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민규 기자]2016년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투표 발표가 이제 하루를 남겨 두고 있다.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는 것과 함께 메이저리거들의 가장 큰 두 가지 목표 가운데 하나인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것은 그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영예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이 설립된 것은 1936. 올해로 80주년을 맞이한 명예의 전당의 헌액 인원은 지난해 랜디 존슨(97.3%)과 페드로 마르티네즈(91.1%) 그리고 존 스몰츠(82.9%)와 크레이그 비지오(82.7%)가 입성하면서 310명이 됐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비지오(3년째 입성)를 제외한 존슨과 마르티네즈 그리고 스몰츠가 후보 자격 취득 첫해에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는 것2014그레그 매덕스, 톰 글래빈, 프랭크 토마스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첫해 입성자가 세 명 이상 배출된 것은 명예의 전당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이외에 클리프 플로이드, 에디 구아다도, 제이슨 슈미트, 리치 오릴리아, 저메인 다이, 브라이언 자일스, 토니 클락은 단 한 표도 받지 못했다.


이번 투표가 마지막 기회인 선수들

명예의 전당 후보 선수들에게는 10년의 기회가 주어진다. 본래 후보 자격 유지 기간은 15년이었으나 지난해 규정이 바뀌면서 10년으로 단축됐다. 후보 자격 취득 기간이 10년을 넘은 선수들은 예외적으로 15년째까지 인정한다. 명예의 전당 후보들은 해마다 5% 이상의 득표율을 올려야  후보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14년 연속 개막전 선발과 세 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블랙잭잭 모리스(2543.90ERA 3,824이닝 2,478탈삼진)2014년 투표에서 61.5%의 득표율에 그치며 마지막 기회(15년째)를 살리지 못하고 후보에서 탈락했다. 양키스 캡틴돈 매팅리(.307/.358/.471 2,153안타 222홈런 1,099타점) 또한 지난해 투표에서 9.1%의 득표율에 그치면서 BBWAA(전미야구기자협회) 투표를 거친 명예의 전당 입성 도전을 끝마치게 됐다. 지난 10(2006~2015년) 동안 15년째까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후보에서 탈락한 선수는 모리스와 매팅리를 포함해 7명에 이른다.

 

지난 10년 동안 HOF 후보 15년째까지 기회를 살리지 못한 선수들

2015: 돈 매팅리

2014: 잭 모리스

2013: 데일 머피(.265/.346/.469 2111안타 398홈런 1,266타점)

2011: 데이브 파커(.290/.337/.471 2,712안타 339홈런 1,493타점)

2009: 토미 존(2883.34ERA 4,710.1이닝 2,245탈삼진)

2008: 데이브 콘셉시온(.267/.322/.357 2,326안타 101홈런 950타점)

2007: 스티브 가비(.294/.329/.446 2,599안타 272홈런 1,308타점)

 

올해가 15년째인 앨런 트래멀(.285/.352/.415 2,365안타 185홈런 1,003타점 236도루)은 이제 마지막 기회에 몰렸다. 현역 생활 20(1977~1996년) 동안 디트로이트에서만 뛴 원팀맨트래멀은 뛰어난 유격수였다. 칼 립켄 주니어와 함께 아메리칸리그를 양분했던 트래멀이 1980년대에 기록한 52.6 bWAR은 같은 기간 메이저리그 유격수 가운데 가장 높앗다. MLB 2위는 아지 스미스로 51.9였고 아메리칸리그 2위는 립켄으로 50.1이었다. 

트래멀의 통산 성적은 2012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배리 라킨(.295/.371/.444 2,340안타 198홈런 960타점 379도루)과 매우 비슷하며 통산 bWAR 또한 각각 70.4(트래멀)70.2(라킨)로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 명예의 전당 입성과 관련해 가장 설득력 있는 기준으로 인정되고 있는 JAWS(현역 기간 동안 꾸준한 페이스와 임팩트를 모두 반영한 기록)를 살펴봐도 트래멀(57.5)은 라킨(56.6)보다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과소평가 받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인 트래멀은 지난해 투표에서 25.1%에 그쳤으며 이번 투표에서 득표율이 급등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만약 트래멀이 이번 투표에서 후보 자격을 잃게 된다면 그는 라이브볼 시대 이후 명예의 전당 입성에 실패한 선수 가운데 팀 동료이자 키스톤 콤비로서 1,918경기를 같이 뛴 루 휘태커(74.9)와 라파엘 팔메이로(71.6), 바비 그리치(70.9)에 이어 통산 bWAR이 네 번째로 높은 선수가 된다.

