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 나성범은 2021년 시즌 뒤를 기약하게 됐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스캇 보라스는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슈퍼 에이전트다. 수많은 스타들을 대리하며 선수들에게는 ‘천사’, 구단에는 ‘악마’의 이미지로 불린다. ‘보라스 매직’이라는 단어는 MLB 오프시즌마다 현지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할 정도다.

모든 에이전시가 그렇듯 보라스 코퍼레이션도 선수의 장점을 크게 포장하고, 단점은 감추는 방식의 세일즈를 한다. 그런데 보라스 코퍼레이션은 웬만한 MLB 구단 이상의 체계적인 정보 취합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질서정연한 논리를 만드니 구단도 당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기에 보라스의 엄청난 경험과 특유의 감각, 쌓은 인맥 등도 협상에서 중요한 분수령을 만들곤 했다.

그런 보라스는 다소 심심한 오프시즌이다. 지난해는 굵직한 계약을 줄줄이 터뜨리며 바쁜 시기를 보냈지만, 올해는 상대적으로 FA 시장에 나간 고객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한국 팬들에게는 기대가 되는 환경이었다. 바로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MLB 도전에 나선 나성범이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고객이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나성범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었다. 보라스 또한 지난해 12월 17일 현지 언론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나성범 홍보에 열을 올렸다. 보라스는 “나성범은 5툴 플레이어”라고 칭찬하면서 “많은 이들이 간과하지만 나성범은 주력도 좋은 선수다. 힘이 좋고, 수비력도 좋다”고 했다.

하지만 보라스의 직접적인 행차에도 불구하고 나성범 포스팅은 성공하지 못했다. 10일 오전 7시(한국시간)의 마감 시한 내에 계약을 맺지 못하고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메이저리그 대표 소식통인 존 헤이먼은 10일 "파워 히터인 나성범이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오퍼를 받지 못했다. 그는 한국 리그의 NC로 돌아간다"고 알렸다. 

MLB 이적시장이 더디게 흘러간 것이 불운이었다. 1월 10일 현재 올해 오프시즌 최대 계약은 제임스 맥캔이 뉴욕 메츠와 체결한 4년 4000만 달러다. 1억 달러 계약은커녕 5000만 달러 계약도 없었다. 수많은 상위 FA 선수들이 시장에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성범 세일즈도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여기에 포스팅 절차라 마감 시한이 정해져 있다는 것 또한 불리했다.

지난해 완벽한 자존심 회복을 했던 보라스의 ‘매직’을 기대했지만, 더딘 시장 상황에서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나성범 또한 2019년 치명적인 무릎 부상으로 의문 부호가 붙은 상황이었다. 나성범은 2021년 시즌이 끝난 뒤 완벽한 FA 자격을 얻는다. 다시 MLB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때는 다른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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