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 이대호(왼쪽)와 롯데 성민규 단장.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DB
-‘1982년생 동갑내기’ 성민규 단장과 FA 이대호
-걸어온 길 다르지만, 2019년 9월부터 한솥밥
-관심 쏠리는 동갑내기 단장과 선수의 FA 협상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마침내 새해 첫 FA 계약이 나왔다. 두산 베어스와 8일 3년 25억 원 규모로 김재호(36)와 FA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달 31일 삼성 라이온즈와 우규민(36)의 FA 계약 이후 일주일 동안 잠잠하던 이적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베테랑 내야수 김재호의 잔류로 이제 FA 시장에서 남은 야수는 단 한 명이 됐다. 1982년생 내야수 이대호(39)다.

4년 전 총액 150억 원이라는 KBO리그 역사상 최대 규모의 FA 계약을 통해 롯데 자이언츠로 돌아온 이대호는 4년간 적지 않은 부침을 겪었다. 2017년 복귀와 함께 타율 0.320 34홈런 맹타를 휘두르며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고, 이듬해에도 타율 0.333 37홈런으로 전성기를 달렸지만, 2019년 타율 0.285 16홈런, 지난해 타율 0.292 20홈런으로 100% 만족스러운 활약은 보이지 못했다.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 역시 최근 3년 내리 좌절됐다.

그러면서 생애 두 번째 FA가 된 이대호를 놓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아직은 충분히 자기 몫을 할 수 있다는 낙관론과 기량이 점차 쇠퇴해가고 있다는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는 중이다. 여느 베테랑 FA들과 다를 바 없는 의견 충돌이다.

다만 다른 FA들과는 한 지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바로 이적 여부다. 이대호는 지난해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25억 원의 연봉을 받았다. 이번 이적시장에서 B등급으로 분류되긴 했지만, 이대호를 데려가는 구단은 이적료로만 최소 25억 원, 최대 50억 원을 롯데로 지불해야 한다. 사실상 이적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이유다.

그러면서 이대호는 자연스레 롯데와 대화 테이블을 차리게 됐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서 흥미로운 협상 파트너가 등장한다. 바로 롯데 성민규(38) 단장이다.

▲ 2017년 1월 롯데와 FA 계약을 맺은 이대호가 복귀 기자회견에서 각오를 다지고 있다. ⓒ곽혜미 기자
1982년생 동갑내기인 둘은 비슷한 시기 야구를 시작했지만, 걸어온 길은 크게 달랐다. 이대호는 경남고 시절 유망주 우완투수로 주목받으며 2001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 2차지명에서 1라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이어 우용득 당시 2군 감독의 권유로 내야수로 전향한 뒤 롯데는 물론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성 단장이 밟아온 길은 순탄치 못했다. 대구상고 졸업 후 홍익대로 진학했지만, 자신의 진로가 밝지 않음을 느끼고 곧장 뉴질랜드로 유학을 떠났다. 이어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 무대에서 활약한 뒤 2007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 2차지명에서 KIA 타이거즈의 4라운드 부름을 받고 국내로 돌아왔다.

그러나 KBO리그에서의 생활은 예상보다 짧았다. 1년 뒤 방출 통보를 받았다. 결국 성 단장은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 컵스의 마이너리그 선수와 코치를 거쳤다.

이처럼 서로 접점이 없던 둘은 2019년 9월 처음 한솥밥을 먹게 됐다. 성민규 당시 컵스 아시아 담당 스카우트가 롯데의 신임 단장으로 깜짝 부임하면서였다. 당시 최하위로 처진 롯데는 체질 개혁을 내걸었고, 그 선봉장으로 성 단장을 점찍었다. KBO리그에서의 경험이 사실상 전무할뿐더러 롯데와 인연도 없고, 무엇보다 이대호와 동갑내기인 단장이 부임했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 지난해 1월 롯데 성민규 단장(왼쪽)과 FA 계약을 맺고 입단한 안치홍이 입단식 도중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이후 1년 넘는 시간을 단장과 선수로 보낸 둘은 올겨울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 파트너로 마주 앉게 됐다.

흥미로운 장면이다. KBO리그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 동갑내기 단장과 선수의 FA 협상이기 때문이다. 협상 과정에도 이목이 쏠린다. 성 단장은 FA 영입이나 트레이드 추진 시 다양한 전술을 활용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스타일이다. 지난 이적시장에선 협상 막바지 선수에게 마지막 선택의 시간을 주는 소위 ‘48시간 룰’을 적용했고, FA 내야수 안치홍(31)을 데려올 땐 KBO리그에선 흔치 않은 ‘2+2년 계약’을 성사시켜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이번 협상 파트너인 이대호의 경우 이러한 전략을 고수하기가 만만치 않다. 여전히 100타점을 때려내는 중심타자이고, 무엇보다 롯데를 상징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이기 때문이다. 이번 FA 협상이 안갯속으로 향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과연 1982년생 동갑내기 두 남자는 올겨울 협상 테이블에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게 될까.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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