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4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이순철 SBS 해설위원 ⓒ스포티비뉴스DB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김태우 기자] 한국 아마추어 야구계를 이끌 수장이 곧 결정된다. 그런 가운데 이순철 야구해설위원이 회장에 당선될 경우를 가정한 해설 겸직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문제 없다”며 겸직에 대해 찬성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야구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제24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회장 선거가 오는 12일 열린다. 3명의 후보자가 등록을 마쳤다. 이순철(60) SBS해설위원(기호 1번), 이종훈(53)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부회장(기호 2번),  나진균(53) 전 서울시야구소프트볼협회 전무(기호 3번)이 나란히 출사표를 던지고 선거전에 돌입했다. 각자 가진 색깔과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판세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 공약과 별개로 때아닌 ‘뜨거운 감자’ 하나가 떠올랐다. 이순철 후보의 회장 당선시 방송 해설위원 겸직과 관련된 논란이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 프로야구 감독까지 거친 이순철 후보는 오랜 기간 방송 해설자로 프로야구와 연을 맺고 있는데, 회장에 당선되더라도 해설위원으로서 활동을 계속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찬반 논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KBSA 정관상 회장의 겸직 금지 규정은 없다. 그동안 기업인이나 정치인들이 자신의 활동을 이어 가면서 회장직을 수행한 전례도 많다. 특히 협회 정관 제24조의 2에는 ‘임원의 보수’에 대해 ‘회장을 비롯한 비상근 임원에게는 보수 또는 급여성 경비를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회장 보수도 없는데 이순철 후보가 회장이 된다면 생업을 위해서는 해설위원을 겸직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방송 해설을 하면서 회장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다른 직군과 달리 해설위원은 야구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이해충돌 가능성도 있다”며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유튜브 '스포츠타임' 커뮤니티에서 진행된 투표. 10만명 이상이 참여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 '스포츠타임' 온라인 투표에 10만명 참가…64% “괜찮다”

스포티비뉴스는 자체 ‘스포츠타임(SPORTS TIME)’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순철 야구해설위원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회장이 된다면 방송사 해설위원을 겸직해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6일 오후부터 8일 오후까지 커뮤니티 코너에서 진행된 팬 설문조사를 집계한 결과 무려 10만 명의 팬이 투표에 참여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9일 오전 현재 투표 참가자 수는 12만 명대로 늘었다). 그 가운데 64%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전체 투표자의 약 3분의 2가 “겸직을 해도 괜찮다”는 찬성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반면 “아니다”라는 답은 36%였다.

댓글도 300개 이상 달렸을 정도로 팬들은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했다. 팬들의 생각은 KBSA 회장과 해설위원 겸직에 대해 대체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다.

스포티비뉴스는 팬투표와 별개로 아마추어와 프로 야구 관계자들 10명의 의견도 들어봤다. 겸직에 대해 찬반의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 가운데 “괜찮다”고 생각하는 몇몇 관계자들은 “규정상에도 문제가 없는데 회장 일만 잘하면 된다”는 뜻을 드러냈다.

고교야구 감독 A는 “해설위원과 회장직을 겸직한다고 해서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해설위원 본연의 업무 때문에 회장직에 소홀하게 된다면 그건 문제지만, 본인의 능력과 의지 문제다. 회장으로서 일만 잘한다면 해설위원을 겸직하는 게 뭐가 문제가 되겠는가. 해설위원직과 회장직 사이에 이해 충돌 가능성 얘기가 나오는데 솔직히 어떤 이해 충돌 가능성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아마추어 야구계 관계자 B 또한 “개인의 역량과 결과적인 문제 아니겠는가. 회장으로서 일만 잘 하면 해설위원 겸직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면서 “반대로 회장 업무 때문에 해설의 질이 떨어지거나 해설 때문에 회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하면 당사자나 협회, 방송사, 야구계 모두 손해 아니겠는가. 두 가지를 다 잘할 수 있다면 겸직해도 된다고 본다”고 조건부 찬성 의사를 밝혔다.

