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숱한 시련을 이겨내고 생애 첫 억대연봉에 진입한 조용호 ⓒ스포티비뉴스DB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유니폼을 갈아입은 형식은 트레이드였다. KBO리그 연감에도 ‘트레이드’ 사례에 남았다. 그러나 사실상 방출이나 마찬가지였다. 무상이라는 말이 앞에 붙었다. 형식만 갖춰준 것이었다. 

곧 이어진 전지훈련에서도 쓴맛을 봤다. 선수 스스로도 “몸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서 ‘중도 탈락자’가 됐다. 짐을 싸 2군 캠프지가 있는 대만으로 꼬박 하루를 걸려 이동해야 했다. 그때 조용호(32·kt)는 깨끗하게 자신의 현실을 인정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언젠간 기회는 온다. 다시 1군에 가면 시즌이 끝날 때까지 버티겠다”고.

잘 알려진 것과 같이 조용호의 야구인생은 굴곡이 심했다. 고교 졸업 후, 대학 졸업 후 모두 지명을 받지 못했다. 생계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육성선수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악바리 근성으로 한때 잘 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부상이 겹쳤고, 2018년 시즌 후 SK의 전력 구상에서 배제됐다. SK는 길을 열어줬다. 무상 트레이드 방식으로 kt와 다리를 놔줬다. 하지만 이적 직후 첫 캠프에서 중도 탈락하는 씁쓸함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조용호는 그런 굴곡진 야구인생 또한 담담하게 회상할 수 있는 성숙한 ‘사람’이 됐다. 이적 후 팀의 주축 타자로 거듭나 호성적을 이끌었다. 조용호는 2019년 87경기에서 타율 0.293, 출루율 0.364를 기록하며 생존에 성공했다. 그리고 2020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그는 132경기에 나가 타율 0.296, 출루율 0.392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이제 조용호가 없는 kt 라인업은 상상하기 쉽지 않다.

보상도 받았다. 2020년 연봉이 7000만 원으로 올랐던 조용호는 올해 억대 연봉에 진입한다. 아직 금액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1억 원 문턱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는 2년차부터 달성하는 억대 연봉. 조용호는 많이 돌아 우리 나이로 서른셋에 찾아왔다. 그는 억대 연봉에 대해 “그냥 얼떨결하다”고 잠시 생각을 정리하더니 “그냥 상상 속에서만 있던 일이었다. 생각해본 적도 없는 타이틀이다. 억대연봉, 주전, 규정타석 모두 그렇다”고 웃었다.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는 듯했다.

신이 날 법도, 기분을 낼 법도 한데 목소리는 차분했다. 조용호는 우선 감사할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특히 새로운 인생의 환경을 만들어준 kt 구단, 그리고 자신을 믿고 기용해준 이강철 kt 감독에 대해 누차 고마움을 드러냈다. 조용호는 “좋은 팀과 감독님을 만났다. 기회도 많이 주셨다”면서 “SK에 있을 때도 유독 수원에서는 기록이 좋았다. 구장이 편하기도 했고, 공도 잘 보였다”고 했다. 많은 시련을 겪은 그는 이제 모든 것에 감사하고 있었다.

안주하지 않는다. 아직 갈 길이 많다고 말한다. 조용호는 지난해 성적을 돌아보면서 “조금씩 빠졌다”고 웃었다. 3할 타율에서 4리, 4할 출루율에서 8리가 부족했다. 조용호는 “3할 타율에 크게 미련을 두지는 않는데 4할 출루율을 달성하지 못한 게 아쉽다. 1번 타자로 출루율 타이틀이 진짜 어려운 것인데, 4할 출루율은 상징적인 것 같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이게 올해 동기부여가 된다. 그 부족한 부분을 메우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다행히 지난해 그를 괴롭혔던 고관절 통증은 상당 부분 회복이 됐다. 조용호는 “8월 이후로는 괜찮았다. 지금은 아프지 않다”면서 올해 더 활발한 움직임을 예고했다. 코로나19 여파에 요가와 필라테스는 잠시 뒤로 미뤄놨지만 매일 경기장에 출근하며 성실하게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그리고 아직 “빚을 진 게 있다”고 이야기한다. 지난해 플레이오프가 내심 마음에 걸린다.

4경기에서 타율 0.353, 출루율 0.389로 활약했다. 하지만 1~2가지 장면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아직 잊지 못하고 있다. 조용호는 “플레이오프 1차전은 긴장을 했는데, 나머지 3경기는 그렇지는 않았다”고 말끝을 흐리면서 “올해 더 잘해서 똑같은 무대에서 빚을 갚겠다”고 다짐했다. 숱한 시련에도 쓰러지지 않았던 오뚝이가, 이제 비로소 바로 서 앞을 똑바로 보기 시작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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