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한국선수론 유일하게 미국 NCAA에서 뛰고 있는 이현중 ⓒ 데이비슨 대학 SNS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한국농구에서 미국진출이라는 새 길을 개척하고 싶습니다."

이현중(20, 202cm)을 처음 본 건 2017년 2월이었다. 당시 KBL(한국프로농구연맹)은 전국 고교 농구 유망주들을 강원도 속초시 청소년수련관에 모아놓고 4박 5일 일정으로 유스 엘리트 캠프를 진행했다.

이 캠프엔 이현중을 비롯해 하윤기, 이정현, 신민석, 김형준 등 고교농구에서 이름 꽤나 떨치던 선수들로 채워졌다. 그중에서도 이현중은 눈에 띄는 유망주였다. 2m가 넘는 키에 올라운드 플레이어라 불릴 정도로 다재다능했다.

그해 이현중은 남고부 농구를 평정했다. 이현중이 속해 있던 삼일상고는 2017년 남고부 4관왕(춘계연맹전, 연맹회장기, 주말리그 왕중왕전, 전국체전)에 오르며 전국을 재패했다. 삼일상고를 전국 최강으로 이끈 선수가 고교 2학년 이현중이었다(이현중과 트윈타워를 형성한 하윤기의 활약도 대단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현중이 KBL 드래프트에 나온다면 유력한 1순위 후보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명문대 진학은 당연한 얘기였다.

그런 이현중이 돌연 삼일상고를 자퇴하고 호주 캔버라에 있는 NBA 글로벌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NBA 글로벌 아카데미는 NBA가 전세계 남녀 농구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만든 교육 기관이다. 세계 최고수준의 훈련 시설과 프로그램을 자랑한다.

이현중은 이곳에서도 남다른 실력을 뽐냈다. 미국 대학들의 러브콜을 받은 이현중은 지난해 스테픈 커리의 모교로 유명한 데이비슨 대학에 진학했다. 데이비슨 대학은 이현중을 데려오기 위해 전액 장학금을 포함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1학년 때부터 이현중은 팀의 주요 식스맨으로 활약했다. 평균 8.4득점 3.1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37.7%로 데이비슨대가 속한 애틀랜틱 10 콘퍼런스 올 루키에 뽑혔다. 2m 이상의 장신 슈터는 한국이나 미국에서나 귀한 자원이었다.

2학년을 맞은 이번 시즌엔 주전으로 올라섰다. NCAA(미국대학체육협회) 개막전부터 37분을 뛰며 23득점 5리바운드 9어시스트 2블록슛으로 맹활약했다. 자연스레 국내 농구팬들이 이현중에게 갖는 관심과 기대도 높아졌다. 부담을 느낄 법 했지만 이현중은 예상 외로 담담했다.

"제가 현재 NCAA에서 뛰는 유일한 한국인이잖아요. 관심이 많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지난 비시즌 농구와 웨이트트레이닝에만 전념했죠. 이번 시즌은 무언가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어요. 자신 있습니다. 주위에선 부담이 될까 걱정하지만, 전 '어떻게 하면 농구를 잘할까' 이 생각만 하고 있어요."

"지난 시즌엔 단순한 캐치 앤 슈터였어요. 하지만 캐치 앤 슈터는 한계가 있습니다. 집중 견제를 받으면 잘하기 힘들고 슛에는 기복이 있으니까요. 슛이 안 들어가더라도 나만의 무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공격의 다양성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비시즌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 한국 U18 농구 대표 팀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던 이현중 ⓒ 대한민국농구협회
비시즌 준비를 철저히 한 덕분에 급격히 늘어난 출전 시간에도 체력부담은 없다고 했다. 미국 생활에 대한 적응도 끝마쳤다고 말했다. 이현중은 시즌 초반부터 많이 뛰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뇨 오히려 재밌어요. 우리가 지더라도 큰 점수 차로 지는 게 아니라, 1~2점 차로 패하니까 더 승리욕이 올라와요. 안 힘들고 괜찮아요. 지난 시즌과 달리 힘들다는 느낌은 없습니다"라며 "외로운 것도 전혀 없어요. 적응은 다 했어요. 팀 동료들, 코치들, 감독님이 모두 제 능력을 인정해줬어요.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도 요령이 생겨서 이제는 괜찮아요"라고 답했다.

국내에 있었다면 지금보다 편한 길을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더 많이, 더 높은 곳까지 성장하고 싶다는 욕심이 미국진출을 이끌었다. 농구를 더 잘하기 위해선 한국보단 미국에서 배워야한다는 게 이현중의 지론이다.