지난해 바뀐 규정 때문에 마크 맥과이어(.263/.394/.588 1,626안타 583홈런 1,414타점) 역시 올해가 마지막 기회다. 맥과이어의 약점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후보 자격 취득 첫해였던 2007(23.5%)이 가장 높았던 맥과이어의 득표율은 계속해서 하락했고 지난해 투표에서는 10%에 그쳤다. 트래멀보다도 득표율이 낮은 상황에서 맥과이어의 후보 탈락은 사실상 확정적이다.

리 스미스(71478세이브 3.03ERA 1,289.1이닝 1,251탈삼진)와 팀 레인스(.294/.385/.425 2,605안타 170홈런 980타점 808도루) 또한 상황이 녹록치 않다. 통산 478세이브로 마리아노 리베라(652세이브)와 트레버 호프만(601세이브)이 경신하기 전까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세이브를 기록한 투수인 스미스는 그러나 많은 투표인단이 구원투수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닫힌 생각을 갖고 있으며 다른 후보들이 쟁쟁해 많은 표를 받지 못하고 있다. 다른 후보들이 뛰어난 표를 받지 못한 것은 레인스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공개된 투표 결과로는 레인스는 77.8%의 득표율로 입성 조건을 충족했지만 전체 결과가 공개된 것이 아니기에 후보 자격 유지로만 그칠 가능성 역시 있다. 지난해가 13번째 도전이었으며 30.2%의 득표율에 그쳤던 스미스와 맥과이어와 마찬가지로 바뀐 규정으로 손해를 본 레인스에게는 올해를 제외한다면 이제 한 번의 기회만이 남았을 뿐이다.


약물 선수들의 득표율

지난해에 이어 올해 투표 발표에서도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바로 약물 선수들의 득표율일 것이다. 명예의 전당 투표권을 갖고 있는 기자들의 약물 선수들에 대한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맥과이어의 후보 탈락은 사실상 확정적이며 새미 소사(.273/.344/.534 2,408안타 609홈런 1,667타점) 또한 해가 지날수록 12.5%7.2%6.6%로 득표율이 하락하고 있다. 또한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야구 선수로서 인생이 끝나 버린 라파엘 팔메이로(.288/.371/.515 3,020안타 569홈런 1,835타점)2014년 득표율이 4.4%에 그쳐 후보 자격을 상실했다.

배리 본즈(.298/.444/.607 2,935안타 762홈런 1,996타점 514도루)와 로저 클레멘스(3543.12ERA 4,916.2이닝 4,672탈삼진) 역시 2년째 득표율이 첫해보다 하락하며(본즈 36.2%34.7%/클레멘스 37.6%35.4%), 맥과이어와 소사 그리고 팔메이로의 전철을 밟는 듯했다. 그러나 본즈와 클레멘스는 지난해 투표에서 다시 첫해 수준으로 득표율을 회복했으며 올해에는 ‘FOX SPORTS’의 켄 로젠탈과 ‘ESPN’의 제리 크래스닉이 본즈와 클레멘스에게 투표했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밝히고 관련 칼럼을 게재하면서 이들에 대한 여론이 달라지고 있다. 이들과 같은 처지인 버스터 올니는 2014, ‘명예의 전당은 성당이 아닌 야구 박물관이라며 기록만을 봐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본즈와 클레멘스에게 우호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이유는 마이크 피아자(.308/.377/.545 2,127안타 427홈런 1,335타점)와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9.9%로 첫해에 비해 득표율 12.1%p를 끌어올린 피아자는 이번 투표에서 명예의 전당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투표 결과에 따르면 피아자는 137, 86.7%의 득표율을 얻어 냈다. 피아자의 득표율이 이렇게까지 높은 이유는 그가 자신의 자서전에 근육 강화제인 안드로와 암페타민, 에페드라를 복용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고백했기 때문이다. 피아자는 이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사용하지 않았고 자신이 사용한 약물은 모두 합법적인 범위 내였으며 2004, 금지 약물로 지정된 이후에는 절대 복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가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약물을 사용했다고 고백한 상황에서 많은 언론인들의 피아자에 대한 여론은 우호적으로 변했다고 볼 수 있다. 피아자가 다른 이들과는 달리 진실된 자세를 보이면서 미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신용, 즉 믿음을 보여 준 것이다.

