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보다도 한참 느린 시장에 양현종의 데드라인은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스포티비뉴스DB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시장이 제정신이 아니다”

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의 칼럼니스트인 앤디 맥컬러는 9일(한국시간) 독자와 질의응답 코너에서 이번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을 놓고 “제정신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더뎌도 너무 더디다는 주장이었다. 실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제대로 맞은 MLB 구단들은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 

협상이 늦어지는 건 근래의 추세였지만, 올해는 1월 초까지 1억 달러는커녕 총액 5000만 달러 이상의 거래조차 한 건 없었다. 뉴욕 메츠와 계약한 포수 제임스 맥캔의 4년 4000만 달러가 가장 큰 규모다. 포스팅을 신청, ‘TOP 5’ 선발이라는 평가를 받은 스가노 도모유키 또한 MLB에서 만족할 만한 제안을 받지 못하고 유턴을 결정했다. 맥컬러는 “(FA 시장에 나온) 선수들의 질이 문제가 아니다. 유행병이 불러온 긴축 정책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맥컬러는 그 예로 고액 연봉자만 고전하고 있는 게 아닌 현재 현상을 들었다. 그는 “이번 겨울이 다른 것은 단지 최상위권 시장만 얼어있다는 게 아니다. 중위권 클래스, 베테랑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맥컬러는 코로나 팬데믹이 MLB 구단의 수입에 영향을 미쳤으며 충분한 예방 접종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데다 2021년 시즌 경기 수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맥컬러는 “중형급 선수들에게는 매우 힘든 시즌이 될 것”이라는 한 구단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지금 1월이다. 시장에 선수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건 선수들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고 했다. 결국 스프링 트레이닝 일정이 결정되고, 정상적인 일정을 소화한다고 가정하면 2월에나 시장이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것도 긍정적인 전망에 가깝다.

FA 자격을 얻어 MLB에 도전하는 양현종(33)에게는 이래나 저래나 운이 없는 시기다. 대개 구단들은 이적시장에서의 눈높이를 비교적 높인다. 금액이 모자라고 대형 선수들이 계약하면 그 다음 레벨을 살핀다. 이런 일반적인 추세에서 나이가 있는 양현종은 차순위에 가깝다. 

양현종 측은 1월 중순, 늦어도 20일께를 데드라인으로 삼고 있다. 일단 그때까지는 결론이 나야 그 다음 절차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선수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오퍼가 온다면 그것을 받을 수도, 혹은 그것을 지렛대 삼아 더 좋은 계약을 노려볼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원 소속팀 KIA와 FA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KBO리그 스프링캠프가 2월 초 시작되기 때문에 정상적인 시즌을 준비하려면 1월에는 어쨌든 결론이 나야 한다. 

다만 시장이 예상보다도 더 느리게 흘러감에 따라 1월 중순 데드라인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예년의 시장이었다면 그맘때면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하지만 지금은 윤곽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도전을 접어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2월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데드라인을 늦춰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KIA와 협상을 마냥 배제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잡기 어려운 선택지다. 깔끔하게 포기할 수도,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딜레마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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