"확실히 농구는 미국에서 배워야 빨리 늘어요. 미국은 한국과 달리 효율적인 훈련을 해요. 또 연습을 통해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죠. 무조건 양만 많다고 좋은 훈련은 아니라고 봐요. NCAA에도 충분히 기량이 통할만한 한국선수가 있다고 믿어요. 다만 다른 환경에 대한 두려움과 미국에 가면 뒤쳐질까 걱정하는 마음에 도전을 꺼려하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이현중의 목표는 NBA(미국프로농구) 진출이다. 국내에선 2004~2006년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에서 뛰었던 하승진 이후로 NBA 리거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진수, 이대성 등이 미국농구에 부딪혔지만 NBA와는 거리가 있었다. NBA는커녕 미국 진출을 꿈꾸는 유망주도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다른 아시아 유망주들이 어린나이 때부터 적극적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농구를 배우는 것과는 대조되는 양상이다. 옆 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현재 루이 하치무라, 유타 와타나베가 NBA에서 뛰고 있다. 이외에도 다수의 중국, 일본 유망주들이 미국 대학에 진학해 NBA 진출을 노리고 있다.

"다음 시즌 중국출신의 키 크고 외곽슛이 좋은 선수가 곤자가 대학에 입학한다는 얘기가 있어요. 제가 아는 일본인 친구도 네브라스카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고요. 미국에 와보니 이곳에서 NBA 진출을 꿈꾸는 아시아 선수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런데 그 아시아 선수 중에 한국선수는 저 하나뿐이에요. 앞으로는 한국선수들도 많이 미국농구에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현 시점에서 이현중은 NBA 진출에 가장 가까운 한국선수다. 물론 갈 길은 멀다. 빠른 시간 안에 NCAA에 정착했고 인상 깊은 경기력을 보인 건 맞지만 아직 증명해야될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 

이현중도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NBA 진출'이라는 꿈을 쉽게 포기할 생각은 없다.

"아직까지 NBA 드래프트에 뽑힌다는 보장이 없어요. 부족한 게 많죠. 지금은 NBA에서 관심이 없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할 생각이에요. 드래프트에 뽑히지 않더라도 도전은 멈추지 않을 거예요. 와타나베 선수도 드래프트에 지명되지 못했지만 서머리그를 통해 계약했잖아요. 혹시 드래프트에 안 뽑히더라도 저도 그런 식으로 계속 도전해볼 생각이에요. 도전하고 깨져볼 생각입니다."

▲ 분명 이현중은 현재 NBA 진출에 가장 가까운 한국선수다 ⓒ 데이비슨 대학 SNS
▲ 지난 여름 한국에서 유망주들의 일일 멘토로 나서 얘기하고 있는 이현중 ⓒ KBL
아직도 이현중이 어떤 선수고, 어떤 플레이를 하는지 모르는 농구팬들은 많다. 다행인 점은 앞으로 이현중의 NCAA 경기를 국내 팬들도 생중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현중이 출전하는 데이비슨 대학과 조지아 서던 대학의 맞대결이 12일 아침 9시(한국 시간) 스포티비 온(SPOTV ON)과 스포티비 나우(SPOTV NOW)에서 생중계된다.

국내 중계소식을 들은 이현중은 "중계소식을 듣고 처음엔 확실히 긴장이 되더라고요. 더 잘해보자는 생각도 들었는데, 너무 그러면 오히려 경기력이 안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원래 제가 하던 대로만 최선을 다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며 "우리 팀의 이번 시즌 전망이요? 3월의 광란이 열린다면 충분히 나가볼 수 있는 전력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끝으로 이현중은 국내 농구 유망주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메시지였다.

"지금 여기까지 오기 정말 힘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특별해서 지금의 위치까지 다다른 건 아니거든요.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면 저뿐 아니라 모든 사람도 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미국에 가고 싶은데 실패에 대한 무서움 때문에 못 가는 어린선수가 있다면 그런 걱정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외국에 나간다면 설사 성공하지 못해 돌아가더라도 최소한 영어를 배울 수 있고, 선진 농구 시스템을 익히면서 자신이 더 성장할 기틀이 생겨요. 성장은 100%합니다. 혹시 미국이나 해외로 농구 유학할 기회가 생긴다면 주위 얘기 듣지 말고 빨리 도전하세요."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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