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성범(왼쪽)과 김하성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한국에서 포스팅시스템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두 선수의 희비가 엇갈렸다. 내야수 김하성(26)은 대형 계약으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었고, 외야수 나성범(32)은 계약 불발로 NC 다이노스에 잔류한다. 

포스팅 신청 시점부터 온도 차가 느껴졌다. 김하성은 스토브리그 초반부터 미국 언론의 큰 관심을 받았다. 20대 중반인 젊은 나이와 내야 유틸리티 능력, 장타력 등을 높이 샀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구체적인 관심이 있었기에 계속해서 언론에 노출될 수 있었다. 

복수 구단의 관심 속에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옵션을 포함하면 4년 최고 3200만 달러, 4년 계약 종료 후 상호 옵션을 실행하면 5년 최고 3900만 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 역대 KBO 타자 포스팅 최고액이다. 젊고 미래가 밝은 김하성은 불황 속에서도 빛을 봤다. 

나성범은 메이저리그의 아시아 외야수를 향한 편견을 깨기에는 불리한 조건을 안고 있었다. 미국 언론이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부상 이력. 2019년 무릎 부상 여파로 지난해 지명타자로 출전한 시간이 길었던 점을 꼬집으며 운동 능력과 부상 재발 위험을 걱정했다.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나이도 걸림돌이었다. 통산 타율 0.317, 179홈런, 729타점을 기록하며 '파워 히터'로 어필했지만, 삼진(907개) 대비 볼넷(327개)이 적은 게 마이너스 요인이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코너 외야수는 메이저리그에서 희소 가치가 떨어지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얼어붙은 시장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올해는 1월이 돼서야 다른 해 12월의 분위기가 조금씩 난다"고 표현할 정도다. 트레버 바우어, 조지 스프링어, JT 리얼무토 등 대어급 FA 선수들도 행선지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발 재정 악화로 대부분 구단이 지갑을 크게 열기 어려운 상황이다. '악마의 에이전트'로 불리는 스캇 보라스와 손을 잡은 나성범도 한파를 피하진 못했다. 나성범이 만족할 만한 오퍼를 제시한 구단이 없었다. 

그래서 올해는 김하성의 대형 계약이 오히려 특이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미국 매체 '디애슬레틱'은 9일(한국시간) 이번 스토브리그를 분석하며 '정상이 아니다. 이번 비시즌 가장 큰 계약은 뉴욕 메츠 포수 제임스 맥캔의 4년 4000만 달러였다. 다음으로 큰 계약이 김하성의 4년 2800만 달러다. 나머지 선수들은 마커스 스트로맨과 드류 포머란츠가 수락한 퀄리파잉오퍼 금액 1890만 달러를 넘기지 못했다. 이건 분명 정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계약 대박 또는 성공 사례보다는 나성범과 같이 실패에 가까운 케이스가 더 많을 것이란 전망이다.

어쩔 수 없는 결과를 나성범은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구단을 통해 "오랫동안 꿈꿔왔던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어서 기뻤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큰 미련은 없다. 무엇보다 도전할 수 있게 도와준 구단에 감사하다. 다른 기회가 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성범은 2021년 한 시즌을 더 뛰면 FA 자격을 얻는다. 한 살 더 드는 나이가 걸림돌로 작용하겠지만, 지난해와 같은 성적을 내면서 외야수로 운동 능력을 증명한다면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다. 주변에서 '독하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열심히 재활해 복귀 시즌에 팀을 창단 첫 통합 우승으로 이끈 나성범이다. 이번 결과는 성장의 발판으로 삼으면 된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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