로젠탈은 만약 피아자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다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복용과 관련해 스스로 인정한 적이 없고 확실한 물증이 없는 본즈와 클레멘스 역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해야 형평성에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맥과이어는 2010, 스스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복용 사실을 시인했기 때문에 표를 행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13, 맥과이어는 나는 아마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이해한다. 그러나 다시는 약물 파동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며 명예의 전당 입성과 관련해 덤덤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1년차 선수들

2013비지오, 피아자, 커트 실링, 클레멘스, 본즈를 시작으로 2014년 매덕스, 글래빈, 토마스, 마이크 무시, 제프 켄트와 2015존슨, 마르티네즈, 스몰츠, 개리 셰필드, 노마 가르시아파라 등 명예의 전당 후보 명단을 살펴보면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슈퍼스타들이 가득하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로 또 다른 슈퍼스타들이 후보 명단에서 대기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명예의 전당 후보 자격을 취득하는 선수들은 다음과 같다.

켄 그리피 주니어 / 짐 에드먼즈 / 제이슨 켄달 / 트로이 글로스 / 마이크 햄튼 / 루이스 카스티요 / 랜디 윈 / 게럿 앤더슨 / 마이크 로웰 / 빌리 와그너 / 트레버 호프만 / 마크 그루질라넥 / 마이크 스위니 / 데이비드 엑스타인 / 브래드 아스머스

이번 투표 발표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바로 켄 그리피 주니어(.284/.370/.538 2,781안타 630홈런 1,836타점)의 득표율이다. 명예의 전당 역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을 받은 선수는 톰 시버와 놀란 라이언(이상 98.8%)이다. 2014년에는 매덕스(97.2%), 지난해에는 존슨(97.3%)이 최고 득표율을 경신할 만한 선수로 주목을 받았으나 결국 시버와 라이언을 넘진 못했다. 1990년대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스포츠 스타이기도 한 그리피의 득표율은 현재까지 자신의 투표 내용을 공개한 158명 모두에게 표를 받아 100%에 이르고 있다. 한편 명예의 전당 조직 위원회는 지난해 7, 명예의 전당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BBWAA의 자격 규정을 손봤는데 이로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선수들에게 표를 행사하지 않는 기자들은 더 이상 투표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그리피의 만장일치 입성 가능성이 한 층 더 높아진 셈이다.

트레버 호프만(61601세이브 2.87ERA 1,089.1이닝 1,133탈삼진)과 빌리 와그너(47422세이브 2.31ERA 903이닝 1,196탈삼진)의 득표율 또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현대 야구에서 전문 마무리 투수가 처음으로 명예의 전당 후보가 됐기 때문이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구원 투수는 호이트 윌헬름, 롤리 핑거스, 구스 고시지, 브루스 수터, 데니스 에커슬리 뿐이다.

호프만을 지지하는 이들은 그가 마리아노 리베라(652세이브)에 이어 세이브 부분 역대 2(601세이브)에 올라 있으며 bWAR 측면으로 바라봤을 때 호프만(28.0)이 핑거스(25.0)와 수터(24.5)보다도 더 높은 가치를 지닌 투수라는 것이다. 와그너는 27.7이다. 또한 1이닝 전문 마무리 투수를 별개의 포지션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호프만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만한 선수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ESPN’의 데이비드 쇼엔필드는 호프만에게 투표해 커트 실링(2163.46ERA 3,261이닝 3,116탈삼진)이나 마이크 무시나(2703.68ERA 3,562.2이닝 2,813탈삼진) 또는 에드가 마르티네즈(.312/.418/.515 2,247안타 309홈런 1,261타점)와 같은 선수들에게 투표하지 않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며 팀에 매우 중요한 경기에서 약한 투구를 보여 줬다는 근거를 들었다. 키스 로 또한 호프만이 커리어 대부분을 투수에게 유리한 구장에서 던진 것 치곤 성적이 인상적이지 않다고 밝히며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만한 투수는 리베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호프만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지 못한다면 와그너의 입성 가능성 역시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럼에도 호프만의 업적은 많은 이들에게 인정 받고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투표 결과를 살펴보면 호프만은 158표 가운데 97, 61.4%의 높은 득표율을 얻어 냈다. 이후 그의 득표율이 하락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이런 추세라면 2, 3년 뒤에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호프만을 볼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에 비해 와그너는 10.1%에 그치고 있다.

이번 명예의 전당 투표 발표에서는 어떤 선수들이  영예를 누릴 수 있을까. 한국 시간으로 7일 오전에 발표되는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로 1990년대를 대표했던 슈퍼스타들의 향수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록 참초 : 베이스볼 레퍼런스

[사진] 켄 그리피 주니어 ⓒ Gettyimages

[그래픽] 2015년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 ⓒ SPOTV NEWS 디자이너 김종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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