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주권이 4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원, 고봉준 기자
-kt의 사상 첫 홀드왕으로 등극한 주권
-2019년 불펜 전환 후 필승조로 활약
-“새해 목표는 당연히 한국시리즈 진출”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kt 위즈는 지난해 더할 나위 없는 시즌을 보냈다. 2015년 1군 진입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냈고, 플레이오프에선 가을야구 첫 승리까지 맛봤다.

중심에는 쟁쟁한 투타 자원들이 있었다. 마운드는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소형준, 배제성, 김재윤 등이 굳게 지켰고, 타선에선 멜 로하스 주니어와 강백호, 배정대, 조용호 등이 만점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여기에서 빼놓을 수 있는 주역이 또 있다. 바로 kt 역대 국내투수 최초로 개인 타이틀을 거머쥔 주권(26)이다.

데뷔 후 최고의 한 해였다. 주권은 kt의 필승조를 맡으면서 77경기에서 6승 2패 31홀드 평균자책점 2.70으로 활약했다. 지난 시즌 주권보다 많은 경기를 나온 투수도, 더 많이 홀드를 낚은 투수도 없었다. 그러면서 연말 시상식에서 생애 첫 홀드왕의 영예도 안았다.

새해가 밝기 무섭게 다시 훈련을 재개한 주권을 4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났다. 지난달부터 꼬박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는 주권은 “지난해 77경기를 나갔는데 올 시즌에는 더 많은 게임과 이닝을 소화하기 위해 체력과 근력을 기르고 있다. 코로나19로 외출도 어려워져서 정말 집과 야구장만을 오가고 있다”고 웃었다.

▲ 2015년 2월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박세웅(오른쪽)과 함께 수레를 옮기고 있는 주권. ⓒkt 위즈
2015년 신생팀 특별지명으로 막내 구단의 지명을 받은 주권은 kt의 굴곡진 역사를 함께한 산증인이다. 최하위로 데뷔 시즌을 시작할 때부터 지난해 사상 첫 가을야구를 만끽할 때까지 모든 시간을 동행했다.

주권은 “입단했을 때 나이가 20살이었는데 벌써 20대 후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그동안 형들과 동료들끼리 추억도 많이 쌓았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경험을 얻었다”고 지난날을 회상한 뒤 “어릴 땐 고참 형들이 참 부러웠다. 자기만의 스타일로 야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막연한 동경심이 생겼다. 그런데 이제 나도 후배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동생들이 나를 보고 따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책임감이 더 생긴다”고 말했다.

2015년 데뷔한 주권은 곧바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다. 주된 임무는 추격조였고, 가끔 대체선발로 경기를 뛰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러나 2016년 선발로 전환해 6승을 거두며 가능성을 보였고, 이듬해 열린 2017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중국 국가대표로 출전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선발과 불펜을 오간 주권은 2019년 불펜으로 완전히 전향하면서 제자리를 찾았다. 25홀드를 기록하며 필승조로 자리매김했고, 지난해 kt의 사상 첫 홀드왕으로 등극하면서 핵심 자원이 됐다.

▲ 지난해 두산과 플레이오프에서 역투하고 있는 주권. ⓒ곽혜미 기자
주권은 “사실 2019년 2월 스프링캠프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선발로 새 시즌을 치를 줄 알았다. 그런데 미국에서 이강철 감독님과 박승민 투수코치님 그리고 포수 장성우 선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직을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당시 선택이 내 야구 인생을 바꿔놓았다. 불펜이라는 임무는 나에게 딱 맞아떨어진다. 사실 많은 투수들이 선발을 선호하지만, 지금의 나는 불펜이라는 옷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지난해 활약으로 kt의 가을야구 진출을 이끈 주권은 구단과 막바지 연봉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kt의 첫 국내투수 타이틀홀더로 등극했다는 점에서 대폭 인상이 당연시되는 상황. 이날 주권은 자세한 협상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내심 기대는 하고 있는 눈치였다.

대신 주권은 “새 시즌 목표는 당연히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지난해 오르지 못한 한국시리즈 무대를 꼭 밟고 싶다”고 말했다.

주권의 바람처럼 지난해 최고의 시즌을 보낸 kt는 올해 더 큰 목표를 그리고 있다. 플레이오프를 경험한 만큼 이제 한국시리즈라는 무대를 밟아보고 싶다고 모두가 입을 모은다.

그러나 순탄치만은 않은 도전이다. 먼저 지난해 MVP를 차지한 외국인타자 로하스가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즈로 이적하면서 큰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권은 “사실 우리 타선은 내가 봐도 무섭다. 가끔은 ‘내가 여기 투수라 저 타자들을 상대하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면서 “로하스가 빠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강하다. 또, 지난해 소중한 경험도 쌓았다. 더 큰 목표를 그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자신감 있게 답했다.

인터뷰 말미 주권은 새해 소망도 조심스럽게 꺼냈다. 바로 도쿄올림픽 승선이다. 2017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중국 국가대표로 뛰었던 주권은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를 누빈 동료들이 참 부러웠다. 이제 나도 당당히 한국 국가대표로 국제무대를 누비고 싶다”는 각오로 이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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