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후반기 아쉬움을 남겼던 김정빈은 여러모로 다른 2021년을 그린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처음에는 낯선 루틴이었다. 숨이 차고 다리가 아팠다. 그러나 그 사이에 몸과 마음은 건강해지고 있었다. 분명 같은 코스인데 일주일 전보다 수월하다. 김정빈(27·SK)의 ‘산행’은 그렇게 깨달음과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보통 야구선수들의 유산소 운동은 주로 러닝이다. 또 요새는 웨이트트레이닝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무릎에 부담을 줄까봐 등산은 꺼리는 경우도 있다. 김정빈도 지금까지 한 번도 등산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오프시즌 주위의 말에 귀를 열었다. 김정빈은 “등산이 좋다고 들었다. 좋은 공기도 마신다”면서 “처음에는 숨도 차고 다리도 아팠는데 계속 올라가다보니 이제는 괜찮다”고 웃었다.

매일 시간을 내 등산을 하는 이유는 체력 때문이다. 김정빈은 지난해 초반 발군의 기량을 선보이며 SK 불펜의 필승조로 거듭났다. 6월까지 22⅔이닝에서 기록한 실점은 딱 1점이었다. 팀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에 내놔도 최고 수준 성적이었다. 그러나 김정빈은 체력의 한계를 절감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7~8월 여름이 되자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억지로 공을 던지는 느낌이었다. 힘이 없으니 밸런스도 흔들렸고, 공에 기도 실리지 않았다. 사이클이 크지 않으려면 체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인정했다.

김정빈은 5~6월에 불펜 대기가 많았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어려운 팀 여건상 등판하지 않는 날도 몸을 푸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단순한 22⅔이닝 이상의 체력 소모였다. 체력을 효율적으로 쓰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초 체력이 부족했다. 게다가 자신만의 루틴도 확실하지 않다보니 여름에 크게 지쳤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었다. 국군체육부대(상무) 시절 충실한 웨이트로 몰라보게 몸이 좋아진 김정빈이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는 교훈과 함께 시즌을 마친 셈이다.

건강한 신체, 힘 있는 신체에 좋은 밸런스도 깃들기 마련이다. 김정빈이 매일 산을 타며 2021년을 벼르는 이유다. 근사한 동기부여도 있다. 김원형 SK 감독은 2021년 5선발 후보 중 하나로 김정빈을 공언했다. 김정빈은 2군에서는 오히려 선발 경험이 더 많은 선수다. 김정빈도 기회가 왔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 기회를 잡고, 팀 로테이션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거듭나고 싶어 한다. 어느 해보다 의지가 충만하다.

체력은 물론 기술적으로도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다. 리그 최정상급의 체인지업을 가진 김정빈은 “좌타자에게는 체인지업을 잘 안 던졌다. 그런데 (좌타자 상대) 슬라이더가 잘 들어가지 않아 고생을 했다”고 떠올리면서 “하지만 후반기부터 던지기 시작했고, ‘좌타자를 상대로도 써먹을 수 있겠구나’는 것을 느꼈다. 커브는 원래 던지는 구종이다. 집중해서 모든 구종을 원하는 곳에 던지는 게 목표”라고 했다. 요새는 함께 운동하는 어린 선수들과 배팅볼 파트너를 이뤄 체인지업 연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산을 타면서 체력만 기르는 게 아니다. 홀로 정상에 올랐다, 다시 하산하기까지는 몇 시간이 걸린다. 대화 상대가 없으니 생각하는 시간이 많다. 그 시간, 김정빈은 꿈도 키우고 목표도 키운다. 김정빈은 “계속 이미지트레이닝을 한다. 시즌 첫 경기부터 시작, 후반기까지 처지지 않고 완주하는 모습을 그린다”고 웃었다. 그렇다면 그 이미지의 끝에는 무엇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선발 10승이 있습니다”고 답했다. 점점 다가오는 산의 정상처럼, 노력할수록 목표는 다가올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김정빈이 2021년을 열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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