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FA 시장에서 B등급으로 분류된 이대호와 김재호, 차우찬(왼쪽부터). ⓒ스포티비뉴스DB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2019년 12월 2일은 KBO리그 FA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뀐 날로 기록된다. 앞서 KBO 이사회가 논의한 FA 등급제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로써 선수 연봉과 재취득 여부, 신규 취득 시 나이 등을 따라 보상금액과 보상선수가 달라지는 FA 등급제가 탄생했다.

그리고 이 FA 등급제는 올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처음 실시됐다. 총 16명이 FA 자격을 얻은 가운데 선수들은 A등급(전체 연봉 순위 30위 이내)부터 B등급(2번째 취득자, 구단 연봉 순위 4위~10위, 전체 연봉 순위 31위~60위), C등급(3번째 취득자, 신규 취득자 중 만 35세 이상, 구단 연봉 순위 11위 이하, 전체 연봉 순위 61위 이하)으로 나뉘게 됐다.

먼저 두산 베어스 허경민과 정수빈, 오재일, 최주환, 유희관, 이용찬, 키움 히어로즈 김상수, SK 와이번스 김성현이 A등급을 받았고, 두산 김재호와 LG 트윈스 차우찬, KIA 타이거즈 양현종과 최형우,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삼성 라이온즈 우규민과 이원석이 B등급으로 분류됐다. 이어 마지막으로 LG 김용의가 유일하게 C등급 FA가 됐다.

현재까지 FA 계약을 완료한 선수는 모두 9명이다. A등급에선 허경민과 정수빈, 오재일, 최주환, 김성현이, B등급에선 최형우와 우규민, 이원석이 도장을 찍었고, C등급 김용의 역시 일찌감치 LG와 재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여기에선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바로 B등급 선수들의 거취다. 공교롭게도 이번 이적시장에선 생애 두 번째 FA를 권리를 행사한 선수들만 B등급으로 분류됐는데 이미 절반은 잔류를 택했고, 나머지 역시 이적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먼저 계약을 완료한 최형우와 우규민, 이원석은 모두 소속팀과 재계약을 체결했다. 별다른 영입전 없이 무난하게 도장을 찍었다. 나머지 B등급 선수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 중인 양현종을 제외한 이대호와 차우찬, 김재호 모두 다른 구단들이 적극적인 영입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A등급 선수들을 둘러싼 분위기와 비교하면 차이는 두드러진다. 오재일과 최주환은 만족스러운 조건으로 각각 삼성과 SK로 이적했다. 또, 다른 A등급인 허경민과 정수빈의 경우 소속팀으로 남긴 했지만, B등급과 달리 치열한 영입전을 거쳤다.

▲ KIA로 잔류한 최형우(오른쪽). 왼쪽은 KIA 조계현 단장. ⓒKIA 타이거즈
B등급의 이적을 가로막는 주된 요인은 높은 연봉이다. 특히 이번 B등급 선수들은 모두 한 차례 FA 계약을 맺을 당시 대부분 많은 연봉을 받았던 터라 장벽이 더욱 높다.

지난해 이대호는 25억 원, 차우찬은 10억 원, 김재호는 6억5000만 원을 받았다. B등급 FA를 데려가는 구단은 선수의 연봉 100%와 25인 보호선수 외 1명 혹은 연봉의 200%를 기존 소속팀으로 건네야 한다.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50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결국 보이지 않는 이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KBO와 프로야구선수협회가 FA 등급제를 합의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거세게 충돌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양측이 끈질긴 줄다리기를 거쳐 FA 등급제를 합의한 이유는 결국 시장 활성화다. 이적 문턱을 낮춰야 더 많은 선수들이 좋은 조건으로 잔류나 이적을 택할 수 있다고 뜻을 모았다. 그러나 올겨울의 경우 코로나19 여파와 고액 연봉자들의 B등급 분류 등의 이유로 후반기 이적시장은 조금은 주춤한 모양새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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