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사이타마(일본), 이교덕 기자] "으하하하."

'야수' 밥 샙(42, 미국)이 굵직한 목소리로 또 웃었다. 31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라이진 FF 연말 이벤트'에서 12년 만에 재대결한 아케보노(46, 미국)에게 다시 이겼다. 3-0 판정승.

확실히 결판을 낸 느낌은 아니었다.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겼다. 아케보노의 부상으로 경기가 2라운드에 끝났고, 그때까지 점수로 판정을 냈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는 스탠딩 타격전에서 메치기, 조르기, 꺾기를 할 수 있는 '슛복싱 룰'로 진행됐다. 1라운드 공이 울리자, 가드를 바짝 올린 아케보노는 밥 샙의 양 훅을 맞으면서도 전진했다. 비장의 무기를 준비한 듯, 클린치에서 승부를 보려고 했다.

하지만 접근이 쉽지 않았다. 거리를 좁히려고 하면 묵직한 밥 샙의 주먹이 어김없이 날아왔다. 링 포스트로 밥 샙을 몰아넣었지만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밥 샙의 타격에 원하는 대로 펀치를 던지거나 테이크다운을 연결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밥 샙의 펀치가 쓸고 지나간, 아케보노의 오른쪽 귀 뒤가 찢어져 피가 났다. 지혈하느라 1라운드에 두 번이나 경기가 중단됐다. 재개된 경기에서도 아케보노는 넥클린치를 노렸으나, 이를 떨쳐 낸 밥 샙은 궤적이 큰 오른손 훅을 계속해서 날렸다.

2라운드에서도 피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아케보노가 더 이상 싸울 수 없다고 판단한 심판은 2라운드 도중 경기를 끝냈다.

여기서 세 명의 심판은 모두 밥 샙에게 승리를 줬다. 2003년 12월 31일 K-1 다이너마이트에서 아케보노를 KO시킨 밥 샙은 40대 중반에 다시 만나 벌인 승부에서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밥 샙은 2005년 9월 최홍만 전 판정패를 포함해 입식타격기에서 1승 13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종합격투기에선 2011년 3월부터 12연패하고 있었다. 마지막 승리는 2012년 2월 토판 피라니에게 입식타격기 경기에서 거둔 것. 밥 샙에게 이번 승리는 값질 수밖에 없었다.

[사진] 정성욱 랭크5 편집장 mr.sungch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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