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성범은 2021년 시즌이 끝난 뒤에도 본인 의지만 있으면 MLB 도전이 가능하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나성범(32·NC)의 메이저리그(MLB) 도전은 불운 속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벌써 단념할 필요는 없다. 재수생의 신분으로 MLB 무대를 밟은 선배들도 있다. 운의 흐름도 해마다 바뀌는 경우가 많다.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MLB 진출을 타진했던 나성범은 마감 시한인 10일 오전 7시(한국시간)까지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에이전시 관계자, 그리고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나성범은 몇몇 구단의 관심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만족할 만한 조건은 없었다. 헐값 진출의 위험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나성범도 굳이 무리해서 일을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불운이 겹쳤다. “나성범이 2019년이 끝난 뒤 포스팅을 신청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을 받았을 것”이라는 데는 업계가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부상으로 1년이 밀렸고, 하필 치명적인 무릎 부상이었다. 운동 능력 저하가 우려됐다는 시선이 있다. 게다가 ‘역대급’으로 더디게 흘러가는 MLB 이적 시장도 문제였다. 2월이나 되어야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데, 나성범에게 주어진 시간은 야속하게도 한 달이었다.

나성범은 포스팅 절차가 끝난 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큰 미련은 없다”면서 “같이 기다려주고 응원해주신 팬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다른 기회가 또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말 그대로 나성범의 MLB 도전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선수의 의지만 있다면 2021년 시즌이 끝난 뒤에도 도전이 가능하다. 한 번의 찬스는 더 남아있다.

대졸 8년을 채우는 나성범은 국내 구단 한정으로 완전한 자유 신분이 된다. 다만 해외 진출 자격 9년을 채우지는 못했다. 그러나 다시 포스팅을 통해 도전이 가능하다. NC도 선수의 뜻이 확실하다면 말리지 않을 것이 확실시된다. 나성범은 거액을 받고 KBO리그에서 뛸 수도 있고, 마지막 MLB 도전에 나설 수도 있다. 선택지가 제법 넓다. 갔다가 돌아오면 NC에서 명예롭게 선수 생활을 마칠 수 있는 여건도 된다.

실제 포스팅에 실패한 선수가 MLB에 재도전해 성공한 사례도 두 번 있다.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과 황재균(33·kt)이다. 황재균은 2015년 시즌 뒤 포스팅을 통해 MLB 도전에 나섰으나 무응찰에 그쳤다. 그러나 2016년 시즌 뒤 FA 자격을 얻어 재도전했고, 2017년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었다. 완벽한 성공은 아니었지만 황재균은 자신의 경력에 MLB 출전, 그리고 꿈을 이뤘다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김광현도 2014년 시즌 뒤 포스팅에 나섰으나 만족할 만한 금액을 받지 못하고 잔류를 선언했다. 당시 샌디에이고의 응찰액은 200만 달러였다. 하지만 김광현은 가슴 속에 MLB라는 단어를 항상 새겼다. FA 계약을 체결하면서 가능성이 떨어지는 듯했으나 2019년 시즌 뒤 구단과 협의를 통해 다시 포스팅을 신청해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했다. 2년 최대 1100만 달러라는 비교적 좋은 조건이었다.

MLB 시장 상황은 내년에 훨씬 더 나아질 것이다. 적어도 올해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다. 나성범도 무릎 부상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보여줄 1년의 시간을 얻었다. 또한 지적됐던 타석에서의 몇몇 약점을 보완한다면 더 좋은 평가도 가능하다. 

소속사 선수의 MLB 진출을 이끈 경험이 있는 한 에이전트는 “어차피 KBO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데이터는 MLB 구단들이 다 가지고 있다. 얼마나 약점을 보완하는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KBO리그 선수뿐만 아니라 메릴 켈리(애리조나), 조쉬 린드블럼(밀워키)도 마찬가지 과정을 거쳤다. 한편으로는 올해 협상 과정에서 나성범의 이름이 MLB 구단에 알려진 것도 있다. 포기하지 않으면 다시 기회는 온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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