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 시장이 소강상태를 맞이한 가운데 협상 타결은 명분 싸움이 중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몇몇 선수들의 이적과 함께 타오르는 듯했던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예상대로 양극화 흐름에 빠졌다. 선수들이 코너에 몰린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구단의 마음도 마냥 편한 것은 아니다.

2021년 FA 자격을 신청한 선수 중 9명은 지난해 협상을 마치고 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FA 시장이 차갑게 식을 것이라는 전망은 빗나갔다. 허경민(두산·7년 총액 85억 원), 정수빈(두산·6년 총액 56억 원), 오재일(삼성·4년 총액 50억 원), 최주환(SK·4년 총액 42억 원), 최형우(KIA·3년 총액 47억 원)가 비교적 만족스러운 금액에 도장을 찍었다. 일부 선수들은 예상가를 크게 뛰어넘었다.

하지만 아직 협상이 끝나지 않은 선수들도 있다. “선수가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받은 이들이 그대로 시장에 남은 모양새다. 해외 진출을 알아보고 있는 양현종을 제외하더라도, 유희관 이용찬 김재호 차우찬 김상수 이대호가 아직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FA 시장이 예상외의 활황이었던 것은 경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남은 대다수 선수들은 사실상 원 소속구단과 협상이다. 구단들도 이를 알고 있다. 이미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핀 뒤 “경쟁할 구단이 없다”는 계산을 일찌감치 마쳤다. 급할 게 없다. 구단의 생각대로 제시하고, 받지 않으면 받을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구단이 갑이다. 

한 선수 에이전트는 “구단 측에서 일을 빨리 추진하겠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 시장 상황도 보고, 다시 이야기하자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구단은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일부 선수들은 구단이 ‘라스트 오퍼’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교착 상태를 깨기 위해서는 선수 측이 뭔가의 ‘무기’를 들고 나와야 하는데 그런 상황은 아니다. 이미 대다수 구단들은 FA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다만 구단도 마음이 마냥 편한 건 아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되도록 빨리 끝내는 게 좋다는 것은 공감한다. 어차피 품고 가야 할 선수들인 까닭이다. 협상은 협상이지만, 감정싸움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이 무게중심을 잡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한 구단 단장은 “예전 FA 사례 중 원 소속팀과 어쩔 수 없이 도장을 찍은 선수가 팀 분위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적이 있었다. 구단 흉을 보면서 ‘열심히 해봐야 너희들도 이렇게 된다’는 식으로 불만을 많이 토로했다고 하더라”면서 “FA를 신청했을 정도면 팀에서는 나름 입지가 있는 선수들이다. 후배들도 해당 선수와 협상을 다 보고 있다. 그런 측면까지도 다 계산을 해야 한다. 그냥 후려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돈도 돈이지만 명분도 있다”고 했다.

일단 다음 주부터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1월 중순까지는 대다수 계약이 마무리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다. 다만 그 과정에서 구단도 선수 측이 명분을 가질 수 있도록 조금은 양보하며 타협점을 찾아갈 가능성이 있다. 인센티브를 까다롭게 거는 대신, 총액을 높이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2월부터는 전지훈련이 시작되기 때문에 구단들도 이제는 마무리를 향해 가는 시기가 맞다. 어떤 방식으로 타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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