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포수 박세혁 ⓒ 스포티비뉴스DB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2년 연속 20승 투수와 함께한 자부심이 있어요. 투수들에게 해마다 감사해요."

두산 베어스 포수 박세혁은 2019년 주전으로 도약한 뒤로 해마다 20승 투수와 호흡을 맞췄다. 2019년 조쉬 린드블럼, 2020년은 라울 알칸타라와 20승을 합작했다. 린드블럼과 알칸타라는 각각 그해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하고 좋은 대우를 받으며 팀을 떠났다. 린드블럼은 지난해 밀워키 브루어스와 3년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로 돌아갔고, 알칸타라는 올해부터 일본 한신 타이거스에 새 둥지를 튼다. 

주전 포수로 3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새해. 박세혁은 또 새로운 원투펀치와 호흡을 맞춘다. 두산은 대만프로야구리그(CPBL) 출신 좌완 아리엘 미란다와 계약은 마쳤고, 토론토 블루제이스 우완 워커 로켓은 메디컬 테스트 결과만 남겨두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박세혁은 미란다-로켓과 새 호흡을 맞춰야 한다. 

박세혁은 "20승 투수가 팀에 남아서 또 던지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결과가 있으니 올해도 그만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바뀐 투수는 몇 승을 할지 모르는 일이니까. 또 도전일 것 같다. 알칸타라와 크리스 플렉센(시애틀)이 잘해서 좋은 무대로 가니까 뿌듯하더라. 두 선수랑 축하 연락도 주고받았다. 투수들에게 해마다 감사하다"며 두산에 새로운 에이스 탄생을 위해 한번 더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박세혁과 일문일답. 

-지난해를 먼저 돌아보려 한다. 

"시즌 내내 쉼 없이 달렸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는 내가 주전이 되고 나서 치른 포스트시즌에서 처음 진 시리즈였다. 우리 팀이 솔직히 충분히 잘했다고 생각한다. 기대보다 많이 올라갔다. 많은 분이 5위를 예상했는데, 3위를 하고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 6차전까지 갔다. 체력이 떨어진 것은 어쩔 수 없었고, 이 과정에서 투수를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많이 생각하고 느꼈다. 시즌 마지막으로 갈수록 투수들이 나를 믿고 던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승진이, (홍)건희, (박)치국이, (이)영하까지 젊은 투수들이 자신감을 많이 얻은 것 같아서 앞으로 더 자신 있게 끌고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영하는 막바지에 안 좋았던 만큼 지금 절치부심 하는 것 같다."

-시즌 초반 선발투수들(이용찬, 플렉센)의 부상 이탈과 젊은 투수들의 난조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도 결국은 팀 평균자책점 1위(4.31)로 지난 시즌을 마무리했다. 

"전력분석팀 형들이 우리 팀이 1위라고 해서 나도 놀랐다. 20승 투수도 나오고, 팀 평균자책점 1위도 해보고, 고생한 끝에 낙이 온다는 게 이런 것 같다. 미국으로 간 플렉센이나 일본으로 간 알칸타라가 선발에서 마지막에 잘 던져줘서 그런 성적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또 중간 투수들이 그 정도 못 던졌으면 그런 성적이 나올 수 없다. 어린 투수들에게도 고맙다."

▲ 박세혁 ⓒ 곽혜미 기자
-포수라는 포지션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는 시즌이었을 것 같다. 