프로구단 단장 C는 “만약에 당선이 되고 또 겸직을 한다면, 이해충돌이 될 부분은 스스로 조심할 것으로 본다. 팬들도 계속 해설을 듣고 싶어 하는 것 같고, 겸직에 대한 전례도 있다. 오히려 현장을 발로 누비는 이미지의 회장이 될 수도 있다. 아마추어 관계자는 아니지만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 아마추어 야구를 관장하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사무실 입구 ⓒ곽혜미 기자

◆ “할 일 많은데 회장에 전념했으면…”, “아마야구계가 판단할 일”

우려도 분명히 있었다. KBSA가 처한 현실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는 이 후보의 출사표에서도 충분히 읽힌다. 아마추어 야구를 오랜 기간 관찰해 온 프로구단 스카우트 D는 “KBSA 현안이 산적해있고, 지금 시도협회조차도 통일이 안 돼 서로 반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장이 이걸 다 풀어내야 한다. 대학야구도 '얼리 드래프트(대학 선수들의 졸업 전 프로야구 조기 드래프트 참가)' 때문에 말이 많다”면서 “회장직에 전력투구를 해도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프로구단 단장 E는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E는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운을 떼면서 “지금까지 겸직 회장은 기업인이나 정치인이었다. 사실 야구계와는 크게 이해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현직 해설위원은 조금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직설적인 해설 스타일 아닌가. 방송 중에 KBO나 구단을 거론하거나 압박하는 코멘트라도 한다고 가정하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구해설위원 F는 “특별한 개인적 의견은 없지만 만약 회장에 당선되고 해설위원을 겸직하면 굉장히 바쁠 것이다. 해설을 하면 경기가 벌어지기 전 3~4시간 전에 야구장에 도착해 사전 취재도 해야하는데 한 경기에 최소 6~7시간이 소요된다. 일주일에 3경기에 들어간다고 가정할 때 자료 준비하는 시간까지 합쳐 그 이상의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경험이 많은 해설위원이니 아마도 시간 관리에 대한 생각을 이미 하고 있을 것”라고 했다.

▲ 코로나19로 무관중 속에 목동야구장에서 고교야구가 펼쳐지고 있다 ⓒ곽혜미 기자

◆ "이순철 후보 겸직 논란보다 후보자들의 공약 꼼꼼하게 따져야"

이 후보가 겸직에 대해 미리 의사를 밝힌 만큼 이제 공은 투표권자에게 넘어갔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마추어와 프로야구 감독직을 두루 역임한 원로 야구인 G는 “이순철 후보의 겸직 여부에 대해 괜찮다, 아니다를 떠나서 일단 투표를 통해 회장이 되고 나서 적절성 여부가 거론돼야 할 문제 아닌가. 회장 선거에서 떨어질 수도 있는데 벌써부터 무슨 결론을 내리는 것도 우습다”고 잘라 말했다.

외부에서 어떻게 보든 중요한 것은 결국 아마추어 야구뿐만 아니라 소프트볼, 생활체육계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고교 코치 H는 사견임을 전제로 “아마추어 야구계에서는 그렇게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이순철 후보 개인의 겸직 논란에 앞서 일단 모든 후보자들의 공약을 면밀히 분석하고 가장 좋은 회장을 모시는 게 우선 아닐까”라며 이 후보의 겸직 논란에만 몰리는 시선을 경계했다.

이같이 정작 중요한 후보들의 역량과 공약을 검증하는 이슈가 묻히는 데 대해 걱정하는 다른 야구인들도 있었다.

아마추어 야구 관계자 I는 “과거 회장이나 고위 임원들이 실현 가능성도 없는 선심성 공약부터 남발하고, 이에 혹해서 줄을 선 선거인단 때문에 협회가 관리단체로 전락하지 않았나. 그때 누가 무슨 일이 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돌아보고 지난날의 교훈을 잊지 않아야 한다”면서 “후보들 중에 일단 표만 얻겠다는 생각으로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창한 공약보다 실현 가능성이 있는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가 오히려 현실을 알고 진정성 있게 협회에 헌신할 인물이라는 얘기였다.

협회를 오랫동안 지켜본 또 다른 야구 관계자 J는 “후보는 물론 그 후보의 주변 인물들의 살아온 과정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누가 진정한 일꾼인지, 지금 야구계에 꼭 필요한 인물이 누구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며 “한국 야구와 소프트볼의 미래를 위해 선거인단의 신중하면서도 현명한 투표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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