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공업고 1학년 류준.
▲ (왼쪽부터) 동아공업고 류비, 강태일 감독, 류준, 조정 국가대표 박현수.
[스포티비뉴스=정형근 기자] 한국 조정의 미래를 이끌 유망주 형제가 등장했다. 형제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고(故) 최숙현을 떠올렸다. 

동아공업고 류비(18)·류준(16)은 지난달 부산 서낙동강 조정경기장에서 열린 제46회 장보고기전국조정대회 남자고등부 더블스컬에서 7분 02초 05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류비‧류준은 중학생 때 조정을 시작했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아버지 류정민 씨는 조정 국가대표 출신이다. 고등학생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선발됐고,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아버지의 운동 DNA를 물려받은 형제는 습득력이 남달랐다. 특히 고등학교 1학년 류준은 이미 고3 선수들과 비슷한 수준의 실력을 갖췄다. 류준은 남자고등부 싱글스컬에서 2위(7분 31초 17)를 차지했다. 류비도 무타페어 종목에서 이승준(17)과 함께 은메달을 하나 추가했다. 

조정 강국인 독일 대표팀에서 경기력 분석 활동을 한 동아공업고 윤원일 조정 코치는 “고등학교 레벨에서는 한 학년의 차이가 매우 크다. 그래서 1학년 선수가 3학년 선수와 경합하고 이기는 건 대단한 일이다. 두 선수 모두 센스와 능력이 타고났다. 지도하면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류준은 한국 최고의 선수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녔다. 허리 부상을 안고 뛴 류비는 자신과 싸움에서 이겨내는 게 급선무다. 류비 역시 자질과 마인드가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 류비와 류준은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고 이종사촌인 고 최숙현을 떠올렸다.

류비·류준 형제에게 이번 우승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류비·류준은 지난 6월 체육계의 비리와 가혹행위를 고발하고 유명을 달리한 고 최숙현의 이종사촌이다.

류비와 류준은 “학교에서 함께 금메달을 딴 것은 처음이다. 숙현이 누나를 생각하며 최선을 다했다. 어렸을 때 숙현이 누나와 함께 수영장도 다녔고, 올해 초에도 같이 밥을 먹으며 잘 지냈다. 누나를 위해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다. 누나가 봤으면 정말 좋아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아공업고 강태일 감독은 “두 선수 모두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 우승할 수 있었다. 형제의 아버지가 정신적인 측면을 잘 잡아줬다. 조정이 한국에서는 비인기 종목이지만 서양에서는 고급 스포츠다. 가족이 2대에 걸쳐 운동을 하고 있는데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해 조정을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류비·류준 형제의 롤 모델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정 경량급 싱글스컬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박현수(25)다. 박현수는 아시안게임 조정에서 금메달을 딴 네 번째 한국 선수이다.   

직접 두 선수의 경기를 지켜본 박현수는 “류비와 류준 모두 발전 가능성이 크다. 감독님과 코치의 말을 믿고, 좌절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국가대표로 발탁될 수 있다. 나도 후배들을 위해 아낌없이 퍼주고 싶다. 내년에 올림픽이 있는데 내가 길을 먼저 뚫어야 후배들도 따라서 성장할 수 있다. 성공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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