"주전 포수는 계속 경기에 나가서,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투수들에게 힘이 되고 의지가 되지 않나 생각한다. 주전 포수는 그런 생각을 하고 경기를 해야 한다고 느꼈다. 어린 선수들에게는 먼저 말을 걸고, 오늘 컨디션은 어떤지 물어보고 '좋아 보인다' 이런 말을 해준다. 더 가까워지려고 장난도 더 친다. 내가 먼저 다가가서 이야기하면 어린 선수들도 잘 다가오니까. 어린 선수들도 할 말은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수의 생각을 모르고 끌고 가는 것보다 어느 정도 투수의 생각을 알고 끌고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팀의 중심 선수가 된 게 아닐까. 팀에서 허경민에게 내야의 중심을 잡아달라고 했듯이, 박세혁은 투수들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지 않을까. 지난 2시즌은 주전 포수로 자리를 다지는 시간이었다면, 3번째 시즌은 조금 더 앞으로 나서 팀을 이끄는 해가 될 것 같다.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마지막에 느꼈다. (오)재원이 형이랑 (김)재호 형이 할 수 있는 것은 우리를 보듬어주고 한마디씩 해주고, 끌고가는 것보다는 조언해준다는 느낌이 크다. 지금까지 힘들게 끌고 오셨기 때문에 형들이 해온 것을 이제 우리가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끌고 가고, 파이팅하고, 후배들에게 한마디하고 웃고 그런 것들을 해야 한다. 나도 주전 첫해에 재호, 재원이 형, (김)재환이 형, (오)재일이 형이 많이 도와줬다. 이제 나를 포함해서 (허)경민이, (박)건우, (정)수빈이가 다 해야 한다. 우리가 부담을 이제 안아야 한다. 경민이랑은 이 주제로 한번 이야기를 해봤는데, 다들 곧 모이면 이런 이야기를 해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단 또 외국인 투수가 바뀌었다. 지난해 같은 경험을 했다. 소통하면서 빨리 어떤 선수인지 알아가는 능력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한다. 린드블럼과 후랭코프는 (양)의지 형이 해온 걸 그대로 받아서 했다면, 알칸타라랑 플렉센은 안 좋을 때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직접 겪으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새 외국인 투수들이 오면 다가가서 대화하고, 영상도 보려고 한다. 영상을 보면서 좋은 점들을 이야기하고, 선수가 원하는 대로 따라갈 테니까 원하는 것을 말해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젊은 투수들은 지난해 쌓은 자산을 토대로 올해도 끌고 가려 한다." 

▲ 조인성 배터리 코치(오른쪽)는 올 시즌부터 LG 트윈스로 팀을 옮긴다. ⓒ 스포티비뉴스DB
-올해는 타격에서 오재일(삼성)과 최주환(SK)이 FA로 이적하면서 생긴 공백을 조금 더 책임을 져야 할 것 같다. (지난해 124경기 타율 0.269(360타수 97안타), 4홈런, 51타점)

"나도 이제 팀에서 형들 믿고 뒤에서 하는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내가 어느 정도 해낼 역량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만이 아니라 열심히 준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재환이 형이랑 지금 운동을 같이 하면서 이야기를 서로 많이 나누고 있다. 재환이 형도 지난해 30홈런-100타점을 했지만, 형이 만족하는 시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개인 역량을 해주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팀은 약하지 않고, 누가 빠지면 또 채우는 팀이다. 좋은 평가와 대우를 받고 간 형들은 박수 치며 축하하고 싶다. 

지난 시즌 마지막에 타격이 괜찮았다. 마지막에 좋았던 폼을 생각하면서 조금 더 간결하게 치려고 하고 있다. 당장 20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는 아니지만, 타점을 많이 올리고 싶은 마음은 있다. 타격 슬럼프에 빠지면 길어지는 경향이 있어서 빨리 빠져나올 수 있게 웨이트트레이닝도 열심히 하고 있다." 

-주전 첫해부터 함께한 조인성 배터리 코치가 LG 트윈스로 이적했다. 새로운 배터리 코치와 만남도 새 시즌 변화일 것 같다. 

"조인성 코치님께 그동안 수고 많으셨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주전 첫해부터 조인성 코치님께서 많이 도와주셨기 때문에 좋은 선수로 가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조인성 코치님께서 친정인 LG로 가셨는데, 앞으로 좋은 선수를 많이 육성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 오시는 코치님은 아직 모르지만, 내 생각을 물어보실 것 같다. 투수들이 이런 식으로 가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전달해야 할 것 같다. 새 코치님과도 대화를 많이 해보겠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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