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이 하회탈을 선물 받은 뒤 "나랑 좀 닮았느냐"고 물으면서 활짝 웃고 있다. ⓒ광주, 이재국 기자
[스포티비뉴스=광주, 이재국 기자 / 송경택 영상 기자] KIA 타이거즈 맷 윌리엄스(55) 감독에게 2020년은 자신의 인생에서 특별한 해로 기억될 듯하다. 가족도 없는 낯선 한국에서 기나긴 첫 시즌을 보냈다.

윌리엄스는 외국인선수를 포함해도 역대로 KBO리그에 온 외국인 중에 메이저리그 최고 슈퍼스타 출신이라 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홈런 378개를 기록했고, 최고 수비수에게 주어지는 골드글러브도 4차례나 수상했을 정도로 공수를 갖춘 최정상급 3루수 출신이다. 은퇴 후 야구해설가로도 활동했고, 2014년과 2015년에는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을 지냈다. 특히 2014년에는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가 지난해 말 KIA 감독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모두들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윌리엄스 감독은 미국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지난 3월에 입국해 기나긴 한 시즌을 보낸 뒤 미국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11월 마무리훈련까지 지휘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이달 중순쯤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가족 품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한국 생활은 적응할 만했을까. 한국 문화와 음식은 괜찮았을까. 그리고 KIA 타이거즈와 KBO리그는 그의 눈에 어떻게 비쳐졌을까. 스포츠타임은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윌리엄스 감독을 만나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서 보낸 첫 시즌에 대한 소회를 들어봤다.

<1부>는 그가 첫 시즌에 느낀 한국 문화, 음식, 향수, 적응기 등에 관한 얘기들로 구성했다. <2부> 한국야구와 KIA 타이거즈 이야기는 7일 공개할 예정이다.

▲ KIA 맷 윌리엄스 감독(오른쪽)이 올 시즌 한화 최원호 감독대행에게 초대형 인삼주를 선물 받은 뒤 기뻐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감독들과 선물 투어…“인삼주는 가을야구 가면 마시려고”

윌리엄스 감독은 올 시즌 처음 만나는 KBO리그 다른 9개 구단 감독들과 선물을 주고받으며 거리감을 없앴다. 그가 와인을 선물하자 다른 감독들도 가만있을 수 없어 술이나 지역특산품, 건강식품 등을 선물했다. 일명 ‘와인투어’로 불린 이 선물 주고받기는 하나의 이벤트가 됐고, 치열한 승부 세계 속에서 훈훈한 인간미를 전해줬다. 어떤 감독이 무슨 선물을 하는지 취재진과 팬들도 궁금해 하면서 2020시즌을 장식한 흥미로운 스토리로 엮어졌다.

기자 역시 윌리엄스 감독과 인터뷰를 하기 전, 왠지 선물부터 준비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무슨 선물을 해야 할까. 고민을 거듭한 끝에 서울 인사동을 찾아 한국의 전통문화를 상징하는 하회탈 하나를 사서 광주로 향했다.

인터뷰에 앞서 선물을 받은 윌리엄스 감독은 “아직 크리스마스도 아닌데?”라며 놀란 표정을 지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포장을 조심스레 벗기면서 “어머니께서 포장지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심해서 뜯으라고 하셨다”며 ‘착한 어린이’처럼 얘기하더니, 하회탈을 보고선 “미국에서 비슷한 것을 본 적은 있지만 이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신기해 했다.

‘한국의 가장 유명한 마스크(탈), 하회탈’이라는 설명에 자신의 얼굴 가까이에 대고 “나랑 좀 닮았느냐”고 물으며 웃었다. 그러고 보니 코 모양과 웃는 모습이 하회탈을 닮았다.

‘내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더라도 감독실이나 집에 걸어두고 매일매일 이 하회탈을 보고 웃으라는 의미에서, 또 KIA 타이거즈 팬들을 항상 웃게 해달라는 의미에서 선물한다’는 기자의 말에 “말하기 전부터 알았다”며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항상 웃음 짓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고 화답했다.

