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로베르토 라모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2020년 LG 트윈스의 마지막 경기는 아주 싱겁게 끝날 수도 있었다. 두산 베어스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4회초가 끝났을 때 점수는 0-8까지 벌어졌다. 클리닝타임이 오기도 전에 LG의 패색이 짙어졌다.

무겁게 가라앉은 1루쪽 응원석의 공기를 바꾼 주인공은 로베르토 라모스였다. 그의 야성이 팬들을 일어나게 했다.

4회말 LG의 첫 득점을 만든 솔로 홈런이 실망한 팬들에게 보내는 선물이었다면, 5회말 3점 차로 추격하는 홈런은 기적을 기대하게 만드는 축포였다. 7-8로 턱밑까지 추격한 7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볼넷을 얻고 마치 홈런을 친 것처럼 동료들을 향해 포효했다.

경기의 결과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7-9 LG의 패배였다. 라모스는 마지막까지 그라운드에 남아 두산 선수들을 축하하고, LG 팬들에게 인사했다. 팬들은 라모스가 기록한 38홈런만큼이나 마지막 경기에서의 열정을 사랑했다. LG는 그에게 재계약 의사를 전했다.

그런데 좀처럼 라모스의 재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케이시 켈리가 12월 11일 재계약에 사인한 뒤에도 라모스는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다. 그 사이 LG가 라모스의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나오더니, 라모스가 인스타그램 프로필에서 'LG Twins'를 삭제해버렸다. 분위기가 묘해졌다. 마치 '이별 통보'로 여겨졌다.

▲ 라모스와 LG 선수들. ⓒ 곽혜미 기자
하지만 마음이 떠났다는 신호는 아니었다. 라모스는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인 22일 LG와 인센티브 포함 총액 100만 달러, 지난해보다 두 배 오른 몸값으로 재계약했다. 두 달에 걸친 팬들과 '밀당'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멕시코 소노라에서 개인 훈련을 하며 한국 입국 준비를 하는 라모스는 구단을 통해 "LG에서 다시 뛸 수 있어 매우 기쁘다. 코로나19를 빨리 극복했으면 좋겠고, 관중석에서 보내주신 팬들의 열정적인 에너지와 응원이 항상 그립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우리 팬들의 열정은 나의 야구 인생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순간이었다. LG 트윈스 파이팅. 라모스 파이팅"이라며 팬들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팬들을 열광하게 했던 지난해 11월 5일 마지막 경기는 그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라모스는 "모든 경기가 기억에 남지만 그중에서도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비록 경기는 패배했지만 우리 선수 모두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좋은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올해도 항상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첫 인터뷰부터 "개인 성적은 상관없다. 팀이 이길 수 있게 하겠다"고 얘기했다. 올해 목표도 마찬가지. 한국시리즈 우승이 그의 목표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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