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강정호(피츠버그)를 5번 타자로 밀어낸 타자. 지난해 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그를 관심 속에 지켜봤다. 성남고 시절 4연타석 홈런으로 일약 고교 최고 거포가 됐으나 데뷔 팀에서 발돋움하지 못하고 떠밀리듯 트레이드됐던 '미운 오리'. 그러나 그는 비범한 백조였고 KBO 리그에서 처음으로 2년 연속 50홈런 대기록과 함께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국제 거포'로 자리매김을 노린다. 박병호(30, 미네소타 트윈스)의 도전. 무조건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금물이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낙관해서도 안된다.

2015년 박병호는 140경기 타율 0.343(5위) 53홈런(1위) 146타점(1위)으로 넥센 히어로즈 붙박이 4번 타자이자 국내 최고 거포로서 명성을 재확인한 뒤 포스팅 시스템으로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었다. 1,285만 달러(약 147억 원)의 포스팅 입찰금에 개인 몸값은 최고 5년 1,850만 달러(약 186억 원)이다. 개인 몸값이 예상보다 적다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어쨌든 박병호는 KBO 리그 최고 거포 출신으로서 '위대한 도전' 무대 앞에 섰다.

박병호는 “돈이 아닌 꿈을 선택한 것이다. 도전한다는 자체를 더 크게 봐 주셨으면 한다. 만족한다”며 미네소타 입단 소감을 밝혔다. 이제는 박병호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야구로 미네소타 팀의 일원이자 당당한 주전 선수로 자리 잡는 것이 먼저다. 

메이저리그는 세계 최고의 야구 무대. 박병호는 자신의 포지션 경쟁은 물론이고 KBO 리그와 수준과 차원이 다른 선수들과 야구로 싸워야 한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박병호의 새 안방 타깃 필드는 알려진 것과 같이 투수에게 유리한 곳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 구장인 AT&T 파크 못지않게 왼손 타자에게 불리한 구장이다. 박병호는 오른손 타자다. 지난해 홈런 평균 비거리 123.9m로 최고의 힘을 자랑한 박병호는 밀어치는 능력도 갖췄으나 기본적으로 당겨치는 스윙이 좋은 풀히터다.

박병호가 당겨친 26홈런이 구장 왼쪽, 좌중간으로 뻗었고 이는 박병호의 홈런 가운데 절반 가량이다. 그리고 후반기 23홈런 가운데 당겨친 홈런은 14개로 그 비율이 60.4%에 이르렀다. 후반기 박병호는 “예년보다 공을 강하게 당겨치는 데 주력했다”며 약간의 스윙 변화를 이야기했고 전보다 풀히터로 변신했다는 사실은 이 기록으로 알 수 있다. 박병호가 올해 당겨친 26홈런의 평균 비거리는 121.2m로 이 또한 뛰어나다.

단순 비거리만 따지면 홈 플레이트에서 왼쪽 폴까지 103m, 좌중간 담장까지 115m인 타깃 필드에서도 힘을 내뿜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기록을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무리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은 KBO 리그 투수들과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KBO 리그 기록을 구체화한 사이트 STATIZ(www.statiz.co.kr)에 따르면 구종과 스피드 별로 박병호의 파괴력 발산에 차이가 있었다.

박병호의 포심 패스트볼 상대 장타율은 0.963으로 뛰어났다. 그러나 평균 공략 구속은 142.2km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7km 가량. 시속 5km의 차이지만 0.3초 찰나의 순간 히팅 포인트가 다르고 공에 가하는 힘과 방향도 다르다. 변화구의 경우 속도 차이가 조금 더 크고 변화 각도 KBO 리그 투수들에 비해 더 큰 편이다.

박병호는 지난해 슬라이더 장타율 0.495, 스플리터-체인지업 등 아래로 떨어지는 공에 대한 장타율이 0.387에 그쳤다. 메이저리그뿐만 아니라 현대 야구는 커터-투심-스플리터-싱킹 패스트볼 등 패스트볼 변형 구종이 대세가 됐다. 한국보다 더 빠를 뿐만 아니라 더 힘차고 변화무쌍한 공을 때려야 한다. 단순 파괴력도 중요하지만 그에게 더 중요한 것은 순발력이다, 대처 능력일 것이다. 아무리 좋은 힘을 갖췄더라도 공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다면 소용 없지 않은가.

경기 외적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박병호의 새 안방 타깃 필드는 한반도 못지않게 뜨거운 여름을 제외하면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홈 구장 가운데 가장 추운 곳이다. 개인 차가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온보다 추운 날씨에서 반응 속도 등이 느려진다. 프로 야구 선수도 마찬가지. 이는 타자의 배트 스피드 등과 직결된다.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더라도 날씨가 싸늘한 시즌 초반 방망이로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한다면 박병호의 팀 내 입지 등도 좁아질 수 있다.

미네소타는 박병호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영입했을 뿐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검증된 타자인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미네소타는 한국 동포, 아니 아시아인이 별로 없는 지역이다. 타깃 필드를 찾는 홈 팬들의 응원 열기는 뜨겁지만 낯선 아시아 타자의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구장 내 박병호를 향한 응원은 야유로 쉽게 바뀔 수 있다. 팬들의 야유에 잘못된 대처로 선수 생활의 부메랑이 된 것은 2003년 보스턴에서 뛰던 김병현(KIA)의 전례가 있다. 그동안 깍듯한 예의와 착한 성품으로 미디어와 팬들의 사랑을 받은 박병호지만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는 이 돌발 변수에도 잘 적응하고 대처해야 한다.

꿈의 무대를 향한 도전. 그러나 도전의 대가가 될 박병호 앞 유, 무형의 벽들은 생각보다 높고 탄탄하다. 굳이 팀 내 포지션 경쟁자들이 아니더라도 리그와 환경 적응 자체가 쉽지 않다. 박병호는 자신 앞의 높은 벽들을 멋지게 넘을 수 있을까.

[영상] 박병호 성공 열쇠는 대처 능력 ⓒ 영상편집 배정호.

[그래픽] 디자이너 김종래.

[사진] 박병호 ⓒ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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