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진우 초대 선수협회장이 팬이 건넨 야구공에 사인을 해주고 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 송경택 영상 기자] “모든 세상이 투명하게 움직이는데 적은 액수도 아니고….”

프리에이전트(FA) 계약과 연봉 협상이 아닌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이대호 회장과 김태현 사무총장의 판공비 문제가 스토브리그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 법인카드 대신 현금으로 받아 불투명하게 사용하면서 논란을 증폭시켰다.

최근 사임한 이대호 회장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판공비 금액’과 ‘셀프 인상’ 논란에 대해 해명하면서 진화가 된 부분도 있지만, 이를 둘러싸고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이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대해 선수협을 탄생시킨 ‘회장님’ 송진우(54) 초대 회장은 어떤 생각일까.

올 시즌이 끝난 뒤 한화 이글스를 떠나 최근 독립야구단 스코어본 하이애나들의 초대 감독을 맡은 송 전 회장은 “나도 기사들을 자세히 살펴봤는데 마음이 아프더라”며 “요즘 모든 세상이 투명하게움직인이는데 판공비를 현찰로, 적은 액수도 아니고…”라며 쓴 소리를 보냈다.

송 전 회장은 근본적인 문제부터 지적했다. 그는 “제일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구단 눈치를 보면서 서로 회장을 안 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그 부분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 생각한다. 이대호도 떠밀려서 회장을 한 거다. 그런데 판공비 문제로 접근한 것은 내가 볼 땐 선수협이 잘못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모두가 기피하는 선수협회장 자리지만, 판공비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은 잘못이라는 뜻이다. 물론 회장이 개인 돈을 써가며 무료봉사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4년 전 150억 원이라는 거액에 FA 계약을 한 이대호가 판공비 문제로 논란을 일으킨 부분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송 회장은 한발 더 들어가 “이대호 회장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안에서 일하는 사무총장이나 이런 분들이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운동하는 선수들이 사실 회계문제 같은 것은 어색하고 잘 모른다. 사무총장이 ‘이것은 된다, 안 된다’를 얘기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투명하게 회계처리를 해야 할 사무총장이 오히려 자신도 판공비를 급여처럼 개인통장으로 받아 주먹구구식으로 쓴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송 전 회장은 “회계 장부는 정말 투명하게 처리해야 된다. 투명하지 못하면 연봉이 적은 선수의 신뢰가 점점 깨져버린다. 그러면 선수협이 존재할 가치가 사라져버리는 거다. 한 쪽에서 신뢰가 무너지면 선수협이 어떤 일을 할 때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1988년 고(故) 최동원의 주도로 시작된 선수협 결성 움직임은 2000년에 송진우 회장을 중심으로 탄생을 하게 됐다. 그 사이 많은 선수들이 다쳤고, 피와 눈물을 흘렸다. 선배들의 희생으로 현재 주전급 선수들은 연봉이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고, 심지어 100억 원이 넘는 규모의 FA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풍요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재의 선수들은 과거 선배들의 희생정신을 잊은 채 달콤한 열매만을 생각하고 있다. 특히 욕먹기 십상인 선수협회장 자리는 기피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 프로야구선수협회 이대호 회장이 판공비 논란과 관련해 2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송 회장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내가 나설 일은 아니지만”이라고 전제를 하면서도 “이제는 선수협회장을 꼭 선수가 할 필요가 있는지, 이것은 이제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회장을 꼭 선수 출신이 해야 되냐, 아니면 외부에서 덕망 있고 일 잘하시는 분이 회장을 하는 게 낫느냐”면서 “선수들은 운동을 해야 하고 구단과 관계가 있으니까 조금 어렵다는 생각도 든다. 야구 문제니까 야구인이 해야겠지만, 현역 선수 대신 덕망 있는 분이 회장을 맡고 10개 구단에서 중간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선수들의 의견을 취합해 회장한테 올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지 않나. 어쨌든 몰라서 생긴 문제는 자문도 많이 구하고, 선수들이 풀어가야 할 문제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과거 선수협이 결성될 때는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로 인해 선수협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엔 선수협이 팬들에게 질타를 받는 대상으로 전락했다.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선수협이 거듭나야한다. 팬들과 저연봉 선수들에게도 신뢰받는 선수협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회장님이 후배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당부의 말이었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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