이어 올 시즌 10개 구단 감독과 주고받은 선물 중에 한화 최원호 감독대행에게 받은 인삼주 사진을 보여주자 윌리엄스 감독은 파안대소하며 “상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그때의 감동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모든 감독들에게 받은 선물들이 좋았다. 마음이 느껴지는 선물이었다. 각 도시를 대표하고 의미를 담은 선물들이었다”며 고마움을 다시 한 번 전했다.

선물로 받은 술은 모두 마셨을까. ‘술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라며 크게 대답하더니 “소주도 있고 와인도 있었는데 코칭스태프, 지인들과 나눠마셨다”면서 “인삼주는 사무실 테이블에 놓여있다. 포스트시즌 진출 후에 마시려고 아껴뒀다”며 내년 시즌 가을야구 진출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그러나 올 시즌 선물을 교환하며 얼굴을 익힌 감독 중에 4팀의 감독이 바뀌었다. 내년에도 다른 팀 감독들과 선물 교환 이벤트가 계속될까. 이에 대해 윌리엄스 감독은 “특별히 드리고 싶은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공개할 수는 없다”고 비밀에 부쳤다.

▲ 윌리엄스 감독은 올 시즌 도중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홍건희(가운데)가 챔피언스필드를 찾았을 때 전 동료였던 KIA 선수들이 송별회를 하는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KIA 타이거즈
◆ 윌리엄스 감독이 느낀 한국문화와 한국의 정

윌리엄스 감독은 올 시즌 KBO리그를 처음 경험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그는 “동료애”와 “단체생활”이라고 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식사할 때나 이동할 때도 모든 것을 미국과 달리 단체로 하는 부분에 가장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윌리엄스 감독은 “한국은 전체적으로 미국보다 선수가 적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한 팀에서 같이 뛰다 이적하는 선수도 많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우정과 연대감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 참 특별했다”고 털어놨다.

올 시즌 도중 두산으로 트레이드한 홍건희가 챔피언스필드를 찾았을 때 KIA 선수들이 송별식을 열어주고, KIA로 이적한 홍상삼이 두산 더그아웃 쪽으로 뛰어가 도열한 두산 선수들과 하이파이브 세리머니를 펼친 장면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역시 향수였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낸 것은 처음”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미국에 있는 가족들이 한국에 오지 못한 상황에 대해 아쉬워했다. 광주를 상징하는 무등산 얘기가 나오자 “가 보고 싶었지만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을 조심하고 있다”며 “곧 한 번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 윌리엄스 감독은 "태어나서 이렇게 오랫동안 가족들과 떨어져 산 적이 없었다"면서도 "모든 한국 음식을 먹어보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희재 기자

◆좋아하는 한국 음식, 소화하기 힘든 한국 음식

오랜 타국 생활을 하다보면 누구나 고향 음식이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현재는 애리조나에 살고 있는 윌리엄스 감독은 그러나 “여기서 매일 다른 음식 먹는 걸 시도해보고 있다”며 음식 문제를 겪지 않는다고 밝혔다. 통역인 구기환 씨도 “감독님은 김치찌개 된장찌개도 잘 드신다”며 가리는 음식이 거의 없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여전히 도전하기 어려운 음식도 물론 있다. 윌리엄스 감독은 “산낙지는 이전에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잘게 썰어져 있으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통째로 먹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면서 “홍어도 먹어봤지만 역시 처음 느껴보는 맛이어서 쉽지 않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세 번 먹어보면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는 기자의 말에 윌리엄스 감독은 “그래?”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그럼 두 번 더 먹어봐야할 것 같다”고 재치있게 대답했다.

▲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이 스포츠타임 이재국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무엇일까. 윌리엄스 감독은 “애니싱(anything) 쌈, 올(all) 쌈”이라며 ‘쌈 마니아’임을 밝혔다. “나도 왜 이걸 좋아하는지 모르겠는데 모든 음식을 쌈 싸 먹는다. 심지어 샐러드도 쌈에 싸먹고 있다”고 자랑했다.

“별명 잘 짓기로 소문난 한국 팬들이 윌리엄스 감독에게 '쌈리엄스'라는 별명을 붙일지 모르겠다”고 하자 그는 “좋다. 마음에 든다”며 껄껄 웃었다.

<2부>에서 계속

스포티비뉴스=광주, 이재국 기자 / 송경택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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