했다. 2012년 이후 4년 동안 경기당 홈런은 1.16개1.39개2.02개2.10개로 늘었다. 반면 올해 KBO 리그에서 도루는 1,201개가 나왔다. 경기당 1.66개꼴이며 지난해 1.77개보다 조금 줄었다. 2013년 시즌에는 그보다 많은 2.03개, 8개 구단 체제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2년에는 1.92개의 도루가 기록됐다.   


팀 홈런 1~3위 타자가 모두 빠져나간 넥센은 가장 극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박병호(53홈런)와 스나이더(26홈런), 유한준(23홈런)의 홈런 합계가 102개다. 팀 전체 홈런 203개의 절반이 빠지는 셈이다. 새 홈구장 고척돔은 목동구장과 달리 홈런 타자에게 불리하다. 홈부터 펜스까지 거리는 목동구장이 좌우 98m, 가운데 118m이며 고척돔은 좌우 99m, 가운데 122m다. 펜스 높이도 고척돔이 4m로 높다. 

넥센은 올해 팀 도루 100개로 8위였다. 라인업 구성부터 기동력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이미 올해 초 스프링캠프부터 박병호와 유한준 없는 넥센의 밑그림을 그려 뒀다. 20(홈런)-20(도루)에 홈런 하나가 부족했던 김하성, 주전으로 발돋움한 고종욱, 2014년 시즌 48도루를 기록한 서건창 등이 넥센의 스피드를 끌어올릴 주인공이다. 강지광과 임병욱 등도 기대를 모으는 신예들이다. 

LG는 2차 드래프트 40인 보호 선수 명단에 베테랑 이진영을 제외했을 정도로 과감한 리빌딩에 들어갔다. 수비 포지션이 애매한, 장타 기대주들도 팀을 떠났다. 최승준과 나성용은 타격 재능은 있었지만 수비 문제로 1군에 불러들이지 못하거나, 혹은 대타에 머물렀다. 양상문 감독은 2014년 시즌부터 과감한 주루 플레이를 요구했다. 부작용도 있었지만, 뚝심은 그대로다. LG는 10개 구단 가운데 4번째로 많은 175차례 도루를 시도했고 113번 성공했다.  

주전 2루수 나바로와 3루수 박석민(NC)이 떠난 삼성은 이미 장기가 '발야구'였다. 지난해 팀 도루 161개로 1위, 올해도 NC(204개)에 이어 2위(157개)다. 김상수와 박해민은 최근 2년 동안 도루왕을 차지했다. 배영섭이 전역해 풀타임 시즌을 준비하고 있고, 올해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구자욱과 박찬도는 삼성에 가속을 붙여 줄 선수들이다. 

삼성이 꾸준히 '뛰는 야구'를 준비한 반면 넥센과 LG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도루 성공률에서도 차이가 났다. 올 시즌 삼성은 75.1%의 성공률을 기록했는데 넥센은 68.0%, LG는 그보다 낮은 64.6%였다. 도루 숫자만큼이나 눈여겨봐야 할 수치다. 

[사진] LG 박용택, 삼성 박찬도 ⓒ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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