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FA 계약을 마치지 못한 유희관-차우찬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삼성은 2021년이 밝기 직전 내부 프리에이전트(FA)인 우완 우규민(36)과 1+1년 총액 10억 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017년 시즌을 앞두고 삼성과 4년 65억 원에 FA 계약했던 우규민은 개인 두 번째 FA 협상도 마무리했다.

사실 첫 FA는 실패에 가까웠다. 선발 로테이션을 보강할 후보로 데려왔는데 그러지 못했다. 우규민은 2017년 이후 삼성에서 181경기에 나갔지만, 선발 등판은 단 25경기였다. 그나마 구원에서도 성적이 특급은 아니었다. 4년간 평균자책점은 4.70이었다. 그런데 총액은 10억 원이었다. 나이와 그간의 성적을 보면 나쁘지 않은 대접으로 보인다.

그런데 뜯어보면 사정이 조금 달라진다. 우선 2022년 계약은 선수와 구단이 합의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삼성이 충분한 안전장치를 걸었다”고 귀띔했다. 대충 뛰어서 성립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로 읽힌다. 만약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칼자루는 삼성이 쥔다. 연봉을 깎아 단년 계약할 수도, 방출할 수도 있다.

10억 원의 구성 요소는 연봉은 2억 원, 인센티브 3억 원이다. 만약 2021년 활약이 저조하면 인센티브도 없고 2022년 연장도 없다. 즉, 삼성은 일단 1년에 2억 원만 기본 지출하면 되는 셈이다. 인센티브를 따낸다는 것은 그만큼 팀에 공헌했다는 의미로 아깝지 않다.

한 에이전트는 우규민의 계약을 놓고 “모양새가 좋게 끝났다”고 분석했다. 우규민 FA 시장은 구단이 절대 우위에 있었다. 애당초 경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에이전트는 “삼성은 최악의 경우에도 1년 2억 원만 쓰면 된다. FA 계약을 할 생각이 없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최소 지출에 가까운 셈”이라면서 “우규민 측은 불확실한 금액의 비중이 80%나 되는 계약을 받아들였다. FA 협상에서 이런 비중의 계약은 기억이 안 날 정도다. 다만 총액을 늘렸다. 명분과 체면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이런 방식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비슷하게 통용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까지 시장에 남은 선수들은 상당수가 원 소속구단과만 협상하는 상황이다. 해가 넘어감에 따라 이제는 선수들도 쫓기는 시기가 됐다. 급할 것이 없는 구단들은 아무래도 선수들의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을 불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별한 상황의 반전이 없을 것임을 직감하고 있음에도 선수들이 선뜻 사인을 하지 못하는 이유다.

특히 나이가 많은 차우찬이나 유희관의 경우가 그렇다. 이들은 견실한 선발투수들이고, 건강하면 두 자릿수 승수를 해줄 수 있는 베테랑 좌완들이다. 실적에 대한 자부심도 엄청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이 탓에 다른 팀들의 관심이 차갑다. 선수들은 지금껏 한 것에 대한 보상을 원하기 마련이고, 구단은 앞으로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예상을 하기 마련이다. 

다만 어떤 식으로는 합의점은 찾아야 한다. 이 때문에 계약 방식의 고도화를 통해 양쪽이 명분을 쌓는 합의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장 4년 계약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에이전시가 어떤 방법으로 선수의 이익과 명분을 확보할지도 흥미로워